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유력했지만 금감원 입김에 임추위 전 사퇴
금융권 및 정치권으로 사태 번지며 '관치 논란' 커져

[비즈월드] 세번째 연임이 유력했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의 '관치(官治) 논란'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금융권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함 행장은 세 번째 연임을 자진 포기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가 함 행장의 경쟁자로 지목됐던 지성규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은행장 단독후보로 확정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그동안 임추위는 최종 은행장 후보를 2명 선정해왔습니다. 이번에도 한 번의 연임을 거친 함 행장과 지 부행장이 은행장 후보로 꼽힐 전망이 높았습니다. 또 함 행장의 연임이 상당히 유력했습니다. 여러 악조건에 속에서도 2015년 9월 취임 후 하나은행의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렸고 은행 당기순익 2조원 돌파 등의 성과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함 행장은 자진 사퇴하며 은행장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은 금감원의 입김에서 출발했습니다.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과 면담을 하며 함 행장의 3연임에 대한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를 경고한 것입니다.

여기에 함 행장은 현재 채용 개입과 남녀 합격자 비율을 4 대 1로 정해 채용 절차를 진행토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함 행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이 역시 리스크로 판단, 함 행장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보였습니다. 

하나은행 노동조합도 이를 두고 그의 세 번째 연임을 적극 반대해 왔습니다. 결국 함 행장은 이런 이유로 세 번째 연임을 스스로 포기했고 금감원의 관치 논란은 급속도로 확대됐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관치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함 행장의 사퇴와 지 부행장의 차기 행장 후보 선정 과정에 금감원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의 함 행장 연임과 관련한 문제 제기로 최종 결과가 달라진 만큼 이를 관치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태로 관치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달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금감원이 민간 은행장 선임에 관여해 특정인을 배제한 것을 두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나은행도 차기 행장 자리를 둘러싼 관치 논란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함 행장이 '조직 안정이 먼저'라는 뜻을 전하며 자진 사퇴했지만 관치 논란으로 금감원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으며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잠재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지 부행장은 22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입니다. 지 부행장은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이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글로벌 사업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함 행장은 은행장에서 물러났지만 지주 부회장직은 유지하게 됩니다. 불명예 퇴진이 아닌 스스로 용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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