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본부 건물. 사진=다음 로드뷰 캡처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날씨가 궁금할 때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신체의 변화를 보고 앞으로의 기상 상황을 물어보는 것인데 용하게도 잘 맞았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바탕으로 한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도 아니면 모'의 엉텅리 였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강수 적중률이 불과 ‘46%’했기 때문이다. 이는 유치원생에게 물어봐도 절반을 맞출 비가 올 확률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인 기상청의 예보수준은 한심한 수준이다.

감사원은 최근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3월 기상청과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8개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총 33건의 위법·부당·제도개선 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국민 생활은 물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2012∼2016년)간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244개 관측지점 연평균)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에 불과했다. 또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하지 않았으나 비가 온 경우도 1808회로 집계됐다.

감사원이 강수 유무 적중률을 분석한 결과 적중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46%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45.2%의 적중률로 2012년(47.7%)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위성 관측자료 활용도도 낮았다. 기상청은 수치예보를 위해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의 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5월 발사하는 천리안위성 2호의 기상관측장비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기상청이 천리안위성 1호의 위성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위성에서 관측한 자료를 수치예보 모델로 활용하는 기술을 제때 개발하지 않아 한반도 기상 상황을 상세하게 예측하는 국지예보 모델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리안위성 2호의 활용 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

지진을 대비할 수 있는 지진 조기경보도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은 2015년 1월 지진 조기경보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설정한 발령조건은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였다.

이는 외국보다 신속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지진 조기경보 소요시간은 우리나라가 평균 26.7초, 일본이 7.2초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진 조기경보 구역에서 대마도와 북한지역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또 지진해일 특보 기준 감사에서도 부적정 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상청이 2010년 7월 마련한 '지진관측망 종합계획'도 문제였다. 기상청은 지진관측소 간 적정 거리를 유지한다는 취지와 달리 지진 다발지역과 주요 시설물 설치지역에 관측소를 조밀하게 설치했다. 이로 인해 국내 면적의 약 20% 지역에서 관측 공백이 발생했다.

게다가 기상청이 종합계획을 준비할 당시 직접 운영하는 110개 관측소 이외에 유관기관이 92개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유관기관 관측소 40곳만 계획에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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