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이후 이미 4차례나 재연장
내달 시행 새출발기금과 겹치는 부분도
부실 대출 양산, 도덕적 해이 우려 제기

다음 달 다섯 번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5일 금융 당국 주관으로 만기연장 등 금융현안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다음 달 다섯 번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5일 금융 당국 주관으로 만기연장 등 금융현안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비즈월드] 다음 달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 상환 유예 등이 예고되면서 금융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덕적 해이와 부실화 우려를 떨쳐낼 구체적 지원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과 정부는 10월부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연착륙 방안을 시행한다. 환율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가중된 대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금융권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만기 연장 등 조치를 취해왔으며 지금까지 4차례 재연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이자 유예 지원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총 133조3000억원이다. 특히 만기 연장 금액이 116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 예정된 만기 연장을 앞두고 규모와 시일 등 자세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과 2금융권, 금융권 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만기연장은 3년, 원금과 이자 상환유예는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금융 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채무자 수와 대출액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개인사업자대출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88조2633억원으로 지난해 말(637조4783억원)보다 7.9% 늘었다.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는 325만327명으로 지난해 말(279만10명) 대비 16.5%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해당 정책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다음 달 4일 출범을 앞둔 새출발기금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30조원 규모의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3개월 이상 정기연체 등으로 부실이 발생한 차주와 부실우려차주를 돕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동안 새출발기금 정책 시행에 꼼꼼히 준비해 온 금융권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부실차주와 부실우려차주들이 새출발기금 신청보다는 만기 연장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새출발기금은 원금 감면 등 혜택이 있지만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고 기존 채무조정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급하지 않다면 좀더 기다려 대출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잦은 상환 유예는 대출 부실화의 가능성을 키우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대출 연장 기간 동안 대출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쌓인 대출들이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불면 이후 은행은 물론 가계에도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물론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 장기화로 대출 연장이 불가피한 면이 있어 금융권에서는 이자 유예안만 삭제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자세히 정해진 일정과 내용은 없다"며 "금융권의 잠재부실 확대에 대응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업 개선 지연 등 다양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지속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월드=최상규 기자 / csgwe@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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