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소비자부터 중소상공인, 택배·물류 종사자까지 한목소리…"새벽배송 멈추면 생존 붕괴, 민노총 억지 멈춰야"
[비즈월드]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명분으로 심야(자정~오전 5시) 새벽배송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소비자·택배기사에 이어 중소 제조업계와 소상공인 단체까지 총력 반발에 나섰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중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짓밟는 반(反)민생적 행위”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여기에 물류센터 직원 등도 “과로가 오히려 유발된다” “소중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반응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중소상공인 단체 "생존 기반 붕괴…정부, 노동계 주장 휘둘려서 안돼”
한국중소상공인협회(한중협)는 입장문을 내고 “새벽배송은 단순히 대형 유통사의 사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 식품제조업체, 납품업체, 농가가 이 시스템에 맞춰 성장해 온 생태계”라며 “새벽배송 중단은 이들의 거래망 단절과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한다”고 밝혔다.
한중협은 또 새벽배송 전면 금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중협은 “야간배송은 상당수 기사와 종사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측면도 있다”며 “모든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이들의 일할 자유와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시간 조정, 휴식시간 보장 등 현실적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역시 지난달 31일 공개한 성명서를 통해 “일부 노동단체의 이익만을 앞세워 수많은 중소자영업자와 온라인 입점사업자들의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는 황당무계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새벽배송 금지’가 ‘택배 없는 날’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온라인 유통시장 전체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폐업과 파산 위기로 내몰아 생태계 전체를 침몰시키는 ‘파괴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이들은 “정부는 노동계 일방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소모적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제조업계 "유통 생명선 끊겨"…정부 산하 연구원도 피해 우려
앞서 지난달 31일 전국 100여 개 식자재 및 생활필수품 중소 제조업체로 구성된 한국상생제조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새벽배송은 중소 제조업체와 농가가 시장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통의 생명선”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회는 “지방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매일 아침 전국 소비자 식탁에 도달하는 구조 덕분에 폐기 없이 제값을 받고 납품할 수 있었다”며 “이 유통선이 끊기면 재고는 쌓이고 현금흐름이 막혀 자금 여력이 약한 중소업체와 농가 생존도 함께 멈춘다”고 호소했다.
이런 중소업계의 우려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분석으로도 뒷받침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새벽배송 금지 시 발생할 5대 피해로 ▲신선식품 수급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익성 악화 ▲유통망 단절 및 판로 축소 ▲고용 및 지역경제 위축 ▲소비자 신뢰 하락을 꼽았다.
보고서는 쿠팡 ‘로켓프레시’ 등에 입점한 농어촌 중소상공인의 매출이 최근 3년간 최대 5배까지 증가한 사례(경남 창녕 신신팜 등)를 제시하며 새벽배송이 이들의 핵심 판로로 정착했음을 명시했다.
특히 금지 시 음식점·카페 등은 식자재 조기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농가·소상공인은 복잡한 도매 유통(5~6단계)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어 중간 마진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과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 “새벽배송 99% 계속 쓸 것”…택배기사 “모두 일자리 잃는다”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는 50만,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도 23만 곳에 달하며, 새벽배송으로 판로를 넓힌 지방 농가도 100만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핵심 유통망이 일시에 마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소비자단체와 일부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중단에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9명(89%)이 새벽배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98.9%가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200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쿠팡 직고용 기사로 구성된 쿠팡노조(쿠팡친구) 역시 “새벽배송은 쿠팡 물류의 생명과도 같은 핵심 경쟁력”이라며 “심야배송이 금지되면 이들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고, 주간 배송이 몰리면 교통체증과 민원 등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으며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낮시간에 충분히 쉬고 있다” “새벽에 스트레스 안 받고 사람들 부딪히지 않고 일하는데 날벼락과 다름없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초심야 배송 금지=새벽배송 금지와 동일”…물류센터 직원들도 “과로 더 유발”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측은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 힘 대표는 SNS를 통해 “새벽배송 금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민노총이 새벽배송이 아니라 초심야 배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며 “다 말장난이며, 0시~5시 초심야 배송 금지 역시 명백히 ‘새벽 배송 금지’”라고 전했다.
택배업계에선 민주노총 주장대로 오전 5시부터 시작하는 새벽배송은 택배기사들의 적재·분류 시간과 배송 물량과 지역, 교통체증, 택배기사 업무 편의성과 수입감소 등 모든 것을 감안해 불가능한 조치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배송 물량을 줄이기 위해) 새벽배송 품목을 줄이자”고도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새벽에 필요한 물건이 다양한데, 이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특히 물건을 출고, 분류하는 물류센터 직원들은 SNS 등에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밤샘 분류 작업을 하는 물류 현장 피해자들이 늘어난다” “품목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물류업계 입출고, 재고관리 등을 담당하는 현장직은 전국에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택배업 등을 포함한 물류 전체 종사자는 2023년 기준 85만명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에 배송할 물량 출고를 제때 소화할 수 없고, 일이 몰려 들면서 물류센터 업무강도가 늘어나고, 오히려 물건 입출고 등을 담당할 직원의 과로가 유발되는 ‘풍선효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노총의 이기적인 제안에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피력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