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통로에 설치된 광고판에는 케이팝 스타나 아이돌 그룹의 데뷔, 컴백, 생일 등을 축하하는 광고가 게재돼 있다. 팬들이 직접 제작하고 집행한 일명 ‘서포트 광고’이다. 최근 삼성역에 케이팝 스타가 아닌 그들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등장했다. 광고에는 ‘골든 차일드’의 팬덤 ‘골드니스’, ‘강다니엘’의 팬덤 ‘다니티’, ‘AB6IX’의 팬덤 ‘ABNEW (에비뉴)’ 등 총 55개 아티스트의 팬덤에게 ‘너의 최애가 누구라도 나의 최애는 항상 너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신의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덤에 대한 ‘역조공’ 아이템

광고의 주인공은 음악 전문 스타트업 기업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운영하는 케이팝 팬덤 플랫폼 ‘블립(blip)’이다. 블립은 지난 6월부터 삼성역 내에 앱 서비스 론칭 1주년을 기념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자신의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덤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일종의 광고를 통한 ‘역조공’인 셈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집행한 '블립 1주년 기념 광고' (사진=스페이스오디티)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집행한 '블립 1주년 기념 광고' (사진=스페이스오디티)

블립은 작년 6월 론칭해 세상에 나온지 꼭 1년째되는 케이팝 팬덤 플랫폼이다. 전 세계 케이팝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케이팝 팬 1억명, 케이팝 팬덤 플랫폼 이용자 수 1000만 시대가 됐다. 그 시장을 겨냥해 하이브의 ‘위버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블립은 ‘팬덤의 덕질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세계 케이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하는 것을 더욱 사랑하라’라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이 앱은 덕질을 더욱 편하게,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팬덤을 존중하고 장려한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립을 운영하고 있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블립 1주년을 맞아 우리 서비스가 존재하도록 해준 케이팝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며 “신입 요원(사원)이 1주년 온라인 가상 광고를 기획한 것을 보고 실제 오프라인에도 집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와 삼성역 광고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립의 삼성역 지하철 광고는 온라인 가상 공간에도 올라가 있다. 블립 1주년 가상 광고판에는 무려 2500건 이상의 축하와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김홍기 대표는 “본래 할일이나 아이디어 등을 가상 스티커를 통해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가수 김경호 팬분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해 ‘김경호 반백살 생일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것에 영감을 얻어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 데뷔, 컴백, 1위 등 각종 기념일에 광고를 제작하고 그 위에 포스트잇 메시지는 붙이는 케이팝 팬들의 문화를 그대로 온라인에서 구현한 셈이다. 팬덤을 위한 앱 서비스에 꼭 맞는 방식이다.

블립 1주년 온라인 광고와 포스트잇 메세지. (사진=스페이스오티디) 
블립 1주년 온라인 광고와 포스트잇 메세지. (사진=스페이스오티디) 

◆‘포스트잇 메시지’ 광고,  아티스트 그림 ‘흙손대회’ 등 신선한 아아디어

삼성역부터 강남역까지 쭉 뻗는 테헤란로 사이사이 버스 정거장 옆에 설치된 ‘미세먼지 프리존’ 광고판에 조금 낯선 광고들이 걸렸다. 보통 광고는 잘 구성된 일러스트와 레이아웃을 사용하는데, 이 광고들은 누군가를 그렸는데 그 솜씨가 좋지 않다. 

이 광고물의 주인공 역시 ‘블립’이다. 지난 5월 블립은 팬들을 대상으로 직접 자신의 아티스트의 그림을 그려 응모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름하여 ‘흙손대회’. 보통 ‘손재주나 그림실력이 뛰어나 높은 퀄리티의 창작물을 만드는 창작자’를 일컬어 ‘금손’이라고 하는데, ‘흙손’은 그 반대의 의미인 셈이다.

삼성역부터 강남역 사이 곳곳에 걸려 있는 이 광고물은 ‘흙손대회’ 출품작들이다. 블립은 오는 15일까지 흙손대회에 출품된 총 564건의 작품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우승작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 국민투표를 알리기 위해 출품작들을 광고를 통해 노출하고 있다.

블립 '흙손대회' 옥외광고. (사진=스페이스오디티) 
블립 '흙손대회' 옥외광고. (사진=스페이스오디티) 

흙손대회 국민투표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유튜브 영상도 화제다. 흙손대회 참가작들을 평가하기 위해 일반인 평가단과 전문가 평가단이 등장해 흙손대회 참가작들이 누굴 그렸는지 맞춰보는데, 영상을 보며 같이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전문가 평가단으로는 ‘인물 캐리커쳐 그리기’로 유명한 하카소(개그맨 하준수), 서울대학교 김경선 교수, 블립 이신비 디자이너, 동아일보 임희윤 기자, 음악평론가 김윤하, STAYC(스테이씨) 세은, 아이사 등이 참여했다. 일반인 평가단에도 베터랑 영화배우, 미모의 쇼호스트, 5살 딸바보 아빠, 냉철한 꼬마 아가씨, 차세대 금손, 아이돌 응원봉 수집가 등이 참여해 참가작들이 그린 아티스트가 누군인지 맞춰보았다.

'흙손대회' 전문가 평가단 리뷰 영상. (사진=블립 유튜브 채널) 
'흙손대회' 전문가 평가단 리뷰 영상. (사진=블립 유튜브 채널) 

블립 관계자는 “이번 ‘흙손대회’ 참가작의 특징은 출품작 제목으로 ‘오빠 죄송해요’’, ‘저 안티팬 아니에요’ 등이 많았다는 점이다”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흙손들도 함께할 수 있는 덕질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수상작은 7월 30일에 블립 앱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블립의 ‘흙손대회’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광고대행사 먼프 김원민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슈의 기근, 예산의 한계 그리고 경험의 부족으로 퍼포먼스 광고에 맞춘 크리에이티브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블립의 경우 하나의 이벤트를 활용해 유저의 참여, 유튜브 콘텐츠 제작, 옥외광고 집행까지 끌어가고 있다”며 “과거 배달의민족의 광고 사례처럼 그 조직의 브랜드 DNA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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