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진=픽사베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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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월드] 1. ‘서체저작권’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고 불러야 한다.

폰트저작권이라고도 불리는 서체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최근 몇 년 간 끊임없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분쟁 중에서도 일종의 스테디셀러 격의 분쟁입니다. 그리고 반복된 분쟁으로 인해 법적 인 쟁점도 많이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정작 정리된 법적 결론들이 현실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 자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은, 마치 서체가 저작물인 것 같은 느낌, 서체 자체에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명칭 자체가, 분명히 ‘서체’와 ‘저작권’의 결합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체 자체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는 “서체도안의 창작성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체도안에 내포되어 있는 창작성을 문자 본래의 실용적인 기능으로부터 분리하여 별도로 감상의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서울지방법원 1998. 2. 24. 선고 97노 1316)라는 선행 판결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인정하는 서체와 관련된 저작권은, 서체 프로그램(=서체 파일)의 저작권입니다. 서체의 모 양이 아니라 서체 프로그램에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 입니다. 따라서 ‘서체저작권’이라는 명칭은 정확하지 않으며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고 바꿔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는 명칭이 서체 관련 저작권 분쟁에 대한 많은 오해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서체저작권’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서체 자체가 현출 된 결과물(예컨대 윤서체를 사용하여 작성한 문서, 그 문서를 인쇄한 인쇄물 등)에 초점을 맞출 것 이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서체의 모양을 복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체프로그램을 불법 복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는 언제 성립하는가?

우리가 흔히 ‘서체저작권’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서체프로그램 저작권의 침해는 언제 성립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서체프로그램을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 인정함으로써, 그 저작권 발생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서체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일반적인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예컨대 서체프로그램을 불법 복제한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가, 서체프로그램을 불법 개작한 경우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서체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복제했는지 불법 복제했는지를 저작권자가 스스로 알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저작권자가 특정 서체가 사용된 결과물(인쇄물이나 문서파일 등)을 증거로 삼아 사용자에게 ‘서체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고, 사용자는 ‘그 결과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 서체프로그램을 직접 복제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외주업체다’ 라든지 또는 ‘서체프로그램을 적법하게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반대 주장을 함으로써 분쟁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료 협조=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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