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담배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자담배 원조라 불리는 한국필립모리스가 KT&G의 '릴' 신상품 독주에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최근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필립모리스는 경남 양산 소재 공장에서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의 전용 담배 제품인 '테리아'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수많은 매체들이 기대를 품고 테리아 생산의 전초 기지인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을 방문한 이유다.

행사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품질관리 면모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친환경 경영에 관한 모습과 가장 중요한 테리아의 생산공정 관련 정보들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필립모리스의 테리아는 기존 제품과 달리 담배의 끝이 밀봉돼 있어 잔여물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전용 기기인 아이코스 일루마 역시 담배의 내부 중심부에서부터 태우지 않고 가열해 일반 담배 대비 유해물질 배출이 평균 약 95%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를 생산하고 있다는 양산공장은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고품질 제품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양산공장의 생산공정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경영시스템인증(ISO-9001), 환경경영시스템인증(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증(ISO-45001) 등 표준화된 글로벌 공정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또 양산공장은 생산된 제품이 국내외 엄격한 품질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품질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 부서는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으로서 품질과 안전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투어 내내 보였던 인증마크들과 안전하게 보행이 가능한 장소가 표시돼 있었던 것이 그 증거였다. 또 임직원들의 노력이 공장 곳곳에 묻어났다. 유해물질 최소화를 위해 에어로졸 분석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부터 동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공정과정을 책임지는 매니저까지 모두 한국필립모리스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엄청났다. 

그렇지만 이런 적극적인 임직원들의 어필에도 친환경 공장을 지향하는 양산공장의 환경경영 모습과 가장 중요했던 테리아의 주요 생산 공정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이번 투어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게 했다.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양산공장은 환경경영을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 타이거 캠페인’과 같은 전 사업장 규모의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일상 속 자원 절약 노력에 더해 생산에 필요한 전력과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인 투자까지 실행하는 것으로 지난 2020년 기준 723t(톤)의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위해 2019년 말 공장 내 모든 수도꼭지에 물 절약 장치를 설치했고 2020년에는 냉각탑에 재활용수 급수 장치를 설치해 물 소비량을 전년 대비 50% 줄여 2021년 국내 담배업계 최초로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 인증을 취득했다.

이와 같이 투어 이전 양산공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ESG경영을 그렇게 강조해 두고 정작 공장 내부에서는 환경경영에 관련한 소개가 이뤄지지 않아 의문으로 남는다.

테리아를 만드는 '프라이머리 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필립모리스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주요 공정은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많은 업계 특성상 모든 것을 노출할 수 없다는 점은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행사의 내용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단순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지 않았나 점검해 봐야 한다.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의 원조격인 한국필립모리스의 위상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사측이 자사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공개에 대한 고민과 그에 상응하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비즈월드=김미진 기자 / kmj44@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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