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다시 뛰는 100년③] 필리핀서 진로 유통만 38년…현지 조력자 'K&L'
최근 필리핀 마닐라 소재 본사서 만난 강정희 K&L 대표 父 이어 2대째 ‘소주의 가능성’ 믿고 진로만 수입·유통 하이트진로 현지 법인 설립 전부터 '진로(JINRO)'에 진심
[비즈월드] "저희는 1987년 필리핀에 소주라는 것이 없었을 때부터 진로를 유통하기 시작한 회사다. 처음에는 일본과 한국 식품을 했었지만 소주의 가능성을 믿고 오직 '진로(JINRO)' 소주 하나만 30여 년 넘게 취급하고 있다." (강정희 K&L 대표이사)
필리핀에 대한민국 대표 주류명가의 소주 브랜드 '진로(JINRO)'가 정착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것은 비단 하이트진로 뿐만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법인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소주의 가능성을 믿고 터를 닦아 놓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하이트진로의 현지 유통 거래처인 K&L JINRO INC.(이하 K&L)이다.
K&L은 필리핀 마카티에 본사를 둔 진로 수입·유통 기업으로 약 38년 동안 현지 시장에 진로 소주를 공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본사의 직접 진출 이전부터 현지에서 유통망을 구축하며 진로의 입지 확장의 토대를 마련했고 지금은 하이트진로의 '진로의 대중화' 비전을 함께 일궈가는 동반자로서 견고한 동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진로와 함께한 38년의 여정은 과연 어땠을까.
지난 22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K&L 본사에서 아버지를 이어 2대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강정희 대표(51세)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직 '가능성'에 걸었다...ONLY 진로 전문 유통사
강 대표는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건너온 교민이다. 초기만 해도 K&L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일본·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회사였다고 한다.
강 대표는 "원래 한인들을 상대로 시작한 회사인데 당시에는 소주라는 것 자체가 필리핀에 없었다. 사케는 알려져 있었는데 30년 전에는 일본 교민이나 식당이 더 많아 그 나라 문화의 색이 더 짙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갈수록 한국 교민들이 늘어나고 또 진로를 알게 됐는데, 아버지가 다른 품목을 다 정리하고 오직 진로에만 집중하기로 결단했다"고 진로 유통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러면서 한국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 있는 한국 유통 업체 중에 한 가지만 취급하는 곳은 없다. 모두 종합상사의 성격인데 우리는 소주의 가능성을 봤기에, 진로 소주만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벽이 높았다고 한다. 필리핀은 맥주와 브랜디 등의 주류 카테고리 소비량이 큰 국가로 그마저도 일부 현지 기업들이 점유율을 독식하고 있다.
또 사케와 같은 일본 주류가 유명했던 터라 소주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알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소주에 대한 인지도가 전무했다. 녹색병도 낯설었고 필리핀 자체 주류의 소비량이 컸다. 수입 제품은 일본 주류에 크게 기울어져 있어 초기에는 소주에 대한 주문량 자체가 적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다만 가능성을 내다보고 결단한 만큼, 이들 부녀는 계속해서 전진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층이 한국 교민 한정에서 현지인들로 확대됐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초기 사업은 한인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로컬 시장으로도 확장됐다"면서 "다양한 경쟁 브랜드가 있었지만 진로 소주를 경험해본 현지인들은 다시 진로 브랜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락다운(Lock Down) 시기에 한국 드라마 영향으로 삼겹살과 소주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진로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전했다.
또 "교포분들도 큰 힘이 됐다. 오래 전에 계셨던 필리핀 1세대 한인 교포분들이 진로 제품을 많이 알려왔고 그 노력으로 기반이 다져졌다. 또 한류를 타고 진로 소주가 유명해지게 됐다. 우리는 그것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기를 한참. 1991년에는 하이트진로 본사에 허락을 받고 사명을 K&L JINRO INC.로 변경하게 됐다고 한다. 필리핀 내 유일무이한 진로 전문 유통사라는 입지가 공식화된 것이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과의 동행…성장의 가속화
이후 2019년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이 들어오면서 K&L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된다.
강 대표는 "법인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사실 놀랐다. 필리핀 시장이 타 국가에 비해 잘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사실 그 전까지는 로컬 식당(현지인 위주)을 뚫기 위해 진로를 들고 샘플링을 다녀도 한계가 있었는데 법인이 들어온 후에는 프로페셔널한 직원들(본사 주재원)의 체계화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못했던 다른 부분까지 확장해서 신경 쓸 수 있게 됐고 결론적으로 법인 설립 이후에 K&L의 영업력도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K&L은 교민과 로컬 CVS에 납품하며 전체 필리핀 시장의 진로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라며 "처음에는 물류창고 한 군데서 판매 전체를 커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지사를 만들었는데 그 계기도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L은 마닐라(본사)·팜팡가(북쪽)·세부(남쪽) 등 3곳에서 지사를 운영 중이다.
물류창고 규모는 모두 합쳐 약 4500스퀘어에 이른다고 한다. 마닐라 2500스퀘어, 팜팡가 1500스퀘어, 세부 500스퀘어 등으로, 1000스퀘어 창고 하나에 컨테이너 36개 적재가 가능하다.
지사를 늘린 배경에는 꾸준히 늘어나는 진로 판매량이 있다. 팜팡카주 내 도시 클락 지역에서만 월 10컨테이너(1컨테이너당 1260박스, 1박스에 20병) 이상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세부 지역도 계속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역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사를 설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지사가 없는 지역까지 커버도 충분하다.
강 대표는 "팜팡가를 중심으로는 북쪽 끝까지 물류 커버 충분히 가능하고 남쪽 세부를 통해서는 보라카이 등까지도 커버가 충분 버스로 24시간을 가는 지역까지도 팜팡가에서 커버 가능한 상황"이라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2020년 3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하다가 코로나19 시기 때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회복해 현재는 두자릿수 성장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제 필리핀에서 진로를 못사는 지역은 거의 없다. 산 꼭대기까지도 관광버스 등에 실어서 배달이 가능하다"며 "필리핀 전역에 세븐일레븐이 약 4400여 개가 있는데 진로가 모두 입점돼 있어 이를 통해서 제품 보급이 다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마닐라 본사의 물류창고에서는 K&L 직원들이 끊임없이 진로 제품을 유통차량에 적재하고 있었다. 브랜드 마스코트인 진로 두꺼비가 그려진 차량들은 물류창고를 꽉 채운 진로 소주들을 싣고 필리피노들의 일상 속으로 매일 달려간다.
"진로와 함께 자랐다"는 강 대표는 이제 진로의 가능성보다 미래를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K&L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다.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늘 시작이라고 여긴다"며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팜팡가는 지사 설립 5년 정도 됐고 설립 3년 차 이후 두 자리 수로 성장하고 있다. 세부도 2~3년 정도 이후 두 자리 수 성장 목표로 한다"고 목표를 말헀다.
진로 소주를 향한 K&L의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하이트진로의 '진로의 대중화' 비전이 필리핀,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칠 날이 기대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