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업계 챙기기보단 자신들 배불려” 분통
‘범 내려온다’ 홍보영상 100억 넘는 광고비 집행… “제작비의 5배 넘어”

한국관광공사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비즈월드] 코로나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국내 관광산업이 엔데믹 상황을 맞이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관광 수요에 대비해야 할 관광 관련 공기업과 지자체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미래 지속가능한 사업보다는 실적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비즈월드는 어려움에 처한 관광산업의 생태계와 현황,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로 인해 업계가 고사하는 상황에도 불구 정부 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A등급’을 획득했다. 이에 대해 관광업계에서는 코로나 시국에 관광공사가 업계를 챙기기보다 자화자찬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제공한 ‘2020년 경영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감사원,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관평가 후 나온 2019년 지적사항별 이행 실적표에서 윤리경영 부문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 2018~2020년 공기업(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A’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 C등급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고, 국경이 막혀 여행을 할 수 없어 업체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던 2020년 평가에서 A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한국관광공사 평가에 대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기업 지원과 디지털 혁신 등 공공기관으로서 역할과 경영개선 노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국감에서 “한국관광공사부터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제작 및 홍보비용을 제출받은 결과 2년간 총 22억6400만원의 제작비로 14편의 영상을 제작했고 이를 유튜브 등에 광고로 노출하는 홍보비로 101억4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광공사가 제작비의 5배를 광고 홍보비로 사용한 것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정청래 의원은 "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는 우리나라 각 도시 관광지의 모습을 새롭게 소개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은 좋은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집행된 광고비가 2년간 100억원을 넘어 제작비의 5배 가까이 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Feel the rhythm of Korea 콘텐츠 신드롬이 홍보 효과인지, 광고 효과인지 사실상 알 수 없는 지경이다. 무분별한 광고비 집행을 통한 광고 효과를 홍보 효과로 과대 포장하지 말고, 한국을 새롭게 알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과다한 광고비 집행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21년에도 시즌 2를 제작했는데 작년 9월 10일 기준 해외 조회 수가 39만9000뷰를 기록한 것에 비해 광고비 57억6000만원을 집행한 한 달 뒤인 10월 11일 기준 조회수가 2억8만 뷰로 무려 50배 이상 급증했다.

결국 한국관광공사는 과다한 광고비를 지출해야만 되는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고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또 광고로 노출시켜 늘어난 조회수를 성과로 부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 신상용 부사장, 현 사장 직무대행(왼쪽)과 전 안영배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신상용 부사장, 현 사장 직무대행(왼쪽)과 전 안영배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도 “영상 조회 수의 90% 이상이 유튜브 광고에 의한 트래픽”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 경영평가 점수는 인바운드(외국관광객을 한국으로 여행 오게 하는 것) 등으로 책정하는 것”이라며 “2020년이면 여행업계가 망가지고, 같은 해 자매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나 카지노 회사인 강원랜드 등도 평가에서 C가 나온 상황에서 A를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취재 결과, 한국관광공사는 기관 경영평가 A를 받은 이후 임직원에게 수 천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관광 여행업계가 폐업을 하는 등 고사 위기에 놓이고 직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여행업을 잠시 내려놓고 생계를 위해 방역단체에서 보조금으로 일한 박 모씨(서울, 61)는 “코로나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대구의 모 종교단체를 후원해서 논란이 된 건도 있고, 여행업이 고사하고 있는  마당에 공기업 혼자만 배불리는 이런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안영배 사장이 임기를 마치며 공석으로, 지난달 27일 신상용(59) 부사장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광고비 과다집행 지적에 대해 “광고제작비 대비 광고비 집행 적정 비율에 대한 일률적 기준은 없지만 국내 광고 집행만 진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광고제작비의 5~10배 정도가 광고비로 집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우 광고제작비의 100배 이상이 광고비로 집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명했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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