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수장고에 보유한 3000여점 중 110여점 분기마다 교체 전시
유명작가 그림·설치미술·판화 등 다채… 시민 위한 문화복합공간 역할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수장고(금고) 미술 작품들을 전시한 복합문화공간 '하트원'을 개관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하트원 전경. 사진=최상규 기자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수장고(금고) 미술 작품들을 전시한 복합문화공간 '하트원'을 개관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하트원 전경. 사진=최상규 기자

[비즈월드] 서울 을지로3가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는 길, 오래된 조명업체와 철물점들을 지나쳐 천천히 걷다 보니 창문을 홀로그램 필름으로 장식한 하나은행 '하트원'을 발견했다.

하트원은 하나은행이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아트뱅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하나은행이 수장고(금고)에 보유한 3000여 점의 작품 중 11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분기마다 작품을 교체한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외관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폐쇄 점포를 재구성한 공간이어서 그런지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예전의 모습을 보전하면서도 변형하는 아이디어가 미술관으로서의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해방촌과 성수동에서 풍미 깊은 커피로 유명해진 카페를 바로 마주할 수 있다. 본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른 곳으로 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에서라면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었다.

작품은 함명수 작가의 'Vincent van Goho'. 사진=최상규 기자
작품은 함명수 작가의 'Vincent van Goho'. 사진=최상규 기자

2층에 올라가니 비로소 미술 전시장이 보였다. 고흐를 그린 초상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함명수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섬세한 붓 터치와 오묘한 색감이 일품이었다. 

함 작가의 그림을 본 후에야 전시 공간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장내는 미술관 갤러리다운 면모도 있었지만 실제 금고처럼 작품이 철망 파티션에 촘촘히 걸려있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미술관 내 상주해 있는 유명주 도슨트(전시해설가)에게 공간 구성에 대해 물었다.

유 도슨트는 "공간을 절반으로 나눠 반은 개방형 구성으로 관람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며 "나머지 절반은 수장고 구성으로 개성 있는 작품들이 걸려있다"고 설명했다.

하트원 수장고 공간은 작품들이 랙(rack, 선반) 형태로 걸려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은 홍성철 작가의 ‘String Mirror-open me’. 사진=최상규 기자
하트원 수장고 공간은 작품들이 랙(rack, 선반) 형태로 걸려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은 홍성철 작가의 ‘String Mirror-open me’. 사진=최상규 기자

실제로 수장고 공간에는 개성 있는 작품이 넘쳐났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홍성철 작가의 작품이다. 촘촘히 늘어선 철제 소재 줄이 여러 겹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돼 촉각을 시각화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보는 위치에 따라 감상이 달라져 미술 현장 감상의 진가를 느끼게 했다.

수장고 공간 작품들은 철제망에 랙(rack, 선반 형태)으로 걸려있다. 언뜻 보면 투박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 바퀴 돌아보니 도리어 다른 요소를 배제해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전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다 돌아볼 무렵에는 백남준 작가의 판화까지 볼 수 있었다. 비디오 아티스트로 유명한 작가지만 판화 작품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백 작가의 음악, 미디어, 예술에 대한 관심을 여실히 확인했다.

하나은행 하트원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관람객들도 배려한 공간이다. 작품은 필립 콜버트 작가가 만든 '랍스터 피규어' 사진=최상규 기자
하나은행 하트원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관람객들도 배려한 공간이다. 작품은 필립 콜버트 작가가 만든 '랍스터 피규어' 사진=최상규 기자

하나은행 하트원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알찬 작품들로 빼곡한 공간이었다. 미술을 알지 못해도 즐길 수 있는 점이 해당 공간 구성의 가장 큰 장점이다. 중요 작품 옆에는 상세한 설명이 붙어있고 난해한 추상화 비중도 적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입장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종의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필립 콜버트 작가의 작품으로 거울 안에 들어서면 랍스터 피규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관람객 A씨는 "바로 앞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이나 근처 지나갈 때 잠깐 들르기 좋은 것 같다"며 "분기마다 작품이 교체된다고 들어 그때 다시 찾을 예정"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하트원을 떠나기 전 잠시 시간을 내 4층 기획 전시관도 찾았다. 다음 달 2일 루게릭요양센터 건립을 위해 개최되는 경매를 위해 출품 물건과 작품들을 전시 중이었다. 하나은행이 하트원을 건립하며 내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전시였다.

4층 전시관도 이후 다른 기획 전시가 예정돼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 또 찾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지난 8일 처음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하트원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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