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부터 헌법제판소 앞에는 낙태 찬반을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사진=비즈월드
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부터 헌법제판소 앞에는 낙태 찬반을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사진=비즈월드

[비즈월드]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일정 기간 내 낙태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270조 역시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두 조항은 그동안 낙태죄로 불렸습니다.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입장과 함께 지난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그동안 태아의 발달 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고심을 거듭한 헌재는 최종적으로 7 대 2 의견으로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헌재는 "현행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는 만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됩니다.

이는 7년 전과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지난 2012년 헌재는 현행 형법상 낙태 관련 처벌조항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반대 의견도 4명 나왔지만 헌재는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임신 후 몇 주가 지났는지가 생명권 보호의 기준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헌재 결정에 정부는 이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후속 조치에 들어갈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부처가 협력해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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