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 출시 후 보건당국-담배기업 강하게 맞서
최근 담배기업이 과학적 근거 제시하며 새로운 국면

담배기업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저감과 관련한 연구를 발표하며 그동안 쌓인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BAT로스만스의 연구 모습을 전시한 장면. 사진=BAT로스만스 
담배기업들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저감과 관련한 연구를 발표하며 그동안 쌓인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BAT로스만스의 연구 모습을 전시한 장면. 사진=BAT로스만스 

[비즈월드] 국내 담배 시장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성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유해성 논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기업들의 과학적 접근으로 유해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초'로 불리는 궐련 중심에서 벗어나 담뱃재가 없고 냄새가 덜 나는 전자담배가 담배 시장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로 시작됐다. 당시 전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과 2.2%만을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 그 몸집은 14.5%로 커졌다.

또 지난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577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나 급증했으며 올해 시장 규모 역시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도 유해성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유해성과 관련된 객관적 지표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강력한 금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 일부에서도 관련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인체에 해로운 화학 첨가물과 니코틴 등이 포함돼 연초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담배기업들은 '연기 없는 담배', 즉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성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인류에 해악을 끼치던 연초에서 벗어나 전자담배를 기반으로 인류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또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개인의 건강과 공중 보건을 위한 금연으로 가는 하나의 대안이 된다는 의견이다.

사실 연초와 비연소 제품으로 분류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다르다. 일반 담배는 담배를 태우며 담배 연기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고농도 유해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이에 반해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는 담배를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가열하는 방법이라 냄새와 연기가 없다. 이런 차이가 있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 발생 농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 담배기업들의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최근 담배기업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를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한국필립모리스는 '담배 위해 감소 연구'를 주제로 과학·의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와 질병관리청 연구, 일본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당시 발표를 맡은 한국필립모리스 과학커뮤니케이션팀은 '담배 제품 사용자별 단기 심혈관 연구'와 '담배 유형별 흡연자의 호기(날숨) 내 성분 분석 조사 시범연구' 사례를 통해 전자담배와 같은 비연소 제품의 위해 저감 현상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연구 내용을 보면 일반 담배 흡연자가 흡연을 중단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담배 제품으로 전환해 5년 이상 사용할 경우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23% 낮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 담배 유형별 사용자의 날숨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검출 수치를 비교한 연구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사용자 중 약 92%가 4ppm 이하로 검출돼 비흡연자 그룹(4ppm 이하 100%)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그렇지만 일반 담배 흡연자 약 55%의 날숨에서는 5~10ppm 검출, 나머지 45%의 날숨에서는 10ppm 이상이 검출됐다.

지난달에는 BAT로스만스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1년 임상연구 결과를 글로벌 의학 학술지 '인터널 앤드 이머전시 메디슨(Internal and Emergency Medicine)' 게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연초에서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성인 소비자를 실제 상황에서 1년 동안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국에 거주하는 23세에서 55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5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대조군인 비흡연자 그룹 ▲금연 그룹 ▲연초 지속 사용한 그룹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그룹으로 분류돼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58개의 생화학적, 생리적, 심리적 평가 변수를 측정해 약 14만4000건의 개별 측정치를 도출했다. 그 결과 글로로 완전히 전환한 흡연자와 연초를 지속 사용한 흡연자와 비교할 때 폐질환, 암, 심혈관질환 등의 조기 발병과 관련된 잠재적 위해 지표의 상당수가 현저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폐암과 관련된 DNA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생체지표의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감소, 심혈관질환 및 기타 흡연 관련 질병의 조기 발병과 관련된 염증 지표인 백혈구 수의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감소, 폐 건강 지표의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개선이 나타났다.

아울러 BAT는 글로와 관련한 200개 이상의 화학 검사와 75개 이상의 생물학 검사를 시행했다. 연구 결과 연초가 생성하는 독성 화합물이 감지되지 않거나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글로 흡입 시 나오는 에어로졸에 포함된 독성은 일반 담배 연기와 비교해 90~95% 적은 수치였다.

최근에는 미국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저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이코스'를 유해물질 노출 감소 주장이 가능한 제품으로 허가하는 것이 공중보건 향상에 적합하다고 판단, 미국 내에서 아이코스와 전용 스틱을 '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로 마케팅하는 것을 인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등장 후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담배기업들의 연구와 과학적 근거가 공개되면서 유해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연구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한 흡연자들의 장기적 관찰 등이 필요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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