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드햇 홈페이지 캡처
사진=레드햇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3년. 레드햇이 창업했을 때만 해도 이 회사가 왜 만들어졌는지, 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많았습니다. 그런 회사가 최근 34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라는 거액의 가치를 인정받고 최근 IBM에 매각됐습니다.

1990년대 초반 중대형컴퓨터 시장은 IBM의 메인프레임을 필두로 한 대형 컴퓨터가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으로 돌아설 무렵이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휴렛팩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유닉스 컴퓨팅 시스템이 파고 들었습니다. 동시에 유닉스가 표방하는 다운사이징과 분산컴퓨팅이 전염병처럼 확산됐고 이는 IT업계의 대세로 등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들은 회사마다 제각각의 OS(운영체계)를 사용했고 모든 프로그램 소스들은 공급사(벤더)만의 비밀 노하우처럼 인식돼 사용자들이 모든 개발 환경을 공급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 때 유닉스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리눅스 시스템이었습니다. 리눅스 운영체계의 프로그램 소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습니다. ‘오픈소스’라는 개념입니다. 원하는 어떤 회사든 온라인 상에서 리눅스 소스를 찾아내 서버를 구축하고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레드햇의 출발은 리눅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하는 오픈소스 전문회사입니다. 소스는 무료로 사용하지만 리눅스를 활용해 기능을 추가하고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회사를 대신해 유료로 개발해 주고 이를 관리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리눅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인데 거기에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후속 개발을 해야하는가” 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습니다.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 커뮤니티 개념.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 커뮤니티 개념. 표=위즈도메인 제공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레드햇의 전략은 성공을 거둡니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기능 추가 소프트웨어는 대량으로 공개되었는데 문제는 그 소프트웨어가 믿을만한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검증하는 데 추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또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개발자를 채용해야 했고 이들을 훈련시켜 전문가로 키워야 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는 구조였고 결과적으로 개발의 한계에 봉착했던 것입니다.

레드햇에 유료로 가입하면 원하는 시스템을 신속하게 개발해 주었고 오픈된 프로그램도 검증을 대신해 주었으며 이를 회원사의 필요에 맞게 적용해 주었습니다. 유지관리도 순조로웠습니다. 레드햇을 찾는 고객은 날로 급증했고 성장세는 눈부셨습니다. 레드햇의 시가총액은 15조원을 넘나들고 매출은 20조원을 넘습니다.

지난 10년간 레드햇이 출원한 특허와 동종 분야 30대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간 레드햇이 출원한 특허와 동종 분야 30대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간 레드햇이 등록한 특허와 동종 분야 30대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간 레드햇이 등록한 특허와 동종 분야 30대 기업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비즈월드가 특허 분석 전문기업 위즈도메인에 따르면 레드햇의 특허는 3047건에 달합니다. 특허 대부분이 오픈소스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트렌드인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이었고 이는 모두 자사의 특허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클라우드컴퓨팅의 선두 주자인 아마존의 질주에 위협을 느낀 IBM이 340억 달러를 들여 레드햇을 M&A한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레드햇 특허 워드클라우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 특허 워드클라우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IBM을 비롯해 마이크로스프트, 아마존, 오라클, 델 등 기라성 같은 ICT 회사들이 포진한 가운데 레드햇은 특허 자산 가치를 종합 합산한 점수 면에서도 2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등 IBM이 매입한 회사의 위상이 이 정도였기 때문에 IBM으로서는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특히 IBM이 다소 취약한 오픈소스와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 든든한 원군을 얻은 셈입니다.

현재 레드햇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현재 레드햇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의 기술경쟁력은 위즈도메인에 따르면 동종업종 전체의 상위 0.1% 이내인 AAA 등급에 속했습니다. 특허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입니다. 최근 10년간 획득해 권리가 유효한 특허 중 81%인 1941건에 달합니다.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는 같은 기간 동안 272건으로 11.35%를 차지했습니다. 기타 데이터 프로세싱, 복호화, 무선통신 네트워크 분야 등의 특허는 소수입니다.

래드햇과  동종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등급 비율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과 동종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등급 비율과 발명자 평가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최근 5년 동안의 특허 출원 분야 집중도 역시 유사한 추세를 보입니다.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의 출원 집중도가 77.18%로 나타났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의 특허 출원 비중이 7.9%(과거 5년)에서 18.1%(최근 5년)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레드햇이 네트워크를 이용한 데이터 처리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수치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특허로 등록하는 자산 이외에 소소하게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이나 추가 기능 등을 감안하면 레드햇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특허로 산정한 자산가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평가됩니다.

레드햇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레드햇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고객사 위주의 개발과 유지보수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특허에 대한 권리 확보는 미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국가별 출원 동향은 미국이 2521건으로 압도적입니다. 유럽이 두번째로 많은데 불과 18건에 머물렀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10건 이하입니다. 이는 굳이 특허로 등록하지 않아도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레드햇의 고객으로 가입하기 때문입니다. 레드햇은 대신 정보기술 산업이 궤도에 오른 대부분의 나라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술 부문별 특허 자산 종합평가 면에서 상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 특히 오픈소스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 기업임에 틀림 없습니다. IBM의 품에 안긴 이제부터 레드햇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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