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다시 뛰는 100년①] 필리핀에서 찾은 '진로'의 갈 길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서 기자간담회 개최…'진로의 대중화' 방향성 제시 현지인 일상에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도 낸다

2025-05-27     필리핀(마닐라)=김미진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필리핀=김미진 기자

[비즈월드] "소주·맥주를 전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소주의 세계화 선언에 이어 지난해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천명했다. 필리핀은 소주의 세계화는 물론 진로의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다. 2019년 필리핀 법인 설립 이후 이곳 필리핀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대한민국 소주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소주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백년기업 하이트진로가 '진로(JINRO)'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걸음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국민을 넘어 이제는 세계인의 일상에 함께하겠다는 포부를 전한 데 이어 필리핀에서 글로벌 비전 ‘진로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엿보면서다. 

필리핀 주류시장에 대한 첨예한 분석을 통한 현지화 전략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하이트진로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 동남아 시장에서의 소주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진로의 현지화를 위해 달려온 노력과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 장인섭 전무, 황정호  전무, 정세영 상무, 국동균 필리핀법인장 등 하이트진로의 국내외 임직원들은 물론 필리핀 현지 유통사인 PWS, K&L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먼저 김인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제 해외에서 소주는 더 이상 한국음식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지인들이 찾는 편의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독립된 카페 등에서도 참이슬 진로는 트렌디하고 친근하며 즐거운 술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 포트폴리오, 그리고 철저한 유통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 올해는 하이트진로의 진로 대중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제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화된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현지인들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며 "필리핀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앞으로 글로벌 주류시장에서도 참이슬 진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 소재 현지 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포트폴리오. 필리핀=김미진 기자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7월 필리핀을 동남아 시장 확장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해 진로 소주의 현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한다. 

그로 부터 약 6년 가까이 흐른 현재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국가 중 현지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된 시장으로 평가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약 1억여 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다. 이는 전 세계 14위에 해당한다. 또 2023년 기준 약 5.6%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산층의 성장과 가처분 소득 증가에 힘입어 주류 시장 또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전히 산미구엘과 지네브라 산미겔, 탄두아이, 엠페라도르 등 현지 대표 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주의 인기 역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수출액으로 증명된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23년 우리나라의 필리핀 소주 수출액은 446만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120.4%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468만 달러였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이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필리핀=김미진 기자

소주 수출과 함께 필리핀 현지시장 속 진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날 필리핀 법인의 성과와 전략에 대해 발표한 국동균 필리핀 법인장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 기준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비교했을 때 진로는 약 67%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국동균 법인장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진로의 주요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된 점 ▲과일리큐르에서 일반 소주로의 음주 문화 변화 ▲대부분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을 꼽았다. 

특히 초기 필리핀 소주 시장은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재외동포청 자료 기준 지난 2013년 약 8만8000명이었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4000명으로 약 61%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한 데 이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보였다.

진로의 주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8만 명이던 필리핀 교민이 현재 3만 명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주 시장은 늘어나고 있고 이는 소주 대중화의 지표로 볼 수 있다. 외부 성장 동력 없이 자체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과일 소주보다 일반 소주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과일 소주로 촉발된 관심이 일반 소주로 넘어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내 소주 판매 구성비 기준으로 과일리큐르 제품이 약 6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일반 소주의 비중이 약 68%를 기록하며 재역전됐다고 한다. 

이는 필리핀 내에서 한국과 유사한 주류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풀이된다.

다양한 플레이버의 과일리큐르 제품을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 경험을 제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일반 소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이트진로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 진출 초기 한인 소비층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진로 소주의 입점을 성사시켰다. 

필리핀 내에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갖추며 높은 시장 접근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동균 법인장은 진로가 가정 내 일상 소비부터 외식·유흥 채널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소비자 일상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동균 법인장은 "현재 ‘사리사리’ 라는 소규모 구멍가게를 제외한 모든 가정채널에 진로 제품이 대부분 진열돼 있고 필리핀에 있는 한국 스타일 식당에서는 100% 판매가 되고 있다"며 "지금보다 진로의 현지화가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필리핀 로컬 식당에서 하이트진로 소주가 판매가 되는 것이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현지 커피 브랜드 BFC(But first, coffee)와 협업한 소주 칵테일 음료 'Sour Candy'. 필리핀=김미진 기자

또 이날 국동균 법인장은 ▲필리핀 경제 성장에 따른 고급화 ▲K-컬쳐의 영향력 ▲소셜 미디어의 인기 ▲소셜 리추얼 등 현지 주류 시장 트렌드의 변화를 언급하며 이에 발맞춘 필리핀 법인의 진로 현지화 전략도 소개했다.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은 필리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특히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동시에 높이고 대중성과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현지 커피 브랜드 BFC(But first, coffee)와 협업해 소주 칵테일 신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또 다른 커피 브랜드 WIDEYE(Wideye Coffee)와 협업 제품을 준비 중이다. 

국동균 법인장은 “커피와의 협업을 통해 더 가까이 가자는 생각에서 기획을 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BFC(But first, coffee)라는 커피 브랜드와 함께 4종의 어떤 과일 소주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출시를 했다”며 “올해는 추가적인 다른 브랜드 커피 브랜드와 함께 협업 제품을 개발 중인데 현재까지 개발된 2종의 커피 베이스의 칵테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인기 삼겹살 프랜차이즈 ‘삽겹살라맛(Samgyupsalamat)’과 ‘로맨틱 바보이(Romantic Baboy)’와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음식과 소주의 페어링 문화를 현지에 적극 확산시키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필리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필리핀 법인이 전 세계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