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가 최근 전 세계의 화두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에 이 업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분쟁의 정점에는 지식재산권 분쟁이 있습니다. 중국이 불리한 대목입니다. 이를 반영 EU는 5G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시작된 화웨이 부회장 스파이혐의 논란은 미국에서의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미국 중소 스타트업의 액정 관련 기술을 절취한 혐의로 미 FBI가 미국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 압수수색을 벌인 사건이 세계적인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G2라는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공룡의 사생결단 싸움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1년 이상 풍파를 몰아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적재산권에서 취약한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움츠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쉽사리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중 무역분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 여파로 화웨이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하반기 이미 애플을 앞질렀고 삼성전자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의 화웨이를 일군 통신장비 부문 역시 글로벌 리더인 시스코를 압도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강합니다.

화웨이는 지난 1987년 설립됐습니다. 업력으로만 보면 30년 조금 넘은 청년기업입니다. 설립 초기에는 스위치, 라우터 등 통신 장비를 제조·공급했습니다.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2010년 이후 유럽의 강자 에릭슨을 앞지르고 지금은 시스코마저 내려다 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화웨이 중국 선전의 R&D 센터.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화웨이 중국 선전의 R&D 센터.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화웨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매출액은 925억4900만 달러(한화 약 107조원)에 영업이익은 86억4500만 달러(한화 약 1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익은 72억7600만 달러(한화 약 8조4000억원) 수준입니다. 현재 임직원은 18만명에 달하며 이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8만명입니다. 14개의 R&D 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직·간접적인 글로벌 연구조직이 20개를 넘고 있습니다.

통신장비의 경우 중국의 통신 관련 회사 전체를 포함해 전 세계 300개 이상의 통신회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50대 기업의 90% 이상이 이 회사의 장비를 사용합니다. 시장에 늦게 뛰어든 스마트폰 역시 최단시간 톱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불과 30여 년의 기간 동안 어떻게 이런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을까요?

미국의 시스코 등 여러 통신장비 업체들은 이에 대해 ‘화웨이의 기술 탈취’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에 대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목한 바 있습니다. 시스코는 화웨이가 자사의 통신 장비 관련 지식재산권을 탈취했다고 제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와 친분이 있던 R씨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 통신장비 부문에서 전무로 근무하다가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집중한다며 통신장비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떠나 시스코 부사장으로 옮겼던 인물입니다.

시스코에서 명예퇴직했다가 다시 삼성전자 통신부문 고문으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과거 시스코 근무 시절 “시스코가 수 년의 연구개발 끝에 개발한 최첨단 통신장비를 출시하자 마자 화웨이에서 똑같은 장비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수출을 우려했었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초창기 화웨이의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현 시점에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화웨이와 미국 정부의 긴장 상태는 과거의 은원관계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미국은 지금도 화웨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화웨이의 특허 워드클라이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의 특허 워드클라이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화웨이가 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기에 현재의 화웨이 역량을 진단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과감히 배워야 합니다.

화웨이는 현재 통신 네트워크 장비, IT,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 디바이스, 클라우드 서비스 4개 부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ICT 서비스 분야의 꽃으로 떠오른 클라우드는 화웨이가 차세대 먹거리로 공들이고 있는 사업입니다.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의 현재 기술경쟁력등급(TCG)과 기술력점수(TSS).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가치 분석 전문기업인 위즈도메인에 따르면 핵심 관계사를 포함한 화웨이의 보유 특허는 9만2800건에 이릅니다. 이 중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는 계열사를 포함해 1만7400여건에 달합니다. 회사의 연혁이 오래지 않은 만큼 특허 건수 면에서는 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를 가치평가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즈도메인의 분석 결과 상위 0.1% 내에 들어가는 ‘AAA’ 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발된 특허가 최근에 이루어졌고 개별 특허 마다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이는 화웨이의 특허 활동 동향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최근 10년 동안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는 2013년을 기점으로 확 바뀝니다. 그 이전에는 동종 업종 30개 경쟁사의 평균 특허 출원 건수에 못미치다가 2013년부터 앞지르기 시작합니다. 출원한 특허 숫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지난 2009년 679건에 머물렀던 특허 출원은 2010년에 587건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가 2011년에는 841건으로, 2012년에는 1212건으로 처음 1000건을 돌파합니다.

그 뒤 2013년에 1577건으로 경쟁사 평균 1384건을 앞섰고 ▲2014년 2244건 ▲2015년 2283건 ▲2016년 2281건 ▲2017년 207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경쟁 30개사 평균 특허 출원은 1300~1500건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등록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등록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등록도 유사한 추세를 나타냈습니다. 2010년 256건에 불과했던 등록 숫자가 2012년에는 556건으로, 2015년 950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6년 1405건으로 급증합니다. 그 뒤 ▲2017년 1661건 ▲2018년 1882건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5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흐름으로 보면 화웨이의 R&D 활동은 2010년대부터 본궤도에 올랐으며 결과물이 쏟아지는 시점은 2013년 전후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화웨이의 최근 10년 동안 주요 국가 별로 출원 특허 건수.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의 최근 10년 동안 주요 국가 별로 출원 특허 건수. 표=위즈도메인 제공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지식재산권 획득을 위한 특허 출원도 활발했습니다. 미국에만 1만5772건을 출원했고 본사가 소재한 중국에도 1만3998건을 출원했습니다. 대부분이 중복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중국보다 미국에서의 출원이 많다는 사실은 화웨이가 얼마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매진하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화웨이는 또 유럽에서는 1만1639건을, 일본에는 3319건, 한국에는 2309건을 각각 출원했습니다. 그 외 통신 시장 규모가 큰 나라마다 적게는 수십건에서 수백건을 출원했습니다.

현재 화웨이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현재 화웨이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다른 통신 및 스마트폰 전문업체들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선통신 네트워크 분야의 특허가 22.85%로 비중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디지털 정보전송이 19.93%입니다. 모든 ICT 업체 특허의 공통 부문인 디지털 데이터 처리가 15.32%를 차지하고 있고 통신신호전송은 10.37%였습니다. 그밖에 다중통신이 4.19%, 화상통신이 3.67%, 전화통신이 3.52%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경쟁사 대비 포트폴리오 분야별로 상위권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무선통신 네트워크 분야에서만 5위를 차지했을 뿐입니다.

화웨이의 최근 5년간 특허 소송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의 최근 5년간 특허 소송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기술 도용에 대한 의심을 반증하듯 화웨이에 대한 특허침해 제소도 적지 않았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20건에 달하는 침해 소송을 당했으며 지난해에도 24건에 달했습니다. 반면 화웨이가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타사를 제소한 것은 2016년 5건뿐이었습니다.

화웨이와 특허 포트폴이오가 비슷한 상위 20개 업체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웨이와 특허 포트폴이오가 비슷한 상위 20개 업체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결과적으로 특허 자산을 평가한 종합 특허 경쟁력 평가에서는 경쟁업체 대비 순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화웨이는 20개 업체 가운데 중간인 15위에 머물렀습니다. IBM,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LG전자, 애플, 아바고, 후지쯔, 시스코, 에릭슨, NEC, AT&T 등이 화웨이보다 앞섰습니다.

종합해 보면 화웨이의 경우 기업의 역사도 짧고 특허 기술력 면에서도 아직은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톱의 위치에 오른 것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역량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강력한 국가를 등에 업고 시장을 공략한 마케팅의 힘이 일등 공신이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눈을 한국으로 돌리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1990년대에 한국은 민관 합동으로 전전자교환기(TDX)를 개발, 세계 각국에 수출했지만 후속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도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아래에서 통신장비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삼성전자 등 몇몇 통신업체가 발 벗고 나섰지만 개발 역량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 마저 이기태 사장 시절, 회사 역량을 휴대폰 사업에 집중하면서 통신장비 개발은 사실상 포기하게 됐습니다.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오늘날의 결실을 생각하면 통신 장비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이동통신 업체와의 협력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5G 상용화가 시작됐고 머지않아 6G 시대가 열립니다. 무선통신 네트워크 부문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앞으로 새로운 출발선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고 화웨이는 분명 우리에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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