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성장신화' 이끈 증권가 최장수 CEO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키우며 성장가도 질주… 유연한 직장문화 주도 높은 계약직 비율· 과도한 성과주의 비판… '롯데손보 분쟁' 해결 난제도

2023-03-14     최상규 기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부회장). 사진=메리츠증권

[비즈월드] 국내외로 불안한 정세 속에 리더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원자잿값 상승 등의 직격탄에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임직원들의 수장인 CEO는 혜안을 갖고 회사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업과 업계에서의 포지션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 이에 비즈월드가 [CEO+]를 통해 각 산업의 최전선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CEO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최희문 대표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미국 국적이다. 

최희문 대표는 미국 파운턴밸리 고등학교와 엠허스트 대학교를 거쳐 스탠포드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뱅커스트러스트 부사장과 골드만삭스 상무 등을 역임한 '유학파 인재'다. 

이후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을 맡았고 채권 운용 능력 등을 인정받아 2009년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직에 선임됐다. 최 대표는 2010년 사장,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희문 대표는 13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끈 증권사 최장수 CEO다. 성과 중심 메리츠 체제 아래 영업 실적 면에서 뛰어난 결과를 거둔 결과다. 최 대표는 중소 증권사 규모의 메리츠증권을 초대형 IB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억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오는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 위기 때 더 강해지는 '실력자'… 임기 동안 순이익 10배 이상 뛰어

최희문 대표는 지난 2010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의 합병과 동시에 사장으로 선임됐다. 합병법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수신 기능 등 종금 업무를 10년간 겸업하게 된다.

최 대표는 당시 통합 메리츠를 증권사 10위권 이내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종금업의 특성을 살려 부동산 대출을 유동화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시너지 극대화에 나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합병 초기부터 영업이익 2배 증가 등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성과 기반에는 최희문 대표의 '인재 등용'과 '성과 중심 주의'가 깔려있다. 부실채권·담보대출 부문에서 업계 최고 인재를 끌어왔고 수익 50% 성과급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직장 내 수평적인 문화를 선도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든 점도 주효했다. 최 대표는 매주 자체 '딜 리뷰'에 직접 참여해 사업 리스크와 PF 관련 실무자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사업 리스크를 다루는 임직원간 자유로운 토론은 리스크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대표는 부동산금융을 포함한 기업금융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메리츠증권은 미분양 물량에 대해 대출을 시행하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 상품으로 큰 수익을 올렸고 시행사 지급보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에도 성공했다.

몸집을 키워온 메리츠증권은 2015년부터 최 대표 주도 하에 본격 외형 확장에 나선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의 통합법인이 2015년 6월 출범했으며 2017년 메리츠캐피탈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메리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대열에 합류했으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달성해 대형 IB로 지정됐다.

최희문 대표는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후에도 3억2500만 달러 규모의 '호주 케스트럴 광산 지분 거래'를 성사하는 등 해외 영업 영역도 꾸준히 넓혔다. 미국 항공기 운용리스업체로부터 항공기 20여 대를 1조원 규모로 사들이는 등 대규모 성과를 거뒀다.

최 대표는 2020년 이후에도 서울 마곡 복합단지 2조50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 장외파생상품 CFD 출시 등을 기반으로 리테일·기업금융·부동산 부문에서 고른 실적 개선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625억원이던 순이익은 2022년 8281억원으로 뛰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금은 7117억원에서 5조6919억원으로 올랐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매년 역대급 실적을 갱신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진은 최희문 대표 취임 이후 메리츠증권의 순이익과 자기자본금 추이. 사진=메리츠증권

◆ 위기와 사건사고

최 대표의 성과 중심 주의 이면에는 '높은 계약직 비율'이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계약직 비율은 62.2%로 업계 최고다. 업계에서는 높은 계약직 비율이 과도한 성과주의로 변질될 수 있으며 고용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메리츠증권은 계약직 인원들이 '성과 연봉'을 선택한 자발적인 인재라 해명한다. 다만 메리츠증권 내 직원 상위 10% 평균 연봉이 9억원에 육박하는데 반해 평균연봉은 2억원 정도라 급여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롯데손보와 펀드 판매 건을 두고 분쟁 중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6일 메리츠증권의 '프론테라 발전소' 관련 펀드 판매가 위법으로 자사에 큰 손실을 야기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롯데손해보험은 650억원을 투자해 전액 손실을 봤다며 "메리츠증권은 내부적으로 이 투자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안정적인 투자인 것으로 투자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현지 실사도 다녀온 건이라 위험성 고지를 안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 리테일 강화·신재생 투자 숙제… '구조화 금융' 전문가 면모 기대

앞으로 최희문 대표는 IT 융합과 금융당국 규제 완화로 업권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대비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 재활용 시설 등 새로운 영역 투자 기회를 모색하겠다 밝힌 만큼 '구조화 금융'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기대해 볼만하다.

메리츠증권이 부족한 부문 중 하나인 리테일 부문에서도 디지털 기반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CFD 등 새로운 서비스 육성과 비대면 고객 전담지점 운영으로 온라인 거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임기 내내 '1위 증권사'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는 증권사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2년 가까이 임기가 남은 만큼 메리츠증권이 증권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