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산균' 연구 50년…hy, '프로바이오틱스'로 해외·신사업 진출 박차
수입 균주 대체할 국산 유산균 최초 개발…5096종 보유 위·장 유산균에서 배달·펫푸드까지…신사업 전개 기반 확보 지난해부터 해외 공략 본격 드라이브…美·中·동남아에 브랜드 알린다
[비즈월드] '국산 유산균' 발굴을 목표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약 50년 동안 이어온 hy(구 한국야쿠르트)가 신사업 진출과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인체에 이로운 미생물을 통칭한다. 구체적으로 체내에서 소장과 대장까지 도달·증식하는 미생물이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정받는다. 유산균이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하는데, 그중에서도 유익성이 입증된 유산균만이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정을 받는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요거트,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에 다량 함유돼 있으며, 장 건강 유지, 소화 개선, 면역력 강화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y는 지난 1976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유산균을 연구해왔다. 중앙연구소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기업 부설 연구소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기업이 발효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입 균주를 사용해야했다. hy는 한국인 신체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약 20년간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한국형 비피더스 균주 'HY8001' 개발에 성공해 '떠먹는 발효유 슈퍼100'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개발해왔다.
이후로도 hy는 '균주 확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균(菌)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전국 식당, 시장을 돌며 젓갈, 메주, 탁주 등에서 균주를 추출해 배양하기도 했다. hy의 중앙연구소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모은 5096종의 균주를 보유 중이다.
124건의 등록 특허, 150편의 국내외 논문으로 경쟁력도 갖췄다. 또 251종의 천연물 라이브러리를 확보해 소재 개발 범위를 넓혔다. 이는 hy가 발효유 시장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영역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김주연 hy 중앙연구소 신소재 개발팀 팀장은 “hy는 5096종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프로바이오틱스 집합소”라면서 “세계적 수준의 K-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hy의 연구 성과는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7월에는 프로바이오틱스 ‘HY7017’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규 건강기능식품 원료(NDI)로 등록했다. 지금까지 총 5종의 균주를 등재했다.
◆'프바틱' 수요 증가에 웃음짓는 hy…신사업 모색도 계속
프로바이오틱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크게 주목받는 성분이다.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유행하는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늘어감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2022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조8936억원 대비 26% 이상 성장했다. 그중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8900억원에 이른다.
hy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기반으로 한 발효유 사업을 지속 확장하면서도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먼저 배달 서비스 '노크'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서 hy는 배달업체 매쉬코리아를 인수한 바 있다.
노크를 통해 발효유 제품을 포함한 신선 제품을 소비자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목표다.
온라인몰 '프레딧'도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프레딧의 유료 멤버십 가입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hy 매출에서 프레딧이 차지하는 비중도 30%가 넘는다.
hy는 자사 제품을 프레딧을 통해 선보이고 있으며, hy의 요구르트 제품을 곳곳으로 직접 전달하는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해 신선 배송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펫푸드 사업에도 진출했다. hy는 지난 2020년 반려동물 브랜드 '잇츠온 펫츠 펫쿠르트'를 론칭하며 펫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속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자사 유산균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펫푸드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펫쿠르트 리브(Petcurt Live)' 등 펫푸드 히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hy에 따르면 올해 펫쿠르트 브랜드 제품 판매량은 2023년 대비 지난해 75% 성장했다.
특히 반려동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같은 기간 프리미엄 간식 판매도 최대 42% 확대됐다.
hy는 영양 보충용 제품 라인업 강화, 시니어 펫 전용 제품 확대 등을 전략으로 내세워 펫푸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술 기반의 펫푸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자체 배송망인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中으로 美로…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 낸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hy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중국, 미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엔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사업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hy의 첫 해외 진출지로 꼽힌다. 내수 시장의 한계, 저출산에 따른 발효유 소비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hy는 이웃나라 중국을 공략지로 삼았다.
hy는 지난해 대표 발효유 제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중국 내 온·오프라인 시장에 입점시켰다.
올해 3월 중국 전역의 패밀리마트 2200여개 점포와 세븐일레븐 600여개 점포에 주력 브랜드 ‘윌’을 공급하며 오프라인 진출을 본격화했다.
hy의 올해 해외 시장 공략 전술은 '현지화 강화'다.
hy는 지난 2월 북미 최대 아시안 마트 체인 ‘H마트’에 ‘윌’을 입점하면서 미국 서부 지역 20개 매장을 시작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커피 브랜드 ‘하이브루’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고 현지에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hy는 태국 유제품 기업 ‘더치밀’과 협업해 현지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hy 관계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 관련된 연구를 이어 온 hy는 No.1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넘어선 미래 Beyond Probiotics을 향한 연구도 꾸준히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이효정 기자 / bombori61@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