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필요한지 건축주들 대부분이 모르고 찾아온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주는 것이 내 역할”
집이 거주 공간으로만 사용되기보다 사무‧어르신들 요양‧손님맞이용 공간 등 다양목적 공간도 마련

북측면의 유니크한 건물 디자인. 사진=손진석 기자
북측면의 유니크한 건물 디자인. 사진=손진석 기자

[비즈월드] 경기도 양평 수능리에 외관이 낯설지 않지만 시선을 끄는 유니크한 집이 한 채 자리 잡고 있다. 이 집은 한 채처럼 보이지만 세 채의 집으로 남윤석 아인건축 대표가 최근 완공한 결과물로 ‘라움 수능 103’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이다.

수능 103은 북쪽과 남쪽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문을 열고 들어선 건물의 실내 공간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공간감을 느끼게 했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건물 전체에 여기쯤 있었으면 하는 생활에 필요한 설비가 모두 갖춰져 있어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비즈월드는 ‘라움 수능 103’의 이름을 가진 건축물을 둘러보고 이 집을 지은 남윤석 대표와 일문일답을 통해 그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수능 103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남윤석 대표는 경원대학교(現. 가천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1996년에 건축설계 사무소에 입사해 2006년 자신의 설계사무실을 오픈하면서 독자적인 건축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서울 강남에서 '실제 평수보다 넓어 보이는 설계'를 통해 명성을 쌓아 왔다. 

서종면 수능리 103 지도. 자료=네이버지도 캡처
서종면 수능리 103 지도. 자료=네이버지도 캡처

= 건물이 서 있는 수능리의 입지 조건은.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일대는 경기도 양평군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곳으로 천혜의 자연조건과 뛰어난 접근성으로 전원주택단지 1순위 지역이다. 최근 5년 사이에 인근 주변에 공사 중인 전원주택이 많아졌다. 토지 거래가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개발 가용지가 없어 인근 서후리 방향으로 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 여건은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종IC가 직선거리 6㎞ 거리고, 차로 20여 분, 경의중앙선 전철 양수역에서 차로 15분이고, 버스는 30분 소요되는 위치에 있다. 또 2022년 개통 예정인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양평군 옥천면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서양평IC(또는 두물머리IC)가 들어설 예정으로 건물로부터 3분 거리에 있다.

서울과 접근성이 개선 여지가 있고 주변 전원주택 및 워케이션 적합지로 주목받고 있어 지가(地價)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지역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로시간제, 거점오피스 제도 등 새로운 근무형태가 떠오르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근무형태인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의 목적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 수능리에 부지를 선정한 이유는.

“부동산은 첫 번째도 입지고, 두 번째도 입지가 중요하다. 상가와 주택 자리가 다르듯 전원주택의 입지조건도 다르다. 주택의 입지는 어디든 사람들이 가서 사는 지역은 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지역의 특징이 어떻고, 그 특징을 잘 살려내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이때 생각하고 있는 목적과 사업성 등이 맞으면 부지를 매입한다.

땅값이 여기는 100만원이고 저기는 50만원이라고 해서 저렴한 부지를 매입하지는 않는다. 목적에 맞아야 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 기준이 있다. 이곳 수능리는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이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이 지역의 부동산에 대해 조사하고 확인한 결과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지역이었고 향후 매수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장소여서 선택했다”

= 현 건물이 들어선 부지는 어떻게 선택했나. 

“현재 건물이 들어서 있는 이곳을 선택할 때 주변에 비슷한 가격대의 부지가 여럿 있었지만 각 부지를 아침부터 저녁 그리고 늦은 밤까지 며칠씩 보면서 주변 풍광과 교통상황, 그림자가 어떻게 들어서는지 등을 살펴보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지의 주변 환경과 대지의 특성을 고려해 진행했다. 또 이곳은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교통 소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곳이어서 선택했다”

외부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인 라움 수능 103. 사진=손진석 기자
외부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인 라움 수능 103. 사진=손진석 기자

= 라움 수능 103은 어떤 건축물인가.

“라움 수능 103은 건물이 반듯반듯한 것이 아니라 좀 튀어나올 건 튀어나오고 테라스도 좀 다층으로 해서 두 개 세 개를 마련해 놨다. 특히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 건물 모양이 달라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포인트를 뒀다. 건물은 북향과 남향 방향으로 기능적‧미적 역할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설계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비용 문제로 고려하지 않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주차장인데 만들어놓으면 만족감이 높다. 그래서 이곳에 집을 지을 때 주차장을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주차장을 넣으면 주택이 좀 커질 수밖에 없고, 등기 면적이 50평이 넘으면 커서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여기 라움 수능 103에는 주차장을 법적 면적에 빠지는 구조로 설계했다”

= 외부에서 수능 103을 바라보면 한 채의 건물처럼 보인다.

“여기 건물은 3개의 건물을 이어서 지어 놓았다. 대지의 모양이 비스듬하게 들어서 있어 고심 끝에 건물 형태를 세 필지로 쪼개어 개별로 짓지 않고 세 체를 동시에 지어 지금의 주목받는 외관과 건물 거래에 있어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짓게 됐다. 

도로에서 북향 방향은 건물의 얼굴이 되었으면 해서 입면 분할을 통해 표현해 봤다. 수능리에 가면 라움 수능 103이라는 주택이 있는데 형태가 ‘유니크’하다라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두 개의 얼굴은 무엇인가.

“수능 103은 두 개의 정원과 두 개의 거실을 가졌듯이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남향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기능에 충실히 디자인된 남측 입면과 수능 103의 존재를 상징하고 주변 전원주택과의 차별화와 세 채의 건물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기능을 우선해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북측 입면이 두 번째 얼굴이다. 

도로 쪽인 북측은 디자인적으로 유니크한 입면 형태에 좀 신경을 썼고, 그래서 조명 계획이나 입면 계획은 도로 쪽을 정면으로 보고 계획을 세웠다. 반면에 기능적으로 주택은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이 우선이 돼야 된다는 생각에 남쪽은 기능에 충실하게 지었다. 그래서 채광이 좋은 남향에 창을 많이 배치하고, 테라스도 뒀으며, 정원과 출입구도 남향으로 뒀다”

남윤석 아인건축사 대표가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남윤석 아인건축사 대표가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 남향과 북향을 구분 짓는 이유는.

“건물에서 남향 건물은 북향 건물과 차이가 크다. 특히 열관리와 연료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단적인 예로 동일한 건물인데 남향과 북향 건물을 같은 지역에 지었을 때 난방비가 두 배 넘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건물이 들어서 있는 이곳 양평은 특히 겨울철에 춥기 때문에 채광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남향으로 건물은 배치했고, 그림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고려해 설계했다”

= 수능 103 1층에 위치한 색다른 공간은 무엇인가.

“수능 103은 다른 건축물과 달리 1층 평면에 워케이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뒀다. 이 공간은 마이너 작업 오피스 공간으로 넓고 쾌적하며, 출입구도 넓고 턱을 낮춰 다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마련해 뒀다. 일반적인 평면에서 1층은 오픈된 공간이어서 어떤 사람은 나만의 프라이빗 한 공간 또는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워케이션에 대한 개념은 무엇인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생겨나기 시작한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을 건물에 한번 대입해 봤다. 집이 거주 공간으로만 사용되기보다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서 사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혹은 어르신들의 별도 생활 및 요양 공간, 손님맞이용 공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상담을 받았고 이번에 적용해 봤다. 여기에 다목적 공간에는 싱크대와 세면대를 위한 배관이 들어가 있어 필요시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

= 수능 103은 동일 평수 건물보다 더 넓어 보인다.

“주택이라는 것이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의 요구를 담을 수 있게 내 역할을 최소화해서 집을 만드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집을 짓다 보면 욕심이 생겨 자꾸 무언가를 채우게 되는데, 욕심을 버리고 최소화해서 집에 사는 사람들이 꾸며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다 보니 공간을 구성하는데 조금 자유로워졌고 욕심을 버린 만큼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 넓어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다른 건축물에 비해 분전함의 크기도 크고, 차단기도 많아 보인다.

“기술 발달로 전기 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집보다는 큰 분전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장소와 배선, 다용도실과 옥탑 공간 등의 배수시설 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해 건물을 짓고 있다. 

또 일반 가정에는 전기를 보통 3㎾를 인입해 놓는데 여기는 10㎾를 인입해둬 확장성을 줬다. 건물 3층 야외 테라스에 태양광 시설 설치를 위한 구조물과 배선을 미리 준비해 언제든지 건물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준비해뒀다.

건물 3층과 1층 다용도 공간에는 수도배관을 해두어 물이 필요한 시설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설비를 했고,  분전함도 다른 가정과 다르게 각 전선 구간별로 차단기를 두어 관리와 확장에 편리하도록 구성해뒀다”

1층의 유독 넓어보이는 디자인. 사진=손진석 기자
1층의 유독 넓어보이는 디자인. 사진=손진석 기자

= 설비를 미리 해두면 사는 사람은 편리하겠지만, 건물 가격이 높아질 것 같은데.

“건물을 지을 때 고급 자제보다는 집에 살 사람들이 건물을 관리하는데 편리하고, 관리 비용이 저렴하게 드는 자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또 창호에 비용을 좀 더 들여 난방과 채광을 위해 투자하고, 조명과 전기 콘셉트 등을 구석구석 설치해 살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배치한다.

공사를 할 때 주변 건축물보다는 항상 조금씩 비용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기는 한다. 그러나 자제 하나를 빼면 돈이 조금 더 남을 수 있고 분양가를 낮출 수도 있지만, 생활하면서 불편함이 눈에 보여서 줄일 수 없다. 또 결국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일을 하나 줄이는 의미도 있다”

= 마지막으로 건축에 대한 남 대표의 생각은.

“건축사업을 해 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건축주와 설계자이자 건축사인 나와의 신뢰가 쌓여있어야 일이 진행된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일례로,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일을 진행을 하고 있는데 설계 단계에서 아무리 설계를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시공을 모르면 현장에서 아쉬운 점이 생기게 되고, 계획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매번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실제로 내가 내 집을 성남시 판교에 지었는데 1층 짓고 2층을 올릴 때 아차 하면서 계단 위치를 바꾼 적이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현장에서 내가 바로 뭔가를 깨달아서 더 좋은 구상을 적용하려 할 때 그것을 건축주가 나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이해해 줬을 때 보다 완성도 높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 건축물은 사람의 삶이나 생활을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저곳까지 배를 타고 건너야 되는데 몇 명을 태울 것인지, 얼마나 빨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건축주들이 대부분 다 모르고 온다. 그것을 찾아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한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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