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퇴출 '가향담배' 국내선 폭발적 판매 증가… 왜?

“미성년자 흡연 높인다” 미국·유럽 등 '완전 금지령' “정부 세수 감소 우려 규제책 마련에 미온적” 지적

2022-10-04     김미진 기자
‘가향담배’의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김미진 기자

[비즈월드] ‘가향담배’의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가향담배가 미성년자의 흡연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이유로 완전 판매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마땅한 규제책이 없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연구'에 따르면 올해 만 13~39세 흡연자 중 가향담배 사용자 비율은 77.2%로 2016년(64.8%)보다 12.4%포인트 증가했다. 조사 결과 가향담배 제품 사용률은 여자(78.4%)가 남자(75.9%)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만 13~18세 청소년이 85%로 만 19~24세(80.1%), 만 25~39세(74.5%)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흡연경험 응답자 6374명 중 67.6%(4310명)는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영향이 없었다’ 32.4%(2064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 ▲냄새를 없애줘서 ▲신체적 불편감을 없애줘서 순으로 답했다. 첫 흡연이나 최근에 사용한 가향 제품의 향은 만 13~18세에서는 '과일' 향이 가장 많았으나 다른 연령대에서는 '멘톨' 향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가향담배는 흡연 시도 뿐 아니라 흡연 유지 및 금연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경우 비가향 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았고 가향담배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10.9배나 높았다.

흡연 시도 후 현재까지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지 묻는 항목에서도 가향담배가 73.9%로 비가향담배(44.6%)보다 높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금연한 비율은 17%로, 비가향 담배 시작 후 금연자(19.6%)보다 낮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특유의 향을 담배에 첨가하면 자극과 저항감을 줄여 미성년자와 여성의 흡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멘톨을 포함한 가향담배 판매를 2024년까지 완전 중단키로 했다. 2009년 멘톨을 제외한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6년부터 가향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멘톨의 경우 2020년 완전 퇴출시켰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 제품에 멘톨향을 포함한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캐나다 역시 연방 담배법을 통해 멘톨을 포함한 가향담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배 총판매량은 2011년 44억갑에서 2020년 35억9000만갑으로 8억1000만갑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가향담배는 2억7000만갑에서 13억8000만갑으로 11억1000만갑 증가했다. 담배 총판매량에서 가향담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6.1%에서 38.4%로 급증했다.

현재 우리 정부의 가향담배 규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 3에 따른 ‘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 뿐이다. 가향물질을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 사용만 금지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향담배 규제에 관한 정부의 태도 역시 미온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담배에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하겠다는 금연 종합대책이 나왔지만 이후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다.  

일각선 이 같은 정부의 무관심이 ‘세수’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 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은 전체 담배 판매량의 40%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가향담배를 금지하게 된다면 분명 세수 확보에 큰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담배사업법 소관 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를 비준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규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향물질 첨가 금지 대상·범위 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선제적으로 실시해 담배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