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구조로 물가 상승 직격탄
'저마진' 식품 제조업체들보다 마진 낮아

쿠팡 등 국내 유통업체가 글로벌 '물가 상승' 폭탄을 맞으며 '저마진'의 상징인 식품 제조업체들보다 마진이 낮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쿠팡
쿠팡 등 국내 유통업체가 글로벌 '물가 상승' 폭탄을 맞으며 '저마진'의 상징인 식품 제조업체들보다 마진이 낮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쿠팡

[비즈월드] 사상 최악의 소비자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 어려움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저마진 구조의 상징'이라는 식품 제조업체들보다 마진이 낮아지면서 이를 돌파할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매입하는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들의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70%~80%대다.

일례로 쿠팡의 원가 부담은 상당하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 보고서를 보면 쿠팡의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지난해 84%로 2020년(83.4%)에 비해 소폭 늘었다. 이는 상품을 직매입하는 유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은 184억637만 달러(한화 약 22조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매출 원가 규모가 1년 동안 55%나 증가하며 1조8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쿠팡은 연간 보고서에 상품 수와 매출 증가는 물론 늘어난 물류 비용 등으로 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선 식품을 직매입해 배송하는 마켓컬리도 높은 원가를 감수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2021년 매출 대비 원가율은 81%였다. 2020년(82%)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쿠팡과 함께 마진폭이 매우 적은 상황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 적자는 2177억원으로 전년(1162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부터 물가 상승 대비 가성비 있는 신선 제품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적자가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의 매출 원가율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15조원의 매출을 낸 이마트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73.8%고 영업이익(2659억원)은 전년과 비교해 10% 감소했다. 이마트의 매출 원가율은 2019년(72.4%)에 비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출점 출혈 경쟁을 이어가는 편의점 업계 빅3인 BGF 리테일(82.6%), 코리아 세븐(78%), GS 리테일(77.2%) 역시 수년째 70~80%대의 매출 대비 원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이런 원가 부담은 저마진으로 알려진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의 매출 대비 원가율보다 크지 않다. 국내 주요 16개 상장 식품회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원가율은 평균 72.1%, 평균 영업이익률은 5.6%였다. 마진율이 비교적 높은 음료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7%대, 매출 대비 원가율은 57~58%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유통업계의 마진폭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인플레이션,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 등으로 유통업체 마진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 상황을 타개할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 물류 인프라 투자가 전무했던 10년 전만 하더라도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영업이익률이 6%에 달했지만 지금은 1~2% 수준으로 줄었다"며 "코로나 시기 온라인 가성비 제품 소비가 늘면서 원가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식과 가공 식품 물가 상승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유통 및 제조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월드=황재용 기자 / hsoul38@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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