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 뼈·근육·지방·혈관 등 개인별 특성을 인증에 도입

연구진의 인증방식을 예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 캡처 자료. 사진=ETRI 제공
연구진의 인증방식을 예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 캡처 자료. 사진=ETRI 제공

[비즈월드] 바이오인식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에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이 도입돼 상용화되어 있는 상황이며 안면인식과 정맥인식 등도 산업체에서 보안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생체인식 장치에서 복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혹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사람마다 신체 구조가 다른 데 착안해 신호의 전달특성을 구별해 복제할 수 없는 안전한 바이오인식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 이하 ETRI)은 사람마다 다른 인체의 뼈, 근육, 지방, 혈관, 혈액 및 체액 같은 차별성을 보이는 인체 구성 요소를 신호체계로 바꾼 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개개인을 구별하고 인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31일 발표했습니다.

이 성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IEEE 트랜잭션 온 사이버네틱스(Transactions on Cybernetics)’ 등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어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ETRI 연구진은 지문, 홍채, 얼굴 인식 등 현재 상용화된 생체인식 인증기술들이 이미지 처리 기반 기술로 복제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기존의 지문 등을 활용한 인증기술은 외형 이미지에 치중했지만 이 신기술은 신체 내부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한다는 차별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손가락을 인증 대상으로 설정하면 손가락 내 해부학적 조직 특성에 따라 달라진 신호를 반영하게 됩니다. 마치 건강검진 때 초음파 촬영을 하거나 체지방을 측정하듯 손가락에 진동과 같은 기계적 신호나 미세한 전류와 같은 전기적 신호를 주어 손가락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 사람을 구별해 인증하는 것입니다.

ETRI는 “인증 단계 편의상 손가락으로 시연을 진행했지만, 신체 부위 어디든 미리 등록을 해놓으면 인증대상의 해부학적 특성을 모델링 하면서 개인별로 식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개발의 핵심기술로 ▲생체 조직 모델링 기술 ▲딥러닝 생체 신호 분석 기술 ▲진동, 전극 소자 기술 등을 들었습니다.

ETRI의 ‘인체 전달특성 기반 바이오 인식 시스템’은 현재 성인의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 전기 와 음향 신호를 인체에 전달하기 위해 ▲에너지변환기(Transducer) ▲센서 ▲신호 처리부로 구성됩니다.

또 손목시계형으로도 만들어 전극을 손목 부위에 닿도록 구현했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센서에서 얻어진 신호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특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특이성과 재현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현했으며 앞으로 이 시스템을 센서나 칩 형태로 경량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얻어 5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7000개 이상의 임상 데이터도 확보했습니다. 확보된 임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및 딥러닝 모델을 통해 검증한 결과, 생체인식 정확도는 99%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또 인천대학교 김남근 교수 연구팀의 연구 협력으로 신체의 신호전달 특성에 대한 기계적 모델링 구현에도 성공했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모델의 최적화를 통해 정확도는 향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해당 시스템은 편의성이 강화된 모바일 웨어러블 플랫폼 형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이에 따른 활용 분야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ETRI의 기술은 기존 생체인식 기술보다 원천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고 연속으로 생체 인증을 할 수 있습니다. 편의성도 뛰어나 우리 몸의 특정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인증이 가능합니다.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의식적으로 손끝이나 얼굴을 센서에 가져갈 필요 없이 부착형 또는 모바일 기기의 무자각 상태에서 개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성과는 연구진이 보유한 생체 정보 획득 관련 핵심 원천연구 노하우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며, 연구진은 앞으로 세계적인 생체인식과 보안기기 전문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실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결재, 현금자동입출기(ATM) 입·출금 등 금융 결제, 인터넷 자동 로그인, 출입 통제, 자동차 문손잡이, 가정용 맞춤형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병원에서 환자 정보 관리를 위한 스마트 시스템 등으로 적응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안창근 ETRI 의료정보연구실 박사는 “스마트폰을 잡았을 때 인증이 되게 하거나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통해, 의자 좌석에 착석 때 인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기술이 미래 생체 인식 산업의 원천기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비즈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