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일순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사업전략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지난해 10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취임해 관심을 모았던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이 취임 후 5개월 지낸 시점에서 고객은 물론 협력사와 직원들까지 만족시키겠다며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등의 강점을 하나로 정제한 신개념 스토어 ‘홈플러스 스페셜(Homeplus special)’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몰인 ‘코너스(CORNERS)’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성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임일순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사업전략 간담회를 열고 지난 21년 동안 사용해오던 BI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홈플러스’라는 이름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매각설 등으로 어수선했던 회사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복안입니다.

먼저 홈플러스는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멀티채널 할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을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했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 가구,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나 성장기 아이들을 키우는 가족, 용도에 따라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오가는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상품 구색 ▲매대 면적 ▲진열 방식 ▲가격 구조 ▲점포 조직 등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유통 전 과정의 낭비요소를 제거해 직원 업무강도는 줄이고 효율적으로 개선된 자원은 다시 상품에 재투자해 고객 만족과 협력사 매출을 동반 견인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국 점포 중 목동점과 대구점 등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0여개 점포를 리모델링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상품구성 수준을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모두를 아우르도록 확대한다고 합니다. 슈퍼마켓에는 도매가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는 ‘슈퍼마켓’, 싱글족이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신선식품을 찾기 어렵거나 제한된 구색으로 ‘완결된 장보기’가 불가능했던 창고형 할인점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고객이 한 자리에서 원하는 용량, 가격, 구색, 브랜드의 상품을 모두 만날 수 있게 돕는다고 합니다. 전체 상품 수는 ‘파레토 법칙(Pareto’s Law)‘과 같이 고객 대부분이 즐겨 찾는 상품 중심으로 재구성합니다.

세계맥주를 비롯해 와인, 해외 단독 직소싱 상품, 협력사 협업 상품, 트렌디한 아이디어 상품 등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카테고리를 강화해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는 ‘1-Stop Smart Shoppin’을 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홈플러스는 상품의 가격과 진열 방식에 대해서도 고심했습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이용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 가격의 경우 대부분 ‘연중상시저가(EDLP, Every Day Low Price)’ 형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벌이던 초특가(High &Low) 행사의 경우 가격은 평소보다 저렴해 보이지만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결품이 발생, 상품을 사지 못하는 고객이 있게 됩니다. 행사 직후에는 회전율이 떨어져 선도가 저하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장기 프로모션의 경우 협력사와 직원들의 피로가 쌓여 상품 및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일으켰다.

이에 홈플러스는 ‘연중상시저가’ 정책을 벌이면 고객은 늘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고, 수요가 특정 시기에 쏠리지 않아 협력사와 직원들 업무부담도 분산돼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상품 배치의 경우 취급 상품 수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여유 공간을 활용해 주요 상품의 진열면적은 늘리고 고객 동선은 넓히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쾌적한 환경에서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현장 근로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5만여 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이 크게 간소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상반기부터 순차적 모델 적용, 일부 ‘온라인 집중센터’, ‘모던하우스’ 접목도

홈플러스는 이처럼 상품기획, 물류 및 매장 운영의 획기적인 운영혁신을 통해 효율이 개선된 자원은 전부 상품 및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재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상품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고 협력사 및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운용비용을 절감한 만큼 상품의 자체 마진율을 낮추고, 판매가격도 하락해 고객이 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매출 증가 및 협력사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협력사는 다시 보다 좋은 상품을 홈플러스에 제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점포 조직은 기존 카테고리 중심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원팀 멀티플레이’, 소위 ‘품앗이’ 체제로 바꿔 기존 업무를 빨리 마치게 된 직원들이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받을 후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이로써 고객의 1등 쇼핑, 협력사의 1등 매출, 직원의 1등 ‘워라밸’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홈플러스는 상반기부터 기존 대형마트에 순차적으로 ‘홈플러스 스페셜’ 모델을 적용키로 했습니다. 일부 점포에는 ‘온라인 집중센터’와 리빙 SPA 브랜드 ‘모던하우스’까지 접목시켜 멀티채널의 범위를 보다 확장시킬 계획도 전했습니다.

점포 일부 공간을 온라인쇼핑 주문상품을 수령하는 전용공간으로 바꾸고 ‘모던하우스’는 단순히 몰이 아니라 직영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도 들일 예정입니다.

홈플러스는 몰(Mall) 구조에서도 큰 전환을 꾀한다. 우선 새롭게 바뀌는 몰에는 ‘코너스’(CORNERS)라는 이름을 지어 기존 홈플러스와 차별화되고 독립적인 느낌의 공간을 만들어갈 방침입니다.

‘당신의 집 앞 코너를 돌면 만나는, 소소하고 특별한 일상’이라는 의미를 담은 코너스라는 이름처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유소년 축구클럽과 넥타이부대를 위한 옥상 풋살 파크뿐만 아니라 각 지역 청년 창업 브랜드, 싱글맘 쉼터, 플리마켓, 문화자산 연계 아카데미, 토착 공예 체험관, 어린이 도서관 등을 들여 실제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감성 1번지를 모색하고 있다. ‘코너스’는 올 하반기 첫 선을 보일 계획입니다.

◆‘심플러스’로 PB 경쟁 합류, 180조원 대 유럽 직소싱 인프라 구축도 예고

이 밖에 홈플러스는 기존 영국 TESCO와의 협업으로 이어왔던 PB 및 글로벌 소싱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PB는 ‘본질(本質)에 집중하다’는 슬로건의 ‘심플러스’(Simplus)를 대표적인 ‘가심비’ 브랜드로 키우고 간편식은 기존 브랜드들을 ‘올어바웃푸드’(AAF, All About Food) 체계로 일원화하고 운영함으로써 이마트의 ‘노브랜드’, ‘피코크’ 등과 본격적으로 PB 경쟁체제를 구축한다는 포부입니다.

또 글로벌 소싱 분야에서는 현재 유럽 10여 개 국가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이 모여 만든 약 180조원 소싱 규모의 유통 네트워크와 제휴해 장기적인 글로벌 소싱 경쟁력도 키워 나간다는 방침도 내비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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