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불법복제 사이트 근절 성과를 스스로 칭찬하는 동안 불법복제 사이트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폐쇄당한 직후 새롭게 열린 마루마루2 사이트. 사진=마루마루2 홈페이지 화면 캡처

[비즈월드] 정부가 최근 지난해 불법복제 사이트 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성과를 올렸다며 자화자찬(自畫自讚)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불법복제 사이트는 단속을 피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는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경찰청(청장 민갑룡)과 함께 서버를 해외로 이전해 불법복제물을 유통하는 사이트 근절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해당 기관들은 합동단속을 전개했고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25개 사이트를 폐쇄하고 그중 13개 사이트의 운영자를 검거했다고 8일 발표했습니다.

특히 문체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은 국내 최대 불법복제만화공유사이트인 '마루마루'의 운영자 2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전했습니다. 운영자 중 한 명은 국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국 도메인 서비스업체를 통해 마루마루를 개설하고 불법복제물 4만2000건을 저장한 웹서버를 연결, 사이트를 운영해왔다는 것입니다.

다른 운영자는 마루마루의 광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광고 수익의 40% 정도를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광고 수익으로만 12억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불법복제 사이트 운영자 중에는 고교생을 비롯해 대학생도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부는 가족까지 사이트 운영을 도운 혐의로 기소돼기도 했습니다. 검거된 이들이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범죄 수익은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수천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향후 2~3년간 강력한 단속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웹툰, 방송,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대 불법복제 사이트 운영자를 모두 검거한 만큼 강력한 처벌로 불법 복제 사이트 운영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사이트는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문체부가 마루마루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지만 관련 업계와 마루마루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마루마루 대신 '마루마루2' 사이트가 등장한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기존 마루마루 사이트가 폐쇄되자마자 마루마루2 사이트가 열렸고, 마루마루2는 즉각 이전 자료를 복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께 자료의 복구가 완료됐고 현재까지 마루마루2는 버젓이 운영되는 상황입니다.

마루마루2와 같이 폐쇄 후 새로 사이트를 여는 불법복제 사이트 역시 하나둘이 아닙니다. 특히 이들은 사이트 주소 뒷부분에 '01' '02' '03' 등을 숫자를 붙이며 폐쇄된 사이트를 버리고 매번 새 사이트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이런 단순한 사실도 모른 채 정부는 스스로 성과를 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뒷북 중의 뒷북'이며 '탁상행정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만화, 웹툰 등 불법복제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는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폐쇄된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 방문자는 월 평균 3500만명, 일 평균 116만명에 달했고 저작권위원회의 '2017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를 보면 2016년 우리나라 만 13~69세 인구의 42.4%인 1692만명이 불법 복제물을 이용했습니다. 불법복제를 막아 시장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정부가 또 다른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입니다.

불법복제 사이트로 인한 피해액은 범죄수익의 수백 배를 넘어섭니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올바른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되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의 행적을 추어올리기보다는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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