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고 있는 장수 상표를 이용한 이색 협업 제품들. 자료=특허청
최근 출시되고 있는 장수 상표를 이용한 이색 협업 제품들. 자료=특허청

[비즈월드] #1. 밀가루로 유명한 ‘곰표’ 상표가 붙은 밀맥주와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 상표가 붙은 흑맥주, 조미료 제품인 ‘미원’ 상표를 활용한 팝콘제품 등 이색상품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곰표’는 1955년 등록돼 현재까지 관리되는 대표적인 장수상표 가운데 하나다. 미원은 87년, 말표 역시 90년도에 등록된 후 현재까지 권리를 유지하고 있는 장수상표로 손꼽힌다.

#2. 인기가수 ‘샤이니’와 협업해 두꺼비 모양이 인쇄된 티셔츠, 스티커 등 상품을 출시한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며 두꺼비 상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꺼비 모양의 상표도 1954년에 등록된 유서 깊은 장수상표다. 복고 상표를 새로운 상품에 붙여 감성과 재미를 곁들인 이색 협업상품이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복고 열풍에 이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장수상표를 다른 이종의 제품에 결합한 이색 협업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이색 협업상품은 같은 종류가 아닌 이종 영역 간 협업을 통한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상품과 상품, 상품과 상표 간의 조합도 이뤄지고 있다. 

장수상표 현황. 자료=특허청
장수상표 현황. 자료=특허청

11일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 등록을 받아 10년 이상 권리가 유지되고 있는 상표는 약 42만건에 달한다. 상표권이 유지되는 평균 수명은 11년6개월이었다. 

일반적으로 상표권의 존속기간은 설정등록이 있는 날부터 10년이며, 상표권자의 신청에 따라 10년마다 연장 갱신할 수 있다. 

30년 이상 장수상표. 자료=특허청
30년 이상 장수상표. 자료=특허청

이 가운데 60년 이상 상표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표는 총 302건이며, 이 외에도 50년 이상 1373건, 40년 이상 6516건, 30년 이상 3만5598건의 상표가 있었다. 

이같은 장수상표들이 이종 상품와의 톡톡 튀는 결합으로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곰표 맥주, 말표 맥주, 맛소금 팝콘 등은 신상품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서고 있다. 이색 협업상품들의 성공에는 복고 상표, 즉 ‘오래된 상표’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오랜 기간 사용되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관록 있는 장수상표’와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상품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연수 특허청 국제상표심사팀 심사관은 “오래 기간 잘 관리된 상표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이게 된다”면서 “기업들도 마케팅 방법을 다양화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까지 장수상표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잘 관리된 상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므로 상표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확인이 가능한 국내 최초 출원 상표 '해태'와 현재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가장 오랜된 상표인 '샘표'. 사진=키프리스 캡처
확인이 가능한 국내 최초 출원 상표 '해태'와 현재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가장 오랜된 상표인 '샘표'. 사진=키프리스 캡처

한편 비즈월드가 2020년 2월 10일 보도한 '[단독, 페이턴트] 국내 최초 출원 상표는 선미제과의 '해태'…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표는 '샘표'' 에 따르면 특허청 키프리스를 통해 가장 먼저 출원된 상표를 확인한 결과 국내 최초의 상표는 선미제과합명회사의 ‘해태’였다. 이 상표의 출원번호는 ‘제4019500000004호’이다. 앞의 40이라는 숫자는 상표를, 뒤의 1950이라는 숫자는 연도를 의미합니다. 국내 상표는 1950년부터 출원을 받았다.

하지만 1번부터 3번까지는 어떤 상표였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6·25 전쟁과 몇 차례의 담당부서 이동 등을 통해 관련 등록 서류가 소실이나 분실되는 등의 이유로 전자화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출원 상표는 1950년 3월 20일 출원됐으며 1953년 8월 18일 등록을 받았다. 이후 소멸되었지만 권리이동이나 소멸시기 등 관련 등록사항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해당 사항에 대해 특허청에 문의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사진=키프리스 캡처
사진=키프리스 캡처

이어 출원된 5번(제4019500000005호)은 당시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했던 민태식이라는 개인이 등록한 ‘왕관’이라는 상표이다. 분류가 3류로 건과자나 사탕, 캬라멜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과자 제품에 사용할 목적으로 출원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상표 역시 등록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상표 출원번호 6~8번까지는 전산 입력에서 빠진 가운데 출원번호 9번(제4019500000009호)은 1950년 3월 20일 출원하고 1954년 1월 8일 등록을 받은 백보환 주식회사의 ‘백보환’ 상표였다. 출원번호 10번(제4019500000010호)은 조화주조주식회사가 1950년 3월 20일 출원하고 1952년 12월 27일 등록을 받은 ‘조화’라는 상표였다. 이 회사는 같은 이름의 다른 디자인 상표를 11번째로 출원했다.

12번(제4019500000012호)은 당시 경남 마산에 거주했던 조용복이라는 개인이 1950년 3월 20일 출원하고 1954년 4월 16일 등록한 상표지만 관련 이름이나 등록사항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출원이 13류(마분, 세탁비누, 세분, 화장비누)로 되어 있어 화장품이나 비누제품 판매를 위한 상표로 추측되고 있다. 또 13번부터 15번까지의 상표 출원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16번(제4019500000016호)도 조용복씨가 1950년 3월 20일 출원하고 1954년 4월 16일 등록받은 ‘금수강산 화장석검 덕지유지화학연구소’라는 회사 상표였는데 역시 세탁비누, 화장비누 부문인 13류를 지정했다.

해당 상표가 출원으로부터 등록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기간까지 국내 행정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1954년 3월 17일 이런 사항에 대한 ‘등록사정서’를 출원인에게 발송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권리가 유효한 가장 오래된 상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출원 후 심사를 거쳐 등록을 받은 상표를 기준으로 알아봤다.

바로 식품 제조업체의 상표인 ‘샘표’이다.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를 담은 이 상표의 등록번호는 362호(제400000362호)이다.

‘샘표’ 상표는 지금부터 64년 전인 1954년 4월 6일 이 회사의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회장 개인이 출원하고 1954년 5월 10일 등록을 받았다. 이후 1972년 2월 21일 상표의 권리를 샘표 주식회사에 양도했다.

두 번째(제400000457호) 최고(最古) 등록상표는 샘표보다 4달가량 앞서 1954년 1월 27일 출원됐다. 하지만 등록 결정은 1965년 9월 15일 받아 아쉽게 영원한 2번(457호)이 된 ‘진로’가 뒤를 이었다. 이 상표 역시 진로의 창업주인 고(故) 장학엽 회장이 개인으로 등록했다가 1964년 10월 12일 권리를 회사에 양도했고 현재는 하이트진로가 이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 이후 현재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상표들은 조선제분이 1954년 10월 6일 출원하고 1954년 11월 30일 등록을 받은 무공화를 비롯해 별표, 학표, 쌍룡표, 제비표 등의 상표이다.

외국 상표로는 페푸시 콜라주식회사가 1954년 9월 21일 출원하고 1954년 9월 27일 등록(제400000463호)받은 ‘PEPSI-COLA’이다. 이어 알제이레이놀즈터배코캄파니가 1954년 5월 3일 출원해 1954년 11월 30일 등록(제400000507호)한 담배 제품 ‘WINSTON’과 인터내쇼낼비지네스미쉰상사가 1954년 5월 7일 출원하고 1954년 11월 30일 등록(제400000508호)의 글로벌 컴퓨터 프로그램사인 ‘IBM’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로벌 영화제작사이 ‘UNIVERSAL INTERNATIONAL’은 국제휠림상사가 1954년 3월 19일 출원하고 1954년 11월 30일 등록(제400000515호) 받았으며 ‘COCA-COLA’ 상표는 1954년 3월 18일 출원돼 1954년 11월 30일 등록(제400000542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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