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금연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정부의 3차 금연광고인 '흡연 노예' 편의 한 장면.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비즈월드] 설날 연휴 가족, 친척들과 모여 TV를 보던 중 금연광고가 나왔습니다. 정부의 3차 금연광고인 '흡연 노예' 편으로 흡연을 '담배에 조종당하는 행위'로 묘사하는 내용입니다. 같이 광고를 본 흡연자인 친척은 물론 비흡연자인 가족과 조카들 모두 혐오감을 느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광고는 정부의 비가격 금연정책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는 담뱃세를 2000원 올리며 강력한 가격 금연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를 삽입하고 금연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등 비가격 금연정책을 통해 금연을 유도했습니다.

그렇지만 금연정책 5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정부는 정책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함께 금연광고를 본 가족과 친척의 모습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복지부가 금연광고와 흡연 경고그림 및 문구가 강력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늘 강조하지만 비가격 금연정책은 성공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2015년 1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우리나라 19세 이상 흡연율은 전년 24.2%에서 22.6%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경고그림이 도입된 2016년에는 흡연율이 23.9%로 반등했습니다. 특히 경고그림과 광고는 어린아이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으며 혐오감을 준다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담배 판매량이 하향세를 유지했지만 감소폭은 확실히 둔화된 상황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담배 판매량은 34억7000만갑으로 전년(35억2000만갑)보다 1.5% 줄어든 반면 감소율은 2017년(3.8%)보다 절반 이상 둔화됐습니다. 이는 가격 및 비가격 금연정책이 더 이상 흡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복지부의 현재 금연정책으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궐련 대체효과'를 잡을 수 없습니다. 2018년 궐련 판매량은 전년보다 3억갑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같은 해 3억3000만갑 팔렸습니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2017년 5월 출시돼 처음으로 집계된 연간 판매량 통계인데 궐련 판매 감소량과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비슷한 수준인 점을 생각하면 기존 궐련 수요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9종의 인체 발암물질) 함유량은 국내 판매 상위 5개 일반담배의 0~28%에 불과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90%나 적게 나왔고 1,3-부타디엔은 검출되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식약처는 분석결과 중 타르 성분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타르는 담배를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연기 가운데 수분과 니코틴을 제외한 나머지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타르를 담배 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식약처는 이것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런 오류 때문인지 식약처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요청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했고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를 상대로 유해성 분석결과의 세부 내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담배가 불법적인 제품은 아니며 흡연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정부의 정책으로 비흡연자가 혐오감을 느끼는 등 피해를 입어서도 안됩니다. 정책은 논리적인 근거와 합리적인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철저한 검증과 예측을 통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금연정책 역시 지금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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