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 돋보기⑨] 관광통역사 부족 문제 해법은 ‘제도적 개선과 유연성 필요’
특수언어권 가이드 충분하면 정부 3000만명 관광객 모집 충분히 빠른 기간 내 가능
[비즈월드] 팬데믹 이후 여행업을 하는 데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바운드 여행업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통역사에 대한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방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광통역사의 부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바운드 여행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한국 내에서 소비를 유도한다. 숙박·식음료·교통·쇼핑·문화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의 소비를 유도해 관광 수입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100만명 이상으로 약 20조원의 관광 수입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광통역사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관관통역사는 2~3만명 수준 영어와 중국어, 일어 가이드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 증가하는 아랍어, 동남아 국가,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 등 특수언어권의 가이드는 극소수가 있어 인바운드 업체들은 고용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현재 관광통역사 자격을 취득한 관광통역사 중 80% 이상이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들 모두를 관광통역사의 통계에 넣고 관광통역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자격증 관리에 대한 부재에 대해 정부에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지만 아직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통역사는 관광진흥법 39조 및 관련 시행령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에서는 유자격 가이드 의무고용 규정에 따라 관광통역사 자격을 취득한 가이드를 고용해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관광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는 조치이기는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과 맞지 않아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 관광통역사 자격 제도는 불법 가이드의 저품질 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허위정보와 바가지요금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관광 가이드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관광 가이드 시험 응시자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에 집중됐고, 자격 취득 후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관광업계에서는 자격 취득 후 일정한 기간에 활동하는 사람에게 자격의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수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또 특수언어권의 관광가이드 자격취득자를 더 많이 모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인바운드 업체들은 특수언어권 가이드가 충분하다면 정부에서 이야기는 3000만명의 관광객 모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이드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용에 한계가 발생해 2000만명 관광객 수용에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관광업계는 무분별한 단속도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 언어 가이드를 구하지 못해 인바운드 업체 직원 중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와 한국에 정착한 주한 외국인 직원을 가이드로 베트남 관광객을 투어를 시키는 것을 관련 단체에서 민원을 통해 단속한 예도 있었다.
또 통역사 관련 단체 회원 중 일부는 인바운드 업체와 일정 조율을 하면서 가장 비용을 많이 주는 업체를 골라 가이드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관광통역사 없이는 방한 관광객의 투어를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요즘 관광통역사가 업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호소한다.
더욱이 최근 관광 가이드 의무고용 문제로 안 그래도 수익을 내기 힘든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입장은 업을 접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모객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외국으로 나가 영업을 위한 많은 경비 지출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관광통역사는 자신들이 여행객을 모집해온 방한 관광객들을 통해 내야 할 업체의 수익에서 숟가락만 얹어 가져간다고 불평한다.
인바운드 업체들은 직원들 중 관광통역사 자격 가이드보다 더 해당 국가의 언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는 데도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그리고 특수언어권 중 국내 해당 언어권에 대한 가이드 자격이 없는 경우에도 관광통역사 자격취득자 가이드가 없어 해당 언어를 잘하는 직원이 가이드를 하면 단속당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또 가이드 자격취득자 또는 해당 언어권의 언어 능력자가 무자격으로 소규모 관광객을 모집에 관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가이드는 친구나 지인 혹은 유학생 등으로 위장해 자가용 혹은 다인승 렌터카 혹은 자차를 활용해 단속이 어려움을 이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와 정부의 관광통역사에 대한 단순한 처벌 중심의 단속은 실효성과 부작용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관광통역사 자격인 영어, 중국어, 일어 취득자 중에서 일어도 가이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특정 언어권 가이드에 대해서는 가이드 육성을 위한 교육과 교육비 지원과 자격증 취득 간소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가이드의 관리를 지금의 관광통역사협회가 아닌 지자체, 관광여행업협회와 등록된 인바운드 업체 중 적정 규모 이상의 업체를 선별해 교육을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현재 유자격 가이드의 의무고용을 권고제로 변경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부족한 특수언어권의 관광가이드 해결을 위해 국내 거주 중인 해당 국가의 주한 외국인들의 활용도 필요해 보인다. 주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래 거주하면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전문적인 경우도 많다.
이들을 활용해 부족한 가이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중국에 집중된 우리의 인바운드 관광의 다변화를 실행하는데 더욱 쉬워질 것이다.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 필기시험과 기본 교육 이수 그리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본교육, 관광윤리와 가이드 교육, 법규, 신원 조회 및 범죄 경력 조회를 거쳐 ‘임시 관광 가이드 자격증’을 발급하는 제도를 도입해 특정 언어권의 가이드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시 관광 가이드 자격은 단기와 성수기 같은 시즌 한정으로 운영하고, 단독 가이드 활동 불가와 반드시 여행사 혹은 공식 플랫폼에 등록 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불법 가이드 활동에 대한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관광업에서 관광가이드는 매출을 올려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관광통역사는 업체의 매출보다는 통역과 가이드 업무에 한정되어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현재의 관광통역사 제도는 인바운드 업체의 경쟁력 제고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최근 한국여행업협회는 서울시에 관광통역 안내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자격제도 개선요청을 해둔 상태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대다수의 인바운드 여행사가 부족한 특수언어권 가이드를 다른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주요 언어 관광통역안내사로 대체하다가 지자체의 투어 진행 중 외국인 관광객 앞에서 단속 등과 같은 과도한 단속을 받아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중요 인바운드 시장인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는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 인바운드 여행업계의 실정에 맞게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제 도를 개선해 주시기를 요청한다”며 “정부의 국정과제인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 관광수입 3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여행업계의 건의 사항을 신속히 반영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의 요청사항은 먼저 특수언어권(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제외한 기타언어)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유자격 가이드 관광안내 의무조항을 권고사항으로 변경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관광진흥법 제38조 제①항 중 ‘다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관광안내에 종사하게 하여야 한다’를 관할 등록기관등의 장은 ----- {중략} ------ 해당 관광사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밑줄 이하 삭제)‘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 연간 횟수를 연 1회에서 2~3회로 증대와 관광통역안내사 보수교육 의무화(안전관리, 언어, 신규 관광지 교육 등)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갱신제 도입(2년 갱신제)과 관광통역안내사 전수실태조사(현업근무여부 등) 실시의 내용이다.
우리 인바운드 관광의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2022년까지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침체기였다. 하지만, 2023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급속도로 성장 하고 있다. 정부의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 목표’와 같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비자 규제 완화, 항공편 확대 등의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인바운드 여행업의 실적 증가는 관광 수입 증대,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외화 유입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 이전 인바운드 관광의 수익 규모는 제조업 5위의 평판디스플레이의 수출 규모와 대등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한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더욱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제주, 강원 등 다양한 지역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분산되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통시장, 지역 명소, 지방 소규모 관광업체 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소비하는 금액은 외화 수입으로 간주하며, 이는 국가의 경상수지 개선에 이바지하게 된다. 일본·중국 등 주요 관광객 유입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되므로 더 많은 방한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관광통역 가이드의 문제는 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3000만명의 방한 관광객 목표를 넘어 4000만, 5000만 방한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