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림 씨 ‘경계선 지능교육 프로그램’ 통해 사회인으로 자립 성공

경계선 지능인 이유림씨가 대교 드림멘토 상담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교
경계선 지능인 이유림씨가 대교 드림멘토 상담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교

[비즈월드] "저는 '느린' 학습자입니다. 배움의 속도가 느리지만 고등학생 때 경계선 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맞춤형 수업과 상담을 병행한 덕분에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립했어요. 느린 학습자는 배우는 속도가 조금 느릴 뿐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대표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장인 이유림(23) 씨가 자신의 얘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건넨 말이다. 유통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이 씨는 현재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은 공부를 즐기고 있지만 이씨는 중학교 때까지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찼어요. 고학년이 될수록 더 힘들었고, 집중력이 낮아 긴 글을 읽기도 어려웠어요. 의사 표현도 서툴러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아 항상 위축돼 있었죠."

이런 이씨와 같은 사람을 경계선 지능인 또는 느린 학습자라고 한다. 느린 학습자는 지능 지수(IQ)가 71~84 수준인 아동들을 일컫는데 지적장애(IQ 70 이하)도 비장애(IQ 85 이상)도 아닌 그야말로 경계선에 있어 '경계선 지능 아동'이라고도 불린다. 전국 학령기 아동의 8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한 학급당 1~3명인 셈이다.

문제는 지적장애 기준에 맞지 않아 장애 복지 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느린 학습자는 또래에 비해 학습 발전이 느리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학습은 물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단다.

"경계선 지능 교육 프로그램은 저 조차도 제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워 답답해하던 시절 빛과 같은 존재였어요. 프로그램 초반에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느리지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니 문제를 해결해 내는 제 자신을 보며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어요."

이 씨의 경우가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당당히 사회인이 된 사례다. 고등학생 때 3년간 주 1회 가정 방문 맞춤형 교육과 심리·정서 상담을 해주는 경계선 지능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분에 느린 학습자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이씨가 도움을 받은 프로그램은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 아동 교육을 위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사회성과보상사업(SIB)으로 마련됐다. 사업 공식 수행기관으로는 국내 대표 교육기업인 대교가 참여했다. 대교는 서울 시내 아동복지시설 내 경계선 지능 아동을 위한 1대 1 맞춤형 인지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참여 아동 73%의 정서 및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프로그램에서는 학교 수업과 달리 저의 학습 속도에 맞춰 수업이 진행됐어요. 특히 대부분 한자어라 어려운 교과서 어휘를 상담사님과 카드 게임을 하는 등 즐겁게 놀면서 습득하니 어휘력과 학습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수업 후에 진행되는 상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죠."

경계선 지능 교육 프로그램은 아동 및 발달 분야의 전문 상담사가 학습자 수준에 맞는 교재로 게임 형식의 수업과 상담을 병행하면서 이뤄진다고 한다. 이씨는 재촉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과 모르는 문제를 반복해서 설명하는 상담사와의 수업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저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준 상담사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지금까지도 상담사님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는 존재예요.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준 상담사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 씨는 과거의 본인처럼 힘들어 하고 있을 느린 학습자들에게 부끄럽다고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또 본인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한편 느린 학습자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느린 학습자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 사업과 기업들의 교육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느린 학습자 전문기관 대교 드림멘토 상담센터의 박수연 상담사는 "느린 학습자들에게는 반드시 학습자의 지능 및 정서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바우처 서비스와 학습자가 전문 기관, 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가정에서 1대 1 학습 치료가 가능한 교육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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