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뿐인 '일산화탄소경보기'…저가형 제품, 10개 중 4개는 성능 '미흡'
모양뿐인 '일산화탄소경보기'…저가형 제품, 10개 중 4개는 성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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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법 등 정보 제공도 부실…소비자원, "EU 등 기준에 크게 낮아 개선 필요"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비즈월드] 지난해 발생한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영향으로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경보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제품은 경보 성능이 떨어져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해당 기준이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의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이희숙)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0만원 이하 제품(건전지 전원형 13개, 교류 전원형 1개) 14개를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을 벌인 결과 5개(35.7%) 제품이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 성능이 부실했습니다.

일산화탄소경보기는 ‘가스누설경보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라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로 분류됩니다. 공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1차 경보 농도)에서 5분 이내, 550㏙(2차 경보 농도)에서는 1분 이내에 경보를 울려야 합니다.

또 오경보를 방지하기 위해 50㏙(부작동 농도)에서 5분 이내에는 작동하지 않아야 하며, 경보 음량은 7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준도 가정이나 사무실 등의 전기콘센트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교류 전원형 일산화탄소경보기’에만 적용될 뿐 시중 유통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전지 전원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산화탄소 경보농도 및 음량 시험결과, 조사대상 14개 중 5개(35.7%) 제품이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조사대상 14개 중 4개(28.6%) 제품은 1차(250㏙)·2차(550㏙) 경보농도 등에서 미작동 또는 오작동 했고, 3개(21.4%) 제품은 경보음량이 52~67㏈ 수준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CPD GROUP(CAMG700)과 대신전자(DS-220)의 2개 제품은 경보농도 및 경보음량 등이 모두 미흡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0만원 이하 제품(건전지 전원형 13개, 교류 전원형 1개) 14개를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을 벌인 결과 5개(35.7%) 제품이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 성능이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경보기 10만원 이하 제품(건전지 전원형 13개, 교류 전원형 1개) 14개를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을 벌인 결과 5개(35.7%) 제품이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 음량 성능이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관련 규정이 터무니없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도 장시간 흡입할 경우 혈액 내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해 일산화탄소 중독(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은 적혈구내 헤모글로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된 화합물을 말하며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약 250배 높아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을 저해해 저산소증(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킵니다.

이에 유럽연합과 미국은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최저 경보농도 기준을 각각 50㏙, 70㏙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250㏙으로 저농도에 장시간 노출되어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소비자원 측은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 일산화탄소경보기 성능기준에 따라 조사대상 제품들을 시험한 결과 14개 중 13개(92.9%) 제품이 50㏙ 또는 100㏙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규정된 작동시간 이내에 경보를 울리지 않아 국내 경보농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발견됐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산화탄소경보기는 소비자가 구매해 직접 설치하는 제품입니다. 때문에 바닥·창문·환풍기 부근 등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경우 경보가 울리지 않거나 지연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대상 14개 중 설치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는 제품은 3개(21.4%), 제품사용설명서 등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7개(50.0%)에 불과해 안전한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소비자원은 “유럽연합에서는 일산화탄소경보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치·사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주택구조에 맞는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성능 기준에 미흡한 제품의 사업자에게 자발적 시정을 권고했고, 해당 사업자는 이를 수용해 판매를 중지하고 교환·환불·수리하기로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소방청에는 ▲건전지형 일산화탄소경보기의 형식승인 등 기준 마련 ▲일산화탄소경보기의 경보농도 기준 강화 ▲일산화탄소경보기의 설치기준 마련 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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