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 반대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습니다. 주주권 행사로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남는 등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 최대 안건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주식 지분 구성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11.56%, 외국인 주주가 20.50% 그리고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가 55.09%입니다.

조 회장 연임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대한항공 정관에 따라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였습니다. 하지만 주총 결과 찬성 64.1%, 반대 35.9%로 조 회장의 연임안은 끝내 부결됐고 함이에 따라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의 이유로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상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270억원대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한진 오너가(家)가 갑질 등 각종 의혹으로 국민 시선이 싸늘해진 점 등을 고려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에 외국인 주주가 먼저 등을 돌렸고 주총 현장에서 소액주주 등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스스로 물러나는 용퇴가 아닌 불명예스러운 퇴장이며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남게 되는 치욕도 맛봐야 하는 것입니다.

또 조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대한항공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한항공 경영진들이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조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연임안 부결은 상당한 충격입니다.

당장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잃게 되면서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도 앞두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지난달 2023년 매출 16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7200억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과 경영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너이자 대표이사인 조 회장이 떠밀려 내려온 만큼 세부적인 사안 변경이 불가피하며 이번 주총으로 대내외적으로 추락한 위상도 회복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이번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한항공은 이 사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