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본사와 로고. 사진=비즈월드 DB
나이키 본사와 로고. 사진=비즈월드 DB

[비즈월드] ‘나이키’의 로고를 보면 연상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쓰고 다니는 모자입니다. 재미 교포 미셀 위 역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LPGA 투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멜 깁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으로 출연, 나름 성공을 거둔 ‘왓 위민 원트’라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서 이들의 사랑을 완성해 가는 모멘트로 등장하는 것이 나이키 광고입니다. 여기에서는 운동화를 소재로 했지요.

이렇듯 나이키는 스포츠 의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 인지력과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표=위즈도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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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를 스포츠 의류 분야의 글로벌 No.1 기업으로 성장시킨 요인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시장 선점을 위한 끊임없는 R&D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이키가 확보하고 있는 특허(실용신안 포함) 개수는 무려 9400건에 달합니다. 스포츠 의류 제조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을 넘어서는 등록 실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위로 랭크 된 살로몬(Salomon SA)의 경우 특허 등록 건수는 1350개입니다. 나이키의 14.4%에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 가치로 본 나이키의 기업 가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입니다.

표=위즈도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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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특허를 분야별로 살펴 보겠습니다.

가장 많은 특허는 의류 및 잡화류의 ‘디자인’ 특허입니다. 특허 수가 무려 2721건으로 나이키 전체 특허의 48.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이 나이키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발 분야입니다. 913건의 특허 개수로 16.2%를 점유합니다. 이어 운동기구가 362건(6.4%)입니다.

네번째로 많은 특허는 게임이나 완구, 스포츠용품의 디자인 분야로서 264건에 4.7%를 차지합니다. 그 뒤를 의복(128건, 2.3%), 신발 조임구(127건, 2.3%), 통신 또는 정보검색 장치의 디자인(123건, 2.2%)가 이었습니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디자인입니다. 전체의 55%를 차지합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정보통신 분야의 특허입니다. 이는 웨어러블 시대에 의류나 신발에 부착하는 센서나 블루투스 기기 등에 대한 기술개발도 나름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보통 섬유나 의류 등 전통 제조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새로 등록되는 특허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정보기술과 서비스 쪽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키의 경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이키가 R&D에 기업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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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NIKE INC가 출원한 특허(아래는 등록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의 기업평균을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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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분석 전문기업 ‘위즈도메인’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10년 동안의 특허 출원과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나이키는 오히려 근래에 특허 출원이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2006년 265건에서 출발해 2011년에는 471건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한해 동안 무려 713건을 출원하게 됩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118건과 1067견을 기록했습니다.

특허 등록 건수 면에서도 마찬가지 추세입니다. 2011년에 296건이 등록됐고 2013년에는 556건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뒤 지속적으로 매년 500~700건의 등록 실적으로 보이다가 2017년에 1218건의 특허 등록 실적을 기록, 연간 최고치를 찍습니다. 올해는 7월까지 699건이 등록돼 연말까지 1000건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허 출원과 등록 건수는 서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허 심사 기간이 1년 안팎 소요되기 때문에 1~2년 전에 출원한 특허가 다음해에 등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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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INC의 국가별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세계 주요 시장에 대한 특허 등록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의 등록은 기본이고 유럽이나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선진국에 핵심 특허들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선두에서 뛰는 기업들이 모두 그러하듯 나이키도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기술 진입 장벽을 마련해 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나이키가 시장 지배력을 쉽게 잃지 않을 것임을 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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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INC와 동종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등급 갯수와 비율.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의 우수성 평가에서도 나이키는 독보적입니다. 우수성 평가는 등록 특허 개수의 많고 적음도 따지지만 등록된 특허를 다른 경쟁기업들이 얼마나 기술개발에 인용했는가, 얼마나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해 기술개발에 참여시켰는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중치를 주어 산정합니다.

이를 적용한 특허 평가에서 나이키는 A급이나 B급에 속하는 우수한 특허가 경쟁사에 비해 많습니다. 개발자도 그렇습니다. 나이키의 특허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R&D 인력은 누적으로 1800명을 넘습니다. 동종 분야 상위 30위에 속하는 경쟁사들의 평균 R&D 인력은 45명에 불과합니다. 물론 45명도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나이키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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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술부문별 순위. 표=위즈도메인 제공

나이키가 영위하는 사업분야별로 볼 때 신발의 경우는 압도적인 수위이고 그 뒤를 리복과 아디다스가 자리해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운동기구의 경우 나이키의 특허는 많지만 특허 자산은 캘러웨이가 압도적입니다. 이는 골프클럽이나 골프공 등 골프 관련 제품에 대한 특허를 캘러웨이가 다수 획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발은 우리나라로서도 과거 개발독재 시절 수출의 역군이었습니다. 1970년대 국제상사의 프로스팩스는 한국산 신발의 대명사였고 프로스팩스를 비롯한 신발류의 수출은 한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발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중소기업의 저가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청소년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신발 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난망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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