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진하씨 창업, 실존 인물과 똑 같은 아바타 출현해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하듯이 협업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아바타 협업시스템. 사진 가운데 발표하는 사람은 실존 인물이 아닌 아바타임. 사진=퓨처플레이 제공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아바타 협업시스템. 사진 가운데 발표하는 사람은 실존 인물이 아닌 아바타임. 사진=퓨처플레이 제공

영화 ‘아바타’는 화려한 고품질 그래픽과 3D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면 실감이 났을까요? 아마도 실제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인공적으로 그려진 모습에 아바타와 같은 흥행을 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와 달리 실제 비즈니스 세계는 영화와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업무는 사람들이 얼굴 맞대고 하는 것이니까요. ICT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곧 실현될 것으로 가정하고 R&D에 주력해 왔습니다.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를 실리콘밸리에서, 화상 통화나 비디오폰이 아닌 회의실에서 실제와 똑 같은 모습의 아바타로 만나 PT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국내 컨설팅 전문업체 '퓨처플레이'에 따르면 이런 기술을 실제 개발한 회사가 있습니다. 미국 스페이셜이라는 회사입니다. 창업은 뉴욕에서 했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유명세를 얻더니 이 곳의 엔젤투자자들로부터 800만 달러의 추가 개발용 시드 머니까지 투자 받았습니다.

삼성도 이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버를 창업한 개럿 캠프, 징가 창업자 마크 핑커스, 애플 스티브 잡스의 측근이었던 앤디 헐츠펠트 등이 주요 투자자라고 합니다.

도대체 스페이셜이 확보한 기술이 무엇이길래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앞서 기술한 것처럼 실제 사람과 똑 같은 아바타를 만들어 내는 기술입니다. 여기에는 고도의 인공지능, 그 중에서도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어떤 특정한 사람 사진 한장만 넣어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서 그 사람과 똑 같은 아바타를 생성합니다. 여기에 공간 개념까지 접목시킨 음성까지 적용해 마치 그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가지 않아도 마치 한 테이블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이 초래할 비즈니스의 혁신은 사람들의 작업 공간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한 원격 화상회의 정도가 고작이었지요. PC를 통해 스카이프를 이용하는 대화도 가능했지만 스크린 정도의 업무 효율성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예컨대 회의실에 모여 원격 PT도 하고 디자인도 하는 등 협업이 가능하게 됩니다. 나아가 그 사무실에 있는 PC 프로젝터 스마트폰 프린터 등 전자 기기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상으로만 그렸던 현실이 이제 실제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향후에는 헤드마운트(HMD) 없이도 홀로그램 방식으로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쩌면 HMD 하드웨어 산업도 사양길에 접어들 지 모르겠습니다. 증강현실 전용 헤드셋이 없어도 핸드폰이나 PC 등 기존 정보기기의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충분히 협업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페이셜 창업자 중 한 사람이 31세의 한국인 이진하 씨여서 우리로서는 더욱 관심이 갑니다. 그는 증강현실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MIT의 미디어랩 출신 디자이너 겸 공학자입니다.

MIT Technology Review는 이진하 창업자를 35세 이하 35명의 과학자로,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그를 차세대 리더로 각각 선정했습니다. 스페이셜을 창업할 때까지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최연소 수석연구원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에서는 TV와 IoT 분야의 각종 UI의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또다른 창업자는 아난드 아가라왈라(37)입니다.

이진하 스페이셜 창업자. 사진=스페이셜 홈페이지 캡처
이진하 스페이셜 창업자. 사진=스페이셜 홈페이지 캡처

스페이셜이 2년 동안의 비공개 개발을 마치고 공개한 원격 협업 플랫폼은 이미 관련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굴지의 자동차 그룹 포드가 새로운 혁신조직 Ford X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 아래 파일럿 테스트 중이기도 합니다.

이진하 씨는 “스페이셜은 가상과 실제의 공간을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게 한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가 눈 앞에 펼쳐지고, 생각을 스크린이 아닌 벽이나 책상에 가상으로 정리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스페이셜을 통해 인류가 PC의 시대에서, 함께 사용하는 집단 컴퓨터(Collective Computing)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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