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경북의 대지 위를 걷다…‘경북 동해안권 지질탐험 대장정’

대표적 지질명소 9곳과 주변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관광상품…‘걷고, 보고, 먹고, 쉬다’

2025-11-22     경북=손진석 기자
양남리 주상절리 탐방로에서 바라본 누워있는 주상절리. 사진=손진석 기자

[비즈월드] 경상북도는 수억년의 지질학적 역사를 품은 대지 위에 찬란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보물창고다.

기자는 이번 지질관광 투어에서 골굴사에서 시작해 성류굴에 이르기까지, 경북 동해안권의 대표 지질명소를 따라가며 대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과 그 속에 깃든 이야기를 만났다.

경상북도는 청송, 경북 동해안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울릉도·독도, 의성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내 지질관광 중심지다.

경상북도 지질공원에서는 주상절리, 동굴, 협곡 등 각 지역의 독특한 지질명소를 방문하고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자연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안내. 사진=손진석 기자

경상북도의 주요 지질공원으로는 먼저 기암단애, 주방천 페퍼라이트, 연화굴, 용추 협곡 등 다양한 지질명소가 있다. 

특히 주산지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있고, 경주시 양남면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대가 유명하며, 화산활동과 침식작용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경북 동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있다. 

또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다양한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의성 국가지질공원’은 2025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신규 지정되어, 옥동층의 다양한 암석과 지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가지질공원 지정을 준비 중인 곳으로, 옥동층의 다양한 암석과 지층을 볼 수 있는 ‘문경 국가지질공원’도 있다. 

골굴사 가는길. 사진=손진석 기자

◆ 신비로운 석굴 속 명상 ‘경주 골굴사’ 탐방과 경주 여행

6세기 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경주의 동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골굴사는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다. 

절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은 마치 대지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위엄을 뽐낸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을 넘어, 명상과 수행의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명상하며 지질과 정신의 깊이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골굴사는 주변 지형은 응회암(Tuff)으로 형성되어 있다. 신생대에 형성된 응회암 지층은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으로, 풍화와 침식에 민감하다.

광물 성분은 석영, 장석류, 운모, 버미큘라이트, 녹니석, 스멕타이트, 제올라이트(아날사이트 등)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미세구조를 가지고 있다.

골굴사는 대표적인 타포니 지형으로 수만많은 타포니가 형성되어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골굴사의 마애여래좌상은 응회암 암벽을 깍아 만들어 부식에 취약하다. 사진=손진석 기자

또 골굴사는 타포니 지형으로 유명하다. 타포니(Tafoni)는 작은 동굴이나 구멍 형태의 풍화 지형이 다수 분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암석이 풍화되면서 생긴 독특한 구조로, 골굴사의 마애여래좌상 주변에서 관찰된다.

타포니는 응회암의 물리적·화학적 풍화 작용으로 형성되며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경주에서 만날 수 있는 또다른 지질명소는 파도가 깎아낸 절벽 위에 펼쳐진 육각형의 기둥들이 대표적인 양남주상절리다. 

부채꼴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는 경주 양남리 주상절리. 사진=손진석 기자

양남 주상절리는 마치 거대한 조각가가 정성껏 다듬은 듯한 모습이다. 230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이 현무암 기둥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엿보게 한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도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주상절리의 장관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양남리 주상절리는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해안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부채꼴 형태의 독특한 주상절리 지형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형성 시기는 약 5400만년 전~460만년 전 사이, 신생대 제3기 에오세~마이오세 시기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탐방로에 있는 솟아오른 바닷가지형. 사진=손진석 기자

이곳의 지질형성은 지표로 분출된 용암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수축되어 육각형 또는 오각형의 수직 기둥 모양 절리가 생긴 것으로 주로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장석 등의 반정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인 수직형 주상절리와 달리, 부채꼴 형태로 펼쳐져 있어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이며 ‘동해의 예술작품’이라고 불리는 이곳 주상절리는 절리 방향이 지표면에 수직으로 발달한 특징을 보여, 암석의 냉각 이력(thermal history)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이곳 지질해설사가 이야기 한다.

주상절리 미디어센터 전망대에서 부채꼴 주상절리를 관찰해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하서항에서 읍천항 방향 주상절리 탐방로 안내. 사진=손진석 기자

하서항에서부터 읍천항까지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약 1.7㎞ 산책로를 걷다보면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감상 할 수 있으며, 경주 주상절리 미디어타워에서 부채꼴 주상절리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

경주에는 많은 관광자원이 있지만 특히 경주의 야경은 꼭 눈에 담아두기를 바란다. 

특히 월정교의 야경과 첨성대의 야경은 매력적이다. 다만 두곳의 거리가 제법 되는 관계로 온 밤을 보낼 결심이 필요하다.

월정교는 낮에 보면 조금 밋밋하다. 하지만 밤이라면 멋짐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은 수로를 가로질러 만들어져 있는 월정교는 해질녁부터 그 자태가 드러난다.

월정교의 야경을 먼저 만났다면, 이제 첨성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교촌 안길을 따라가면 계림이 나오고 계림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로터스 가든 엔 플라워 파크 방향으로 가다보면 멀리서부터 조명이 커진 첨성대가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경주 월정교의 야경. 사진=손진석 기자
첨성대의 야경은 공원 산책과 함께 여유롭게 먼곳에서 가까게 즐기면 좋다. 사진=손진석 기자

첨성대는 경주 중심부에 있는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경주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둘러보는 명소다.

그러나 밤에 첨성대 모습은 관람을 잘 하지않는다. 그러나 첨성대 주변에 형성된 공원과 함께 경주에서 특별한 한때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곳이다.

내년 2월 22일이전에 경주를 찾는다면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신라의 금관을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신라 금관 6점과 금 허리띠 6점을 한자리에 모은 사상 최초의 전시로 신라금관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볼 좋은 기회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라 금관 전시회에 전시 중인 신라금관. 사진=손진석 기자

104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금관 6점은 천마총, 금관총, 황남대총 북분 등에서 출토된 신라 왕실의 금관이 모두 전시고 있다.

사전예약을 통해 오전 9시 20분부터 박물관 정문에서 당일 입장권을 배포하고 있으며, 회차제로 운영해 30분 단위로 150명씩 입장, 하루 총 2550명 제한으로 신라의 금관을 만날 수 있다.

해안 단구가 손 조형물을 기준으로 1단과 2단이 나눠진다. 사진=손진석 기자

◆ 한반도의 아침을 여는 곳 ‘포항 호미곶’…숨은 보석같은 지질 명소 ‘힌디기’

매년 1월 1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해를 맞이하기 위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한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장소다.

특히 ‘상생의 손’ 조형물은 지질과 인문학이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로, 많은 관광객들의 사진 속 포토 포인트로 유명하다.

호미곶은 지질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장소다. 해안단구(海岸段丘)와 해식절벽 그리고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이 어우러져 독특한 해안지형을 이룬다.

해안단구가 잘 발달한 지역으로, 동해안의 지각 융기와 해수면 변동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로 계단 모양의 해안단구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호미곶의 해안단구는 동해가 열리면서 발생한 지각 융기와 해수면 변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동해안 남부에서 가장 잘 관찰되는 해안단구 중 하나다. 4단의 해안 단구 중 1단은 현재 해안선과 맞닿아 있으며 파도에 의해 침식 중이다. 2단은 현재 도로와 건물 밀집 지역이며, 3~4단은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다.

포항 호미곶 광장은 해안단구 2단에 속한다. 사진=손진석 기자

호미곶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경상 누층군의 퇴적암과 화산암 지층이 일부 분포하며, 포항 분지의 동쪽 경계에 위치한다.

인근에는 달전리 주상절리, 여남동 화석단지 등 다양한 지질 명소도 함께 분포하고 있다.

해안단구를 이해하려면 해안 지형과 자연 작용인 파식대(Wave Cut Platform)와 시스택(sea stack)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파식대는 해안선에서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평평한 바위면으로 파도가 지속적으로 부딪히면서 바위가 깎여 나가고, 그 결과로 생긴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시스택은 해안에서 바다로 돌출된 기암괴석으로,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남은 바위기둥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안선에서 떨어져 위치하며, 독특한 형태로 자연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지형들은 동해에서 불어오는 샛바람(동풍)이 연중 지속적으로 강한 파랑을 일으켜 해안 침식 작용을 유도해 해안단구 외에도 파식대, 시스택, 해식애 등 다양한 해안지형이 발달한다. 

호미곶 해안단구는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며, 2025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지역 중 하나다. 동해의 형성과 한반도 지각 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지질학적 타임캡슐로 평가받고 있다.

 하얀색의 바위 절벽인 힌디기가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포항에는 또 다른 태고의 흔적을 간직한 ‘포항 힌디기’가 있다. 힌디기는 포항의 숨은 보석 같은 지질명소로 고생대 퇴적암층과 함께 다양한 화석을 관찰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드러난 지층은 지질학자들에게는 연구의 보고이며, 일반 관광객에게는 자연의 역사책과도 같다.

포항 힌디기는 백색 응회암과 검붉은 현무암이 공존하는 독특한 화산지형으로,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힌디기의 백색 응회암 지형은 눈처럼 하얀 백색 응회암이 절벽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다.

이는 화산재가 굳어져 형성된 암석으로, 화산활동 당시 고온의 화산재가 쌓이며 만들어졌다. 

백색 응회암과 검붉은 현무암이 공존하는 힌디기 앞 모래사장의 흰색과 검붉은색의 작은 자갈과 모래. 사진=손진석 기자

힌디기 주변에는 선바우, 먹바우라 불리는 검붉은 바위들이 함께 분포한다.

이는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며 형성된 암석으로, 백색 응회암과 극적인 색 대비를 이룬다.

이곳 해변을 살펴보면 흰색과 검붉은 색이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모래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힌디기를 만나려면 선바우길 트레킹 코스를 이용해야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인 선바우길에 포함되어 있으며, 약 10분 정도의 짧은 트레킹으로 접근 할 수 있다.

방문당일 원래 접근하던 방향의 트래킹 코스가 보수 관계로 막혀 반대편에서 접근했다.

힌디기로 가는 탐방로인 테크길. 사진=손진석 기자

10여분 바다위로 난 트래킹 코스를 통해 걸으며 맑은 바닷물과 수만년을 통해 형성된 아름다운 지질 구조를 감상하다보면 멀리 하얀색의 바위 절벽을 만날 수 있다.

하얀 바위 절병은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절경을 연출해 자연의 색채 대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지명인 ‘힌디기’는 과거 ‘흰 언덕(흰덕)’이라 불리던 것이 세월이 지나며 변형된 이름으로, 백색 암석 지형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함께한 해설사가 귀띔했다.

죽도산 탐방 시작점인 블루로드 다리와 그 뒤로 죽도산이 보인다. 사진=손진석 기자

◆ 바다와 숲이 만나는 ‘영덕 죽도산’…화강섬록암의 향연 ‘영덕 해맞이공원과 약속바위’

죽도산은 이름처럼 대나무가 울창한 산으로, 해안 절벽과 숲이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의 암석은 중생대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다양한 퇴적 구조와 암맥, 페퍼라이트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 물결과 함께 지질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죽도산은 원래 섬이었으나, 파도에 의해 모래가 쌓이며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 형태로 변화됐다.

퇴적암의 생성부터 풍화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지질 교육에 최적화된 장소로 모래돌과 자갈돌이 들려주는 퇴적암의 역사와 진화를 관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다.

죽도산 탐방로 시작점. 사진=손진석 기자
죽도산 탐방로는 경사가 제법 있어 쉬엄쉬엄 가면서 경치를 구경하면 좋다. 사진=손진석 기자

죽도산 지질공원은 동방언덕 코스로 죽도산 정상과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데크로드를 따라 탐방하는 것이 최적 코스다.

시작은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 동방언덕 초입에서 정자가 있는 축산항까지 경로를 통해 역암, 역질사암, 점이층리, 사층리, 판상층리 등 다양한 퇴적 구조를 만날 수 있다.

또 고온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퇴적층 사이로 관입하며 형성된 독특한 혼성암 구조인 ‘페퍼라이트(peperite)’도 볼 수 있는데 지질학적으로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지질학적 중요도 뿐만 아니라 경관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해안선과 축산항 모습도 인상에 남는다.

탐방한 당일 마침 축산항에서는 물가자미 축제가 시작됐다. 영덕의 대표 수산물인 물가자미를 주제로한 지역축제로 전국 최초 ‘참여형 어촌문화축제’다.

죽도산 탐방로에서는 다양한 퇴적 구조를 만날 수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기존의 기획사 중심이 아닌 지역 어민·청년·상인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해 진행되는 축제는 현장 체험, 공연, 먹거리 부스 등 모든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이 주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영덕 물가자미 축제장 입구. 사진=손진석 기자

축제 시작전에 도착해 시작을 알리는 행사와 주변에 있는 각 부스에서 해산물을 구매해 직접 구워먹도록 해 둔 그릴에서 조개류와 반건조 생선 등을 구매해 그릴에서 굽기 시작하면서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물가지미 축제는 소소한 생활에서의 재미를 준다. 그리고 번잡하지 않지만 축제라는 흥겨움이 모두를 즐겁게 한다.

영덕 물가지미 축제장에서 건어물과 해산물을 구매해 직접 구워먹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특히 역덕의 인심을 보여주는 듯 이곳 축산면 청년연합회 회원들이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고구마와 어묵을 나워주면서 축제장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영덕 물가자미 축제 현장에서 축산면 청년연합회 일동이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고구마와 어묵을 나워주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영덕 해맞이 공원을 찾아가면 창포말 등대가 가장 먼저 반겨준다. 사진=손진석 기자

영덕에도 해돋이 명소가 있는데 바로 영덕 해맞이공원이다. 해맞이 공원은 일출 명소로 유명하지만, 지질학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핵심 명소로 포함되며, 2024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국제적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원 일대에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섬록암이 넓게 분포하며, 약속바위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형태의 암석이다. 자연이 만든 조형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영덕 해맞이 공원 약속바위로 가는 길은 제법 가빠른 경사길을 내려가야 도착할 수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영덕 해맞이공원은 약 2억년 전 형성된 화강섬록암이 드러난 지질명소로, 동해안의 지각운동과 마그마 활동의 흔적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해맞이공원 일대에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형성된 화강섬록암(granodiorite)이 넓게 분포해 있는데, 이는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며 굳어진 암석이다.

또 공원 내 대표 명소인 약속바위는 지각운동으로 인해 암석에 생긴 갈라진 틈이 독특한 형상을 이루며, 단층 작용과 풍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지형이다.

영덕 해맞이 공원 포토 포인트 약속 바위. 사진=손진석 기자

이곳은 파식 지형이 발달해 있는데 동해의 강한 파랑에 의해 해식애, 파식대, 해식동굴 등의 해안 침식 지형이 발달해 해안 지형 발달 과정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영덕 해맞이공원 포토 포인트는 약속바위로 손가락을 내민 듯한 형상을 가진 독특한 자연 암석으로, ‘약속하는 손’처럼 보여 이름 붙여졌으며,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연인·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울진 왕피천 케이블카 정류장. 사진=손진석 기자

◆ 원시의 숨결이 흐르는 ‘울진 왕피천 케이블카’

왕피천은 ‘한국의 마지막 청정 하천’이라 불릴 만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하천 주변에는 고생대의 퇴적암과 단층, 습곡 구조가 잘 드러나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그리고 암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원시의 세계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 사진=손진석 기자

왕피천의 지질과 생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케이블카다. 하늘을 가르며 내려다보는 왕피천의 곡류와 절벽 그리고 암석의 결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지질관광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왕피천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하는 곳은 울진 해맞이 공원이다. 해맞이 공원에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해안 일대의 여덟 명승지인 통천의 충석정, 고성 청간정, 심일포,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과 월송정을 일컫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인 망양정이 있다. 

울진 망양정에서 바라본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사진=손진석 기자

울진의 해맞이 공원은 여행의 피로를 잠시 달래는 곳으로 좋다. 잘 가꿔진 공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가신다. 특히 가을의 끝자락 알록달록 가을 낙엽과 낮게 피어 있는 들꽃들이 산책로에서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걷다 보면 관동팔경인 망양정이 보이면 언덕 위에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은 정자를 잠시 바라보며 오래전 선비들의 포부를 들어보려 귀를 기울여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소리가 실려 오는 듯하다. 발걸음을 이어 망양정에 오르면 탁트인 풍경이 왜 관동팔경인지 알 것이다. 

울진 해맞이 공원의 소리길. 사진=손진석 기자

망양정에서 바라본 왕피천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모습이 고고히 바다와 견주고 있는 모습이 물러섬이 없어 보인다.

눈을 돌려 동해바다를 바라보면 망망대해 멀리까지 푸르른 바다와 그 너머 하늘의 구름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린듯해 발길을 잡아둔다.

망양정을 벗어나 다시 산책을 이어가다 보면 소리길을 만날 수 있다. 산책길 위로 풍경이 불어오는 바람에 어여쁜 소리를 내며 피로를 풀어준다. 

성류굴 가는길 입구. 사진=손진석 기자

◆ 석회암 동굴의 정수 ‘울진 성류굴’…경북 지질관광 관장하는 ‘경북동해안지질센터’

마지막 여정은 울진의 대표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이다.

지하금강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지질학·생태학·역사적 가치를 모두 갖춘 복합적인 명소로 연중 15~17℃의 서늘한 기온으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인기가 높다. 

성류굴은 공룡이 등장하던 시기와 맞먹는 중생대 초기인 2억5000만년 전 형성된 동굴로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발달해 있다. 

성류굴의 암석은 석회암으로 구성된 동굴로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당시 얕은 바다에 퇴적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의 유해가 굳어져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굴은 전체 약 870m이며, 일반에 공개된 구간은 약 270m다. 

성류굴을 탐방 중인 관광객들. 사진=손진석 기자

성류굴은 빙하기 수위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물에 잠긴 석순은 과거에는 물 밖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며, 지질 시대의 해수면 변동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또 지진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일부 석주가 지진으로 인해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남아 있어 지각 운동의 증거로 활용된다.

성류굴을 탐방했다면 성류굴 관광지 초입에 있는 경상북도 지질관광을 관장하고 있는 경북동해안지질센터를 방문해보자.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센터 전경. 사진=손진석 기자

경북동해안지질센터는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의 거점 시설로, 울진군 성류굴 인근에 위치하며 지질 전시·교육·홍보를 통해 지역의 지질유산을 알리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경상북도, 경북대학교, 지질공원 운영위원회 등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는 지질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지질관광을 떠나기 전 또는 마무리로 방문해 다양한 동해안권의 지질에 대해 알아보기 좋은 장소다.

전시관에는 선캄브리아기부터 신생대까지 수십억 년의 지질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암석 전시실과 동해 형성과 관련된 지구조 운동, 화산활동, 해안 침식 등 다양한 지질 현상 소개하고 있으며, 해설사가 항시 대기 중이므로 편안하게 방문하면된다.

센터의 암석 전시실. 사진=손진석 기자

센터에서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질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오트레일 탐방과 지오캠프, 지질대장정, 체험학습 등 청소년 및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더불어 지역 지질명소(경주, 포항, 영덕, 울진)의 지질 정보 수집·연구 그리고 지질공원 파트너십 운영, 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의 특징적인 암석을 전시,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이번 경북 지질명소 투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대자연이 기록해둔 시간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정이었다.

그동안 우리의 여행에서 소외되었던 지질명소를 통한 관광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수천만년의 지질학적 사건을 품고 있는 등 지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위에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고 있다. 

지질관광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경북의 대지 위를 걸었던 이번 여정은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기회가 됐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