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미국 서부의 제일 북쪽에 위치한 워싱턴주 시애틀은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주연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관객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도 케이블TV에서 재방영을 하면 제법 시청자가 많은 영화지요.

비 많이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로도 알려져 있지만 시애틀은 사실 글로벌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는 유명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국제공항에 내려 시애틀로 올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세계적인 항공사 보잉이 있고 컴퓨터를 다루지 않더라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이 곳에 있습니다. 최근에도 프론티어 창업 정신이 이어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탄생했고 이 기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자상거래 절대 왕자 아마존이 잉태된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지난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서점을 온라인으로 옮긴 ‘온라인 책방’에서 출발했지만 취급하는 아이템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했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태블릿PC도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의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AWS)로 더욱 유명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 모아 고객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자산을 옮겨 놓고 원격으로 끌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IT 트렌드입니다.

국내에서도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이 서비스에 팔을 걷어붙이고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존도 국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져와 최강자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세계 시장 점유율 1등 기업입니다.

전자상거래로 출발한 기업이 수 많은 경쟁사 M&A, 오프라인의 거대 기업과의 제휴 등을 거치면서 전자상거래는 물론 IT서비스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현재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가치 분석 전문 업체인 위즈도메인과 특허관련 분석 사이트를 검색하고 종합 분석한 결과, 아마존이 현재까지 확보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1만개를 넘습니다. 이 중 60%를 넘는 절대 비중을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 데이터 프로세싱 분야,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 분야는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IBM, 오라클, 휴렛팩커드 등 거대 IT기업의 핵심 특허 취득 분야입니다.

다시 말해 아마존이 취득한 특허의 대부분이 이런 글로벌 IT기업과의 경쟁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특허 기반 기술력 점수는 동종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상위 0.1%에 속해 있습니다.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이미 타 경쟁사들이 넘보기 힘든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전자상거래 기업만으로 한정해 보면 명실상부한 1등 기업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이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의 상위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이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의 상위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이 얼마나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최근 10년 동안의 특허 출원 건수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지난 2008년의 경우 아마존은 226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같은 해 상위 30개 기업은 사당 평균 597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아마존은 경쟁사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09년에도 유사합니다. 경쟁사가 평균 411건을 출원했을 때 아마존은 257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 아마존의 우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10년에 경쟁 30사가 평균 430건의 특허를 출원했을 때 아마존은 같은 해에 무려 596건을 출원했습니다. 그 갭은 계속 확대돼 2013년과 2014년에 정점에 달합니다. 2013년에 아마존은 1513건, 경쟁사는 평균 768건으로 2배를 넘어서게 됩니다. 2014년에도 1713건 대비 730건으로 격차를 더욱 벌립니다. 아마존이 얼마나 R&D에 사력을 다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이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의 상위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이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의 상위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출원한 특허가 등록된 숫자도 유사한 추세를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출원된 특허가 심사를 거쳐 1~2년 후 등록되는 것이기 때문에 출원과 등록 숫자는 다소 차이가 납니다. 등록 특허 수가 출원 수에 비해 1~2년의 시간차를 두고 유사한 그래프를 보입니다.

지난 2016년 아마존이 1710건의 특허를 등록했을 때 경쟁사들은 평균 783건의 등록에 머물렀습니다. 2017년에도 2002건 대 814건으로 절대 우위를 나타냈습니다. 올들어 현재까지 9개월 동안 아마존은 1486건의 특허를 등록합니다. 경쟁사는 평균 570건이었습니다.

아마존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출원 분야는 앞서 밝힌 3개 분야 이외에 화상통신, 음성인식 및 음성합성, 표시제어장치 등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및 입출력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IT기업들의 지식재산 영역과 거의 중첩됩니다.

아마존과 특허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상위 30개 기업리스트.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과 특허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상위 20개 기업리스트. 표=위즈도메인 제공

이를 반영해 경쟁 상위 30사의 면면을 보면 거의 대부분을 전통적인 IT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만 나오면 글로벌 1등은 IBM 몫입니다. 어느 경우에서는 같은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부동의 2위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리합니다. 그리고 상위권을 애플, 구글, 시스코, 델, EMC, 오라클 등이 차지합니다.

이들과의 경쟁 와중에 후발 주자인 아마존이 26위에 랭크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사업 영역은 전자상거래로 사뭇 다른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부동의 1등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마존이 영위하는 사업과 약간의 중첩이라도 보이는 기업 중에는 페이스북과 이베이, 알라비바 등이 손꼽힐 수 있겠습니다. 경쟁 30사 중 페이스북은 아마존보다 두 단계 아래인 28위로 나타났고 이베이는 30위, 알리바바는 31위였습니다.

아마존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데이터 프로세싱으로 아마존은 IBM, 구글, 트레이딩테크놀로지에 이어 4위였습니다. 47%로 아마존의 특허 중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디지털 데이터 처리는 전통적인 IT 강자들에 비해 순위는 떨어지지만 아마존의 이 분야에 대한 R&D 집중도는 40%로 대단히 높습니다. 머지않아 상위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존의 국가별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의 국가별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의 해외 특허 출원은 철저히 시장 지향적입니다. 큰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일본(886건)과 유럽(824건), 중국(765건), 캐나다(527건)이 가장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371건으로 호주(215건)와 함께 2위 그룹입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제법 크지만 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마존은 자체 기술개발에 의한 특허 등록도 많았지만 경쟁사 또는 잠재적인 경쟁사의 M&A를 통한 특허 확보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익스체인지닷컴, 알렉사, 여성용품 판매사이트 샵밥, 신발 쇼핑몰 자포스 등을 사들여 몸집을 불렸으며 드럭스토어닷컴이나 기어닷컴 등에도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자체적으로는 신속한 배송 시스템 확립을 위한 물류 사업 등 다양한 신 사업을 벌여 나갔습니다.

아마존의 최근 5년간 특허 소송 및 특허 매입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아마존의 최근 5년간 특허 소송 및 특허 매입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이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특허도 대거 확보하게 됐습니다. 2014년에는 23건이었던 특허 매입이 2015년에는 365건으로 늘어납니다. 하루 한 개 꼴로 특허를 사들입니다. 2016년에는 30건이었습니다.

아마존은 현재 전자상거래로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했지만 기업체 사이에서는 AWS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더욱 유명합니다. 성공적인 사업확장입니다.

한국의 유수한 벤처기업들이 아이템 하나로 성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후속 아이템을 개발 성공시켜 이름을 떨친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고 뒤를 이어줄 아이템이 개발되지 않아 오너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다수 나와 주어야 한국의 4차 산업혁명도 성공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아마존이 출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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