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덕의 南道春風] 20(하)- "서울에 북악(北岳)이 있다면 호남에는 남악(南岳)이 있다."
[이해덕의 南道春風] 20(하)- "서울에 북악(北岳)이 있다면 호남에는 남악(南岳)이 있다."
  • 이해덕 명예기자
  • 승인 2019.02.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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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해덕 명예기자 제공
사진=이해덕 명예기자 제공

[비즈월드] 고려의 송악과 조선의 북악.

그렇다면 도선은 그 이후는 말하지 않은 걸까. 백두대간 줄기 따라 천기(天氣)가 서려있는 땅에 국도를 정했고. 지금까지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여전히 건재하다. 이를 보면 서울은 분명 천년불패의 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21세기를 후천개벽의 시대라 하면 이러한 왕성한 국운을 떠받쳐 줄 동북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만한 곳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풍수적으로 땅은 곧 용(龍)이다. 운무 낀 날 산정에서 바라보는 산맥은 그대로가 꿈틀거리는 거대한 용틀임과도 같다. 이런 맥락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남으로 내려온 용이 남해바다로 들기 전 마지막으로 길지 하나를 낳았으니. 이곳이 바로 오룡산 남악이다. 서울에 북악이 있다면 호남에는 남악이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남악의 맞은편이 도선이 태어난 영암땅이라는 점이다.

이곳이 길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남도청을 비롯한 전남의 각급 기관 단체가 속속 들어서면서 남악은 도청소재지가 됐다. 남악신도시는 무안군 삼향읍이지만 사실상 목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다.

#1.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풍수적으로 남악은 남쪽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이는 목포와 해남을 용의 콧구멍으로 보고 남악을 입으로 본 데서 기인한다. 목포와 해남을 통해 동북아의 기운을 빨아들여 남악으로 모은 뒤, 대륙을 향해 그 기운이 뻗어나간다는 얘기다. 듣기에 따라서는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내가 새삼 남악을 주목하는 것은 공교롭게도 현 문재인 정권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것은 남악의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호남 인사편중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안의 전폭적인 지원 등 현 정부의 호남에 대한 배려는 지나칠 정도로 높다. 얼마전에는 여당인 민주당에서 정부의 공기업 122개의 지방 추가 이전을 언급했다.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무리수를 마다않고 속도를 내고 있는 현 정부의 속성상 이는 머잖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호남의 수부도시인 남악신도시로의 상당부분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남선 철도에서 남악과 해남을 경유해 땅끝에서 해저터널 등으로 제주를 잇는 고속철 사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물론 현 정부 아래서 남악의 마스터플랜이 완성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상대적인 여건이 좋다는 의미다.

#2.

오룡산(五龍山, 226m) 아래 자리 잡은 남악은 조선시대만 해도 나주 땅이었다. 말하자면 나주의 월경처(鉞境處)였는데 그 이유는 영산강변 전남도립도서관 옆에 있는 대죽도(大竹島)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는 화살대가 생산됐다. 군수용 화살대가 생산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나주에서 직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조선 500년동안 나주목 삼향면이었다. 그러던 것이 고종 32년(1895)에 무안군으로 되었다가 1910년에는 목포부로, 그리고 1914년에 다시 무안군으로 편입돼 오늘에 이른다. 다섯 마리의 용들이 서로 구슬을 다투는 형국이라는 오룡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주변에 용과 관련한 여러 지명을 남기고 있다.

목포에서 남악신도시로의 들머리에 옥암동과 부흥동, 부주동이 있다. 이를 통틀어 옥암지구라고 하는데 목포의 젊은층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구시가지인 원도심과는 정서적으로 매우 판이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두드러진 예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나타났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는 시장 선거였는데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했다. 현역시장인 P는 민평당 소속으로, 완도군수를 3연임 한 K는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했던 것. 지지율로만 봐서는 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되는 선거였지만 민평당의 거점과도 같은 목포였기에 판세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나 결과는 박빙의 차로 민주당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옥암지구의 젊은층인 것으로 선거 득표분석 결과 밝혀졌다.

여기서 잠시 K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5년 전인 2013년 9월, 청산도에를 갔을 때였다. 이곳 청산도가 유명세를 타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 영화 ‘서편제’ 촬영을 기념하는 공원 들머리 전망 좋은 곳에 웬 금칠을 한 흉상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 전에 갔을 때만 해도 보지 못했던 동상이라 혹시 ‘서편제’와 관련이 있는 인물의 것인가, 하고 다가가 보니 당시 완도군수였던 K였다. 이를 본 관광객들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저마다 한마디씩 욕을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나중에야 이곳 주민들이 살기 좋은 청산도로 만들어준데 대한 고마움으로 모금을 해서 건립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제막식에 당사자가 참석하는 등 현역 군수로서의 처신이 심히 의심돼 영 찜찜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목포시장 선거에 민주당의 공천까지 받은 것이었으니. 선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왠지 낯익은 이름인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틀림없는 청산도 흉상이었다. 흉상을 세워 지나는 관광객마다에게 숱하게 욕을 먹어서일까. K는 목포시장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사실 옥암지구의 동 이름은 목포 원도심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이름일 것이다. 이는 옥암동이 삼향읍의 옥암리에서 대양리와 함께 지난 1988년 목포로 편입이 된 후로 다시 부흥동과 부주동으로 분동이 된 까닭이다. 목포의 신도시인 하당지구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무안의 이로면 지역이었다. 이로면? 지금은 이로동으로 남았지만 무안 일로읍과 이웃하던 지명임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목포와 무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한 뿌리를 갖고 있다.

여기서 부주동은 목포의 신흥 중산층 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옥암리의 ‘부주두(浮珠頭)’ 마을이었던 이곳은 예전 영산강 포구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섬과 산들이 마치 떠있는 구슬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또 마을 뒷산의 형국이 떠있는 배와 같다 하여 부주(浮舟)라는 설이 있음) 이는 아마도 부주두에서 바라다 보인 섬과 산들은 오룡이 다투던 구슬(여의주)이었을 것이다. 남악에서 용포리 용계로 넘어가는 고개이름이 ‘구슬재’, 또 남악에 회룡(回龍)마을이 있어 남악 풍수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진=이해덕 명예기자 제공
사진=이해덕 명예기자 제공

#3.

남악신도시의 랜드마크는 역시 23층 높이의 전남도청이다. 오룡산을 배경으로 한 전남도청에는 ‘장보고 전망대’가 있다. 작명이 다소 생뚱맞을는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남악의 풍수에 맞춰 그리 이름붙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절묘하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근거지로 삼아 해상왕으로 세력을 떨쳤듯 동북아의 허브를 꿈꾸는 남악의 가장 높은 곳, 말하자면 사령탑과도 같은 곳에 장보고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3층 전망대에 오르면 영산강과 남악신도시와 영암 목포일대의 전반적인 조망은 물론 무안 나주 방면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래도 더 궁금하다면 오룡산, 또는 부흥산을 오르면 된다. 오룡산 등산로는 여러 지점에서의 진입이 가능한데 시민 휴식공간으로서의 최적화된 등산로는 크게 무리가 없으며 전망대를 겸한 휴식 공간에서의 조망은 기대 이상의 시원한 눈 맛을 선사할 것이다. 오룡산과 맥을 같이 하는 부흥산에도 둘레길과 전망대, 현충공원과 만남의 폭포 등이 잘 조성돼 있다.

남악신도시는 1단계 남악·오룡·옥암지구, 2단계 임성지구, 3단계 망월지구로 계획됐다. ‘명품도시’를 추구하며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프로젝트로 건설되는 남악신도시는 14.5㎢에 인구 15만명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남악이 바람대로 동북아의 허브로 자리매김 하려면 무엇보다 덩치를 크게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원뿌리인 목포와 무안을 통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남악신도시 대죽도 체험숲에서 전남도청 방향으로 조성된 중앙공원을 걷는다. 공원 곳곳에는 역사의 인물들 흉상이 세워져 있다. 왕인박사, 장보고, 이 충무공, 의병장 김천일,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대종교 창시자 나철, 서재필 박사, 의재 허백련, 가수 이난영, 그리고 최근에 전남 평화의 소녀상까지.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김대중 광장에 있는 높이 6.3m의 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동상일 것이다. 2010년 8월 공원 준공에 맞춰 제막식을 가진 동상의 기단부에는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현재 남악의 지세는 진산인 오룡산을 중심으로 좌청룡격인 망모산(망월지구)과 우백호격인 부주산과 부흥산(옥암지구)이 좌우를 옹위하는 가운데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관공서와 중심상가, 공원, 아파트 단지, 도단위 시설 등이 영산호를 끼고 자리를 잡고 있다.

형국으로는 풍수명당으로 꼽는 ‘배산임수형’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그렇다면? 어느덧 남악신도시의 개발나이도 성년을 맞는다. 그렇지만 남악에 살며 남악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서울에 북악이 있다면 호남에는 남악이 있다. 그 남악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당신은 탁월한 안목의 소유자일는지도 모른다. 뭔 소리냐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남악으로 가보라. 운이 좋으면 진화하는 남악을 볼 수도 있을 지니.

과연 남악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이제 시작일 뿐. 구슬을 찾아 다투었던 오룡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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