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망 원인' 4위 질환…신속한 치료가 중요
뇌졸중센터 '지역 편중' 극심…관련 체계 정비 필요

대한뇌졸중학회가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등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대한뇌졸중학회
대한뇌졸중학회가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등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대한뇌졸중학회

[비즈월드] 우리나라 국민의 '뇌졸중'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뇌졸중학는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뇌졸중 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대한응급의학과와 함께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도 진행했다.

학회는 국내 뇌졸중 치료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효과적인 뇌졸중 치료를 위한 정책적 개선 방안을 알리기 위해 간담회와 공정회를 연이어 개최한 것이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뇌혈류 장애(뇌혈관의 폐쇄로 인한 허혈뇌졸중, 뇌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뇌졸중)로 생기는 질환이다. 뇌졸중 치료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질환 발생이 환자의 생명과 후유 장애 등과 직결돼 있어 치료를 가능한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상황으로 뇌졸중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 원인 4위지만 연간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환자 증가세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전체 뇌졸중 환자의 78%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인 만큼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뇌졸중 관련 치료 체계가 아직 부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뇌졸중은 재관류 치료(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 비율이 높을 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질환이다. 다시 말해 뇌졸중이 나타난 순간 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신속히 이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2016~2018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이런 전원 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가장 낮은 곳은 제주로 환자의 9.6%,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로 환자의 44.6%가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전원율이 높은 이유는 전문 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 불균형에 있다. 실제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022년 5월 기준 215개에 달하나 뇌졸중 표준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전국에 67개뿐이다. 여기에 구급대원이 이송 예상 병원에 뇌졸중으로 의심이 되는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은 98%에 이르지만 이 정보가 뇌졸중 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학회가 지역 기반의 전문적인 뇌졸중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양질의 뇌졸중 진료를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진료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뇌졸중센터는 현재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뇌졸중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의 57.1%가 수도권에 쏠려 있어 지역 편중이 극심하다.

지역 불균형의 주 원인은 자원 부족이다. 센터 내 뇌졸중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록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집중치료실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이 크다.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만~15만원 정도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 보다 낮은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 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확장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회는 응급의료서비스(EMS, Emergency Medical Service)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 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진료권을 기반으로 한 응급의료센터 분포 체계와 같이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뇌혈관 관련 법률 제정은 지난 2016년에 이뤄졌는데 이는 응급의료에 비해 약 20년 뒤진 시점이다. 전달 체계의 구축도 전국에 13개 권역센터만이 지정돼 있는 수준이고 이조차 현재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줄면서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는 "뇌졸중은 적정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문의 부족, 뇌졸중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 전 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돼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