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자구책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비즈월드 DB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자구책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비즈월드 DB

[비즈월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날개를 잃었습니다.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채권단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날개가 꺾였습니다.

관련 업계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0일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경영복귀 불가를 명문화 하고 오너가(家)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자구책을 채권단에 전달했습니다.

자구책의 핵심은 박삼구 전 회장의 완전 퇴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 지분의 전량 담보 제공, 3년간 재무구조 개선 이행 평가와 미달 시 아시아나항공 매각,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한 지원자금 상환 등입니다.

특히 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아내인 이경열 여사와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보유 중인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 전량을 채권단 측에 담보로 제공한다는 카드를 꺼냈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진행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또 그룹은 이런 자구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11일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경영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 자구책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그룹의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자구책에도 채권단에 요청한 자금의 사용 계획이나 수익성 개선 방안 등 채권단이 그룹의 향후 경영 방향을 판단할 내용이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채권단의 입장 발표 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구책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며 그룹에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앞으로 채권단 협의 등이 추가로 이뤄지겠지만 그룹은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자구책을 다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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