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진의 모습. 사진=비즈월드미디어 DB
'염 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진의 모습. 사진=비즈월드 DB

[비즈월드] 지난 상반기 법원이 '염 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염 변경을 통해 특허를 회피하던 전략을 자주 사용하던 국내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올 상반기 글로벌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제약사인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코아팜바이오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특허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재판은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시케어'와 코아팜바이오의 '에이케어' 간의 특허 침해 싸움이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베시커어의 물질특허 존속기간 만료일은 아스텔라스의 연장 요청에 따라 2017년 7월 13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코아팜바이오는 베시케어의 성분인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을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으로 염만 변경, 에이케어라는 의약품을 선보였습니다.

문제는 코아팜바이오가 베시케어의 연장된 특허 만료 전인 2016년 12월 이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입니다. 아스텔라스는 에이케어가 베시케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며 곧바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선 1심과 2심에서는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이 특허 품목인 솔리페나신 숙신산염과 염이 다른 물질이기 때문에 조기 출시가 가능하다는 코아팜바이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아스텔라스가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최종적으로 아스텔라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이전과 달리 허가대상 품목에 국한하지 않고 유효성분의 치료 효과 및 용도가 동일하다며 특허 침해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시 말해 베시케어와 에이케어는 안정성 등을 높이기 위한 염은 다르지만 치료 효과를 내는 유효성분이 같아 코아팜바이오가 아스텔라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사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실 국내 제약업계는 2015년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되면서 염 변경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하며 시장에 조기 진출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이런 전략에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와 금연 치료제 '챔픽스' 등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한 염 변경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 1일 챔픽스와 관련한 특허법원의 항소심 결과가 나옵니다. 베시케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의 판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국내사에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뒤바뀐 상황도 녹록하지 않습니다. 우선 오리지널 제약사의 피해보상 요구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동안 염 변경 의약품을 판매했던 국내 제약사에게는 이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급박한 시점에서 각 회사들은 그동안 주로 사용하던 염 변경 전략 대신 후발주자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염 변경 의약품을 통한 특허 회피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며  "게다가 글로벌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등 새로운 악재가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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