[일상여행] 화려한 단풍이 펼쳐지는 ‘스위스의 낭만 단풍놀이’
가을 풍경 속을 달리는 파노라마 기차와 산악 기차 여행 등
[비즈월드] 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을에 놓치면 아쉬운 것이 바로 단풍놀이다. 산이 많고 산을 사랑하는 스위스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다. 호숫가 마을에는 포도밭 언덕이 샛노랗게 변하고, 숲은 노랑부터 빨강까지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도에 따라 생각하면 쉽다. 산악 지역은 10월 중순에, 호숫가 저지대는 10월 말이 단풍 절정기다. 스위스 숲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나무에는 낙엽송, 자작나무, 단풍나무, 너도밤나무가 있다. 이 나무들은 색이 변할 때 특히 아름답고 스위스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이 머리 위로 단풍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색채가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숲 향기 가득한 낙엽이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단풍놀이 코스를 소개했다.
◆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취리히’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자연을 품고 있어 어딜 가나 호수와 강, 공원을 만날 수 있는 취리히(Zurich)는 가을의 정취가 도심 곳곳에 화려한 색감을 불어 넣는다. 리마트(Limmat) 강을 따라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을 즐기며 산책을 즐겨봐도 좋고, 린덴호프(Lindenhof) 광장에 올라 도심의 가을을 한눈에 담아봐도 좋다.
취리히에서 본격적인 가을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취리히의 뒷동산, 위틀리베르크(Uetliberg)로 올라가면 된다.
위틀리베르크 정상에 서면 낭만적인 구시가지와 반짝이는 호수, 그리고 알비스(Albis) 산맥과 알프스의 멋진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하이킹을 마치면 펠젠엑(Felsenegg)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알비스파스회헤(Albispasshöhe) 방향으로 하이킹을 이어 가거나 버스를 타고 탈빌(Thalwil)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가을에 추천하는 하이킹 코스다. 취리히 기차역에서 위틀리베르크행 기차를 타면 산 정상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펠젠엑까지 하이킹을 한 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아들리스빌(Adliswil)까지 내려간 뒤, 버스를 타고 탈빌 기차역으로 갈 수 있다.
황금빛 숲, 산, 빙하 가운데 자리한 발레의 사스페(Saas-Fee)는 사스 계곡을 탐방하는 데 좋은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페 협곡(Fee Gorge)를 관통하는 가이드 투어나 마못이 노니는 숲에서 여유로운 산책, 혹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퓨니큘러가 있는 빙하로의 여정 중 자유롭게 택하면 된다. 사스 계곡에서는 그 어디에서나 자연을 가까이 체험할 수 있다.
한니그(Hannig)부터 사스페까지의 구간이 단풍놀이에 제격이다. 낙엽송이 노랗게 물드는 사스페의 가을 숲에 고스란히 안겨볼 수 있는 하이킹이다. 미샤벨(Mischabel) 산맥의 산등성이를 지나는 하이킹으로, 웅장한 빙하의 파노라마도 펼쳐진다. 원래 이 트레일의 이름은 겜스베그(Gemsweg)인데, 샤모아 트레일이라는 뜻이다.
한니그 정상 역에서 시작해, 내려오다 보면 알프스에서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동물이 샤모아다. 트레일은 빙하 호숫가를 지나 빙하동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가, 역사적인 보드머바써(Bodmerwasser) 수로를 따라 사스페 마을로 돌아온다.
◆ ‘체르마트’에 찾아든 알프스의 가을
다섯 개 호수(5-Seenweg)를 따라가는 하이킹 트레일을 거닐며 알프스의 가을을 만끽해 볼 수 있다. 블라우헤르드(Blauherd)부터 수넥가(Sunnega)까지 이어지는 다섯 개 호수 트레일은 체르마트(Zermatt)의 가을 내음 가득한 산속을 거니는 웅장한 하이킹 트레일이다.
세 개의 호수에서는 마터호른(Matterhorn)이 수면 위로 반사되는 진기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 특색 있는 봉우리의 풍경은 누가 뭐래도 독특하다. 하이킹 트레일은 슈텔리제(Stellisee), 그린드이제(Grindjisee), 그륀제(Grünsee), 모오스이제(Moosjisee), 라이제(Leisee) 호수를 연결한다.
체르마트의 명봉, 고르너그라트(Gornergrat)에 올라봐도 좋다. 황금빛 낙엽송 숲을 뚫고 올라가다가 마터호른(Matterhorn)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할 수 있다.
고르너그라트 산 정상에 위치한 쿨름호텔(Kulmhotel: 해발고도 3100m)에서 숙박을 하거나, 정찬을 즐기며 가을에 푹 빠져볼 수도 있다. 스위스에 있는 34개의 4000m급 봉우리 중 29개가 펼쳐지는 가을 새벽 고요한 파노라마도 펼쳐진다.
밤이 되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있는 천체 관측소에서는 별이 쏟아지는 밤을 체험할 수 있다. 마법 같은 가을밤을 보내고 싶다면 고르너그라트로 가면 된다.
◆ ‘루체른’ 호수 지역의 산과 들, 호수에 스며든 가을
루체른(Luzern)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중앙 스위스로의 관문 루체른은 카펠교와 시계 상점 외에도 수많은 매력을 발산하는데, 아름다운 하이킹, 파노라마 자전거 투어, 여유로운 유람선 여정, 풍성한 레스토랑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빛나는 산 개울이 초록의 들판과 신비한 습지를 지나 구불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엔틀레부흐(UNESCO Biosphere Entlebuch)도 있다. 스위스 최초의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400㎢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필라투스 쿨름(Pilatus Kulm)에서 필라투스 최고봉인 톰리스호른(Tomlishorn)까지 이어지는 꽃 트레일(Flower Trail)은 감탄스러운 산악 파노라마와 다채로운 야생화를 바라보며 거닐 수 있는 길이다.
가파르고 햇살 가득한 바위 경사지에는 ‘빌드호이플랑겐(Wildheuplanggen)’이라고 알려진 꽃이 가득 피어나는데, 오직 강인한 식물만이 이렇게 노출된 험지에서 자라날 수 있다. 필라투스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은 트레일에 설치된 많은 패널에서 그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식물의 종류, 개화 시기, 라틴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마바흐(Marbach)마을의 마바흐엑(Marbachegg) 언덕에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를 걸어봐도 좋다. 걷는 동안 가까이 있는 슈라텐플루(Schrattenfluh)의 멋진 파노라마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알프 임브리크(Alp Imbrig)의 스위스 산장에는 멋진 바비큐 장소와 파노라마 전망이 있다.
또 햇살 가득한 가을날, 루체른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정찬을 즐겨볼 수도 있다. 가을 특선으로 준비된 요리가 선상에 올라 완벽한 가을 미식 체험을 선사해 준다. 어여쁜 시골 풍경이 지나가고, 호수 위로 드리워진 가을 공기가 쾌청하다.
◆ 스릴 넘치는 가을 ‘바젤’
라인강을 따라 가을빛이 내려앉는 바젤(Basel)의 가을은 가을 잔치가 열려 더욱 특별해진다. 바젤 가을 잔치는 550여 년의 역사가 있는 바젤의 연례행사다. 스위스 최대의 페어이자 유럽 최대의 도심 잔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가을 잔치는 중세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가 있는데, 경제 위기 속에서 바젤 시 관료들이 기획하며 열린 행사다. 당시만 해도 독일 황제 프레데릭 3세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했었다. 1471년 7월 11일, 황제의 정식 허가 서류를 수령하게 된다.
스위스에서도 가장 큰 잔치이자, 가장 오래된 연례 행사다. 매년 10월과 11월에 걸쳐 2주간 열리는 행사로,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와일드하고 스릴 넘치는 놀이 기구부터 맛있는 먹거리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마련된다. 일곱 개의 광장과 시내 중심에 있는 전시관에 축제 무대가 설치된다. 대관람차도 들어선다.
페터스플라츠(Petersplatz) 광장에는 크래머와 아를레브니스마르크트(Krämer- und Erlebnismarkt)라 불리는 장이 서는데, 가을잔치 행사가 끝나고도 이틀 후까지 가판이 분주하다. 여기서는 퐁뒤 치즈를 채운 바게트, 섀스뱅엘(Chäsbängel)과 향신료를 넣은 달콤한 비스킷, 마겐브로트(Magenbrot), 달콤한 헤이즐넛 프랄린, 매스모게(Mässmogge), 로스트 아몬드를 맛볼 수 있다. 올해는 10월 26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린다.
◆ ‘융프라우 지역’을 물들이는 가을
새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세 개의 만년설 봉우리, 아이거(Eiger), 묀히(Mönch), 융프라우(Jungfrau)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다. 이 산들이 뿜어내는 매력은 융프라우 지역(Jungfrau Region) 전체에 걸쳐 드러나는데, 절경의 파노라마와 다양한 하이킹 트레일, 따뜻한 환대가 여행자들을 매료시킨다.
가을이면 황금빛 햇살이 베르네제 오버란트(Bernese Oberland)의 산과 숲, 호수 위로 특별한 빛을 흩뿌린다. 걸어서 이 지역을 둘러보기 가장 좋은 때로, 첫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얀 담요로 덮기 전 자연의 파워풀한 색감을 만끽할 수 있다.
로트슈톡휘테(Rotstockhütte)는 독특한 알프스 식물에 둘러싸인 뮈렌(Mürren) 꼭대기에 자리해 있다. 돌로 지어진 오두막으로 향하는 트레일은 쉴트호른 케이블카 역에서 시작되는데, 초록 들판과 그늘진 숲들을 둘러 지나 쉴트바흐(Schiltbach) 강까지 이어진다. 지형이 점차 가팔라지는 지점이다.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브린들리(Bryndli)로, 슈필보덴(Spilboden)에서 시야에 들어온다. 트레일은 바젠에그(Wasenegg)를 넘어 한참을 쉬어가기 좋은 오두막까지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과 베르네제 알프스의 만년설 봉우리들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조금 더 쉬어가며 기력을 회복한 뒤, 와일드한 제피넨탈(Sefinental) 계곡을 통해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면 좋다.
융프라우지역의 낭만적인 샬레 마을,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빙하지대의 파노라마를 펼쳐내는 곳, 피르스트(First)에 오를 수 있다.
현대식 곤돌라를 운행하는 피르스트반(Firstbahn)은 그린델발트에서 아이거(Eiger) 봉우리의 북벽(North Face)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막힌 전망대로 안내한다. 피르스트에 도착하면 바흐알프제(Bachalpsee)라는 산정호수까지 이어지는 하이킹로가 있어 파노라마를 즐기며 알프스의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1시간 이내에 엽서에 등장하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모험심 가득한 이들이라면 로프에 매달려 시속 84㎞로 질주하며 800m를 나는 피르스트 플라이어(First Flyer)에 도전해 볼 만하다.
독수리 날개 아래에 매달려 최대 시속 83㎞로 나는 피르스트 글라이더(First Glider)도 인기다. 피르스트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질주하는 피르스트 마운틴 카트와 트로티바이크도 재밌다. 2024년 10월 7일에는 매년 열리는 그린델발트 가을 장이 마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 루체른 ‘인터라켄 익스프레스’ 따라 달리는 가을
중앙 스위스에서 기차에 올라 편안한 좌석에 몸을 묻고, 거의 두 시간 동안 가을 숲의 기막힌 뷰를 한껏 마음에 담아볼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융프라우 지역(Junfrau Region)에 도착한다. 이게 바로 루체른-인터라켄 익스프레스(Luzern-Interlaken Express)다.
이 구간에서는 프리미엄 파노라마 차량이 수정처럼 맑은 다섯 개의 산정호수와 여러 개의 폭포 및 강, 울긋불긋하게 물든 들판과 숲을 지난다. 기스빌(Giswil)이 지나면 바로 기차가 톱니바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고도를 높여 브뤼니크 고개(Brünig Pass)를 올랐다가 인터라켄을 향해 다시 내려온다.
가을 최고의 포토 포인트는 자르넨(Sarnen)–기스빌(Giswil), 룽에른(Lungern), 브뤼니크 고개(Brünig Pass)에서 마이링엔(Meiringen)까지의 구간이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가 있다면 전 구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베르니나 특급’ 타고 가을 속으로
그라우뷘덴 칸톤을 대표하는 엥가딘(Engadine) 계곡은 대비가 화려한 풍경으로 가득한데, 울퉁불퉁한 암벽, 반짝이는 산정 호수, 초록 들판과 가을의 숲이 하이킹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다리가 피곤해 오면, 기차를 타고 베르니나(Bernina) 철로를 따라 햇살 가득한 발포스키아보(Valposchiavo)까지 여행할 수 있다. 생모리츠(St. Moritz)에서 포스키아보까지 이어지는 베르니나(Bernina) 철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철도 중 일부로, 숨 막힐 듯한 절경을 지나고, 다른 기후 지대를 건넌다.
이 루트의 가장 높은 지점은 오스피치오 베르니나(Ospizio Bernina) 역으로 빙하와 험준한 산세 사이에 자리해 있으며, 포스키아보의 커다란 마을 광장에서는 와인 한 잔을 음미하며 가을 정취를 즐기기 좋다. 거대한 빙하 구멍이 있는 카발리아(Cavaglia) 마을에 들러보아도 좋은데, 수 세기 동안 물과 부유물, 돌이 바위를 침식해 만든 장관을 볼 수 있다.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의 노선 중간에 있는 알프 그륌 역은 파노라마 기차 여정을 즐기든, 하이킹이나 바이킹을 즐기든, 잠시 멈추어 품격 있는 식사를 즐기며 풍경 속에 오롯이 안겨보기 완벽한 장소다.
알베르고 리스토란테 알프 그륌(Albergo Ristorante Alp Grüm)의 다채로운 메뉴에는 스위스 및 그라우뷘덴 향토 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지역 내에서 공수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매콤한 메밀 파스타, 피초케리(pizzoccheri)와 육즙이 훌륭한 코르동 블루를 특히 추천한다.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베르니나 산맥의 야생적인 풍경과 만년설, 팔뤼(Palü) 빙하, 햇살이 입맞춤하는 발포스키아보(Valposchiavo)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