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508조원 투자…관건은 '자금 순환'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 투입…5대 금융그룹 중 최대 하나금융 100조원, NH농협금융은 108조원 공급 우리금융 80조원 투입…단순 대출 확대가 아닌 생산적 자금 흐름으로"
[비즈월드] 국내 5대 금융그룹이 5년 동안 생산적·포용 금융을 목적으로 총 508조원이라는 한 해 국가 예산에 버금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은행권의 자금을 중소·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자산 유동성의 패러다임 전환의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인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이 5년 동안 총 5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을 위해 중소·중견 기업과 소상공인, 금융 취약 계층 등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시중에 투입하기로 했다.
5대 금융 그룹과 생산적·포용 금융의 혜택을 받는 기업 간의 장기적으로 자금 순환이 원활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을 공급하기로 해 5대 금융그룹 중에 최대 규모다.
하나금융은 100조원, NH농협금융은 108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9월 5일 금융업계 중 가장 먼저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를 위해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산적·포용 금융은 이재명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내세운 핵심 금융 정책 중에 한 개인데, 부동산에 쏠린 은행권의 자금을 중소·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유입되도록 경제 구조를 대전환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은 미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전략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에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공급한다.
이 중 생산적 금융은 93조원, 포용 금융에는 17조원을 오는 2030년까지 약 5년 동안 지원하게 된다.
먼저 93조원 중에 투자 금융 25조원(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내 자체 투자 15조원)과 전략 산업 융자(기업 대출) 68조원을 각각 공급한다.
전략산업 융자의 경우 5년 동안 68조원 규모로 첨단 전략 산업과 유망 성장기업 등에 자금을 투입한다.
15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투자를 통해 생산적 금융(자산운용·증권·투자)과 관련한 펀드 결성과 유망 중소기업 등을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는 모험자본 공급 등을 지원한다.
포용 금융 17조원은 서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성장과 재기 지원, 자산 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지원과 채무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추진된다.
신한금융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오는 2030년까지 최대 9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경제 상황,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해 그룹의 자체적인 금융 지원 규모는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주요 그룹사가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을 비롯해 기후·에너지·인프라·K-콘텐츠·식품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적을 두고 있다.
신한금융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형 참여 펀드인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초혁신 경제 성장지원 추진단'을 통해 부동산을 제외한 일반 중소·중견기업에 72~75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대출을 공급해 산업 자금의 균형적 순환을 촉진할 예정이다.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금융 취약 계층의 신용 회복과 재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최대 17조원 규모의 포용적 금융을 병행한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생산적·소비자 중심·신뢰 금융 등 ‘3대 금융 대전환’을 이행하기 위해 84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과 16조원 규모의 포용 금융을 공급한다.
하나금융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투자 지원을 위해 ▲모험자본 공급 2조원 ▲민간 펀드 결성 기여 6조원 ▲첨단산업 투자 1조7000억원 ▲지역 균형발전 투자 3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해 각각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6조원 규모의 포용 금융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영 안정과 금융비용 완화를 위해 5년 동안 총 12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한다.
또 매년 100억원 수준의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상 차주라도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차주를 선별해 장기 분할 상환, 금리 감면 등 신속한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NH농협금융은 총 108조원 중에 생산적 금융에 93조원, 포용 금융에 1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는 첨단전략 산업과 지역특화 산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농업·농식품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용 펀드를 조성해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포용 금융에 7조원 등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지난 9월 5대 금융그룹 중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융 자금 투입과 동시에 건전성 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기업 대출의 경우 가계 대출보다 담보 의존도가 낮고, 리스크(위험) 평가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금융·하나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의 올 3분기 기업 대출 잔액은 733조8462억원으로 지난해(727조3428억원)와 비교해 0.89% 증가했다.
기업 대출 잔액이 늘면서 이들 4대 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0.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0.33%) 보다 0.07%p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10%p 오른 0.5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 여신’(NPL)도 올 4조8769억원으로 지난해(4조1784억원) 비교해 16.72% 증가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자금 여력과 맞물리며 연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산업 성장과 금융 생태계 기여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은행권은 단순 대출 확대보다는 생산적 자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질적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비즈월드=박제성 기자 / pjs84@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