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4)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4)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비즈월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4)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 연수원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믿고 응원하고자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거취를 고민하다 퇴진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창업 세대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퇴임 후 그룹 경영과 관련해 주언자로 나서고 재계 원로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하지 못한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원그룹은 앞으로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될 전망입니다.

동원은 1969년 4월 16일 서울 명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출발했습니다. 동원산업은 이후 신규 어장 개척, 첨단 어법 도입, 오일쇼크 위기 극복 등을 거쳐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습니다.

동원산업은 이후 1982년 내놓은 국내 최초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성장에 가속도를 올렸습니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이 넘게 판매됐습니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도 진출했고 이후 그룹과 계열 분리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됐습니다.

동원그룹은 '양반김'와 '양반죽' 등 다양한 유명 식품 브랜드로 제품군을 확장시켰습니다. 2000년에는 종합식품기업 동원F&B를 설립해 유가공·건강기능식품·온라인 유통에까지 나섰습니다. .

종합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한진피앤씨·테크팩솔루션·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PET 용기, 캔, 유리병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그룹은 지난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물류 사업을 확대했고, 지금은 수산·식품·포장·물류 4대 축을 바탕으로 지난해 연 매출 7조2000억원을 거뒀습니다.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세네갈 통조림 회사 '스카사', 베트남 종합 포장재기업 'TTP'·'MVP'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세계 시장으로도 확장을 거듭했습니다.

동원그룹은 창립 10주년이던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한 이래 어린이에게 책을 나눠주는 '책꾸러기 캠페인'과 대학생 대상 강좌 '라이프 아카데미' 등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동원육영재단이 40년 동안 투자한 금액은 420억원에 이릅니다.

이날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김재철 회장은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다"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고, 기업 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등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 정신을 발휘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김재철의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사 전문입니다.

바다와 육지에서, 또 현장과 사무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동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동원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이기도 하지요.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에,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에 낚시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역사 발전의 gap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동원은 1,2,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세계로 진출하여 국내외에 2만여 명의 동원 가족이 되었습니다. 실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이 모두가 전·현직 동원 가족 여러분들의 땀 흘린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결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현실은 항상 난관에 쌓여 있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업 경영은 언제나 힘든 운동 경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또 그것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고 하는 어느 선각자의 말을 믿고 따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저와 오래 동행한 사람일수록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vis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입니다.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마시고, 항상 여러분의 하는 일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지,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에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힘차게 전진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늘 유념하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正道로, 여러분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더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꿈이 자라는 생활 터전을 만들어주시고 국가 사회에도 공헌하십시오.

동원 가족 여러분의 무한한 건투와 행운을 비는 바입니다.

2019년 4월 16일

회장 김 재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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