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의약품 특허 연장제…"제네릭 조기 출시 길 열렸다"
품목 허가 후 특허권 최대 14년·연장 특허 1개 제한 제네릭 조기 출시 가능해지고 특허 분쟁 감소 전망 "신약·제네릭사 간 합리적 균형 위한 제도 재정립 必"
[비즈월드] 개정된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제네릭 조기 출시 가능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허 보호 기간에 상한이 생기고 연장 가능한 특허 수 역시 제한되면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 수와 존속기간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외국계 제약사의 신약들이 오랫동안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이어져왔다.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제네릭의 빠른 시장 진입이 유도되고 특허 분쟁 역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약 개발 기업의 권리 보호와 제네릭 기업의 시장 접근성 등에 대한 합리적 균형을 연장제도의 재정립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개정된 '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의 존속기간 연장'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해당 제도는 의약품 특허가 식약처 허가 등을 받는데 장시간 소요돼 특허를 받았음에도 허가 등을 못받아 실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을 최대 5년 내로 연장해 보상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에 상한이 없었고 하나의 품목 허가에 대해 연장 가능한 특허 수에도 제한이 없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을 14년, 유럽의 경우 15년으로 못 박아 놨다. 연장 특허 수 역시 모두 1개 허가당 1개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의약품들의 특허권 존속기간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연장됐다. 또 품목 허가 의약품과 관련된 특허가 여러 개라 하더라도 특허가 먼저 등록되고 이후 품목 허가가 이뤄졌다면 해당 모든 특허가 존속기간 연장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계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장기간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이어져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PBMA FOCUS' 31호에 실린 김지희 변호사(현 사이노슈어 루트로닉 법무팀장)의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의 개정'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99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연장 등록된 의약품 특허 중 91.5%가 외국계 제약사의 소유였으며 내국인 출원은 8.5%(71건)에 그쳤다.
해당 기간 의약품 특허의 연장등록 출원 때 평균 등록률은 81.6%(총 750건 중 612건), 유효 특허권 존속기간이 허가 후 14년 이상인 의약품 특허는 18.1%(612건 중 111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의약품 특허정보(의약품 안전나라)에 등재된 의약품 성분 790개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392개(49.6%) 성분이 각각 2개 이상의 특허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 복제약(제네릭·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지연됨에 따라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이 제한되며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특허청은 '의약품의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은 ▲의약품 허가 등으로부터 14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두고(특허법 제89조제1항 단서) ▲하나의 허가 등에 대해 연장 가능한 특허권 수를 1개로 제한한다(특허법 제90조제7항)'는 단서와 조항을 신설했다.
업계에선 개정된 특허법 시행에 따라 복수의 특허권을 가진 성분들에서 한 개의 특허권만 연장할 수 있게 되면서 제네릭 의약품 출시가 기존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제네릭 출시를 위한 제네릭 기업들의 특허소송 비용 절감과 특허분쟁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약품 특허권을 보유한 신약 개발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관련 특허를 연장출원하던 기존 전략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변화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특허 보호 기간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신약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짧아져 신약 개발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신약과 제네릭 기업 간 합리적 균형을 위한 연장제도의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지희 변호사는 "제약 특허권자가 허가 등의 절차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연장기간 규정에 대한 정비뿐 아니라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 규정 또한 재정비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세계적 규정 현황과 국내 제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장기간 산정방식 개선 등 신약과 제네릭 기업 간의 합리적 균형을 찾는 연장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기업들은 특허권의 실질적 권리범위가 인정될 수 있는 양질의 특허를 확보해 선택적으로 연장하는 전략을 통해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고도의 기술개발과 특허 확보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의약품 특허 지식과 기술 수준의 상향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