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P 채널 통한 판매 중단 등 생보사 고금리 상품 '주춤'
이차역마진 우려에 금융당국도 제동…신계약 10만건 이상 감소

교보생명은 목표 물량 달성과 자산운용전략 등을 이유로 5.8% 금리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대해 재무설계사(FP) 채널 판매를 중단한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목표 물량 달성과 자산운용전략 등을 이유로 5.8% 금리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대해 재무설계사(FP) 채널 판매를 중단한다. 사진=교보생명

[비즈월드] 생명보험사들의 고금리 저축성보험 출시가 잇따르면서 금융 당국이 경쟁 자제 권고를 내렸다. 고금리 보험 판매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생보사들의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금일부터 지난 15일 출시한  5.8% 금리 일시납 저축성보험 재무설계사(FP) 채널 판매를 중단한다. 교보생명은 오는 28일부터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채널만 활용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목표한 물량이 조기 달성돼 저축성보험 판매를 중단했다"며 "자산운용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성보험은 납입 보험료보다 만기 때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많은 보험이다. 주택자금이나 노인연금, 결혼자금 등 목돈 마련에 효과를 발휘하며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할 때 이자 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8일 이차역마진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우려해 생명보험사 저축성보험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한화생명·푸본현대생명·ABL생명 등이 연달아 5% 금리를 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의 고금리 경쟁 이면에는 최근 낮아진 지급여력(RBC)비율이 있다. 건전한 보험 시장을 위해 금융 당국이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다.

지난 3분기 기준 NH농협생명 RBC비율이 107.3%, DGB생명 113.1%, 한화생명 157% 등으로 권고비율에 못 미치거나 근접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4%포인트, 91%포인트, 36.1%포인트 하락했다. 교보생명은 210.5%에서 34.5%포인트 하락한 175.9%를 기록했다.

RBC비율이 떨어진 데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자 보험 신규 가입률이 떨어지고 보유 채권 가치가 하락하는 등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신계약 건수는 45만137건으로 9월 55만3273건에 비해 10만건 이상 줄었다. 생보업계에서 고금리 저축성보험 출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출시에 앞서 저축성보험 관련 상품 고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은 실제 환급 때 실질금리가 0.5%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등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고지된 5% 이상 금리를 그대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의 위험이 크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축소를 위해 소비자 공시를 강화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차역마진 문제는 계속 검토해 봐야할 중대 사안"이라며 "금융 당국의 고금리 자제 요청에 6% 금리대 저축성보험을 출시하려던 생보사들이 발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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