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후 논문, 연구노트 등을 그대로 제출…특허 출원일을 빠르게 확보 가능

표=특허청 제공
특허청이 도입한 '임시명세서' 흐름표. 표=특허청 제공

[비즈월드] #1. 국내 대기업 A사는 2018년 초 표준기술에 대한 특허를 신속하게 출원하기 위해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제출하는 기술서를 그대로 출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특허청에 문의했다. 그러나 특허청에서는 정해진 출원 서식에 따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허용할 수 없었다. 이에 A사는 빠른 특허출원일 확보를 위해 미국의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과 같이 형식의 제약이 없는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특허청의 경우 가출원 때 형식의 제약이 없는 명세서를 제출한 후 1년 이내에 정규출원으로 전환하며 앞선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1. 국내 대기업 B사는 국제적으로 특허출원일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가출원 제도를 이용해 미국에 2017년 11월 특허를 먼저 출원한 후, 이를 기초로 조약 우선권을 주장GO 국내에 2018년 11월에 특허출원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이란 체약국에 출원한 특허를 국내에 다시 출원하면서 조약우선권을 주장할 경우 최초 출원한 국가의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복잡한 서류 형식에 얽매여 눈물을 흘려야 했던 비합리적인 특허행정이 한 부분에서 바로 잡히게 됐다.

특허청(청장 박원주)은 지난 30일부터 국내 기업이 특허를 빠르게 출원할 수 있도록 기존의 명세서 서식에 따르지 않고 발명의 설명을 기재한 '임시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에 들었다고 밝혔다.

앞에 예를 근거로 하면 미국의 경우 이미 2017년부터 시행하던 제도를 3년만 도입한 것이다.

특허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명을 출원한 사람에게 그 발명의 독점권을 준다. 이 때문에 기업들 간에 유사한 기술을 다른 기업보다 먼저 특허 출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도 기존 우리나라의 특허 행정은 특허를 출원할 때 규정된 서식과 방법에 따라 작성된 명세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논문 등의 연구결과를 명세서 형식으로 재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신속한 출원이 어려웠다.

특허출원 때 제출하는 명세서는 특허법 시행규칙 별지 제15호서식에 따르며(규칙 제21조 제2항), 전자출원 때 서식의 각 항목을 입력하지 않으면 제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특허청은 특허 또는 실용신안을 출원하면서 기존 서식에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의 임시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특허법·실용신안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라고 이날 밝혔다.

다만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상태로는 특허심사를 받지 못하므로 해당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으려면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우선권을 주장하며 다시 출원해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날짜로 출원일을 인정받는 방법이 권장된다. 혹은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날부터 1년 2개월 내에 정식 명세서를 다시 제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특허청은 이번 제도개선에 맞춰 임시 명세서로 제출할 수 있는 서류를 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PDF, JPG 등 일반적인 전자파일 양식이라면 모두 가능하도록 전자출원 시스템도 개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출원인은 논문·연구노트 등에 기재된 발명을 별도의 수정 작업 없이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

이번에 특허 명세서 제출 요건이 완화됨으로써 국내에서도 연구 결과를 바로 특허출원할 수 있게 되어 산업계에서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특허청 측은 예상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기존에는 명세서 작성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어 특허출원일을 빠르게 확보하기 힘들다는 기업이 많았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임시 명세서 제도를 활용하면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이전보다 신속하게 특허를 출원하고, 이후 개량한 발명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주장해 출원일을 인정받는 등 더욱 효과적으로 혁신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