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후 반도체 1·2위 기업 수장 회동
경쟁 상대 아닌 긴밀한 협력방안 모색할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팻 겔싱어 인털 CEO를 만나면서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팻 겔싱어 인털 CEO를 만나면서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비즈월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정상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동맹'을 추진한다는 뜻을 모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흘 만인 지난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나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갤싱어 CEO는 이 부회장과 함께 배석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도 릴레이 회의를 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쟁 상대였던 삼성전자와 인텔이 앞으로 경쟁 상대가 아닌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인텔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정상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94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년 만에 인텔을 끌어내리면서 시장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두 회사가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게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 강화를 약속한 후 이 부회장과 갤싱어 CEO가 만나면서 민간 차원의 협력 방안 마련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인텔은 경쟁을 하면서도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메모리와 CPU 간의 호환성 테스트를 하는 등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CXL) D램' 기술을 개발해 인텔의 데이터센터와 서버 플랫폼 등에서 검증 작업을 하기도 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세트(완성품) 제품 분야에서도 두 회사는 함께하고 있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협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는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등이 탑재되고 있으며 인텔이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두 회시가 상생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반도체 동맹을 강화키로 약속한 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양대 산맥의 수장이 만나면서 양사의 협력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라이벌을 넘어 동반자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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