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기업’ 오명에도 공격적 M&A 추진…코어 라우팅과 loE 기술 개발로 미래 준비

사진=시스코 홈페이지 캡처
사진=시스코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시스코(Cisco)는 자타가 인정하는 통신장비 업계의 글로벌 1등 기업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간판 스타이기도 하지요. 전 세계의 웬만한 규모 기업들 중 시스코 장비를 쓰지 않는 회사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스코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컴퓨터 시설 관리자 2명이 1984년 설립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를 관리·운영하면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라우터를 개발, 상품화한데서 시작됐습니다. 직원의 신분으로 사업을 일군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스탠포드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만이 실리콘밸리의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컴퓨터를 독립된 단일 정보처리 기기로 사용해 왔습니다. 애플, IBM, 휴렛팩커드 등 다양한 회사의 컴퓨터들이 혼용되고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아 각각의 데이터를 공유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들을 연결시키는 라우터를 개발했던 것이고 그것이 시스코의 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90년대부터 불어 닥쳤던 LAN(근거리통신망) 등이 바로 시스코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시스코는 1995년 존 챔버스가 CEO로 등장하면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져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존 챔버스는 운도 좋았습니다. IBM이 석권했던 메인프레임 시장이 정점을 찍고 유닉스 시스템이 주류로 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즉 메인프레임과 터미널로 이루어졌던 기업 전산망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다운사이징’과 ‘분산시스템’으로 상징되는 유닉스 컴퓨팅 시스템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시스코는 순식간에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통신장비 시장의 70%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오로지 통신장비 외길을 걸었던 시스코는 지난 7월 말 마감한 2018회계년도 매출이 493억 달러(한화 57조원)에 달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액에도 안되는 규모라고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신장비 분야만으로 이 정도 매출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시스코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입니다. 시스코의 현재 글로벌 고용 인력은 7만4200명에 수준입니다.

시스코의 연간 R&D 예산은 70억 달러에 이릅니다.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거액을 기술 개발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시스코의 저력은 기술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시스코가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 출원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최근 10년 동안 시스코가 출원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 출원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최근 10년 동안 시스코가 등록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 등록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최근 10년 동안 시스코가 등록한 특허 동향과 동종 분야 30개 기업의 평균 특허 등록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분석 전문기업 위즈도메인에 따르면 현재 시스코의 등록 특허 수는 1만8400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기술력도 세계 최상위입니다. 특히 시스코의 전략 사업 부문인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는 부동의 1위입니다.

물론 시스코는 경쟁 기업을 어떻게든 무너트리 던가 M&A로 시스코에 흡수시키는 공격적인 경영을 유지해 왔습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의 경쟁자는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시스코가 인수·합병한 기업은 현재 180개가 넘습니다. 이 때문에 시스코는 ‘악덕기업’이라는 오명도 받아야만 했습니다. M&A를 통해 확보한 특허도 다수임을 이야기해 줍니다.

시스코 최근 5년 동안의 특허 매입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의 최근 5년 동안 특허 매입 동향.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매입 수로 유추해 보아도 그런 추세는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4년 시스코는 무려 803건의 특허를 사들였습니다. 이어 ▲2015년 61건 ▲2016년 58건 ▲2017년 281건이었고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43건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시스코는 매년 600~1000건씩 고른 특허 출원 건수를 보여 줍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기간 동안 등록되는 특허 수도 유사한 추이를 나타냅니다.

시스코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의 권리가 유효한 특허의 기술부문별 특허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10년 동안 시스코는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에서 4225건의 특허를 등록해 전체의 30%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는 3942건으로 28%의 비중입니다. 디지털 데이터 처리 분야는 정보통신을 업으로 하는 모든 기업이 특허를 등록하는 영역으로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삼성전자 등 유수의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시스코의 주력 영역은 아닙니다.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에서 IBM과 경쟁하기는 하지만 시스코는 부동의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스코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화상통신은 가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강세입니다. 소니, 캐논,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가전 기업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시스코가 등록한 특허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화상회의 등의 분야입니다. 그래서 시스코의 특허 등록은 10년 동안 809건으로 전체의 5.9%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타 무선통신네트워크, 다중통신, 전화통신, 통신신호전송 등 통신 영역도 시스코 등록 특허 포트폴리오에서 3.7~4.9% 정도의 점유율을 보입니다.

시스코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시스코는 큰 시장을 형성하는 국가에 골고루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유럽 시장에 1750건, 중국에 1145건을 등록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은 200건을 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경쟁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유럽에는 알카텔, 노키아, 지멘스, 에릭슨 등 통신장비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회사들이 즐비합니다. 중국의 경우 화웨이가 버티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첨단 라우터 장비를 둘러싼 시스코와 화웨이의 특허 분쟁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화웨이가 시스코의 장비를 모방해 시장을 잠식했다는 것이 시스코의 주장입니다. 결론은 소송을 철회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당시로서는 어차피 이어지기 어려운 싸움이었습니다. 요즘의 미·중 무역전쟁 축소판이었던 셈입니다.

시스코가 보유한 등록 특허 포트폴리오와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가 보유한 등록 특허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상위 20개 기업 리스트.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스코가 보유한 등록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할 때 시스코의 전체적인 경쟁력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처리 글로벌 기업이 포진한 디지털 데이터 처리 영역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시스코의 앞 순위에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퀄컴, 후지쯔 등이 들어간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신장비만 국한시킨 경쟁력은 앞서 밝혔듯이 시스코가 1등 기업입니다. 경쟁 기업 중 에릭슨은 8위, 일본 NEC가 9위, AT&T가 10위였습니다. 화웨이, 알카텔루슨트, 노키아는 각각 12위, 14위, 15위였습니다.

요즘 시스코는 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네트워크로 흘러 다니면 그만큼 부하가 가중됩니다. 통신 속도도 느려집니다. 통신 용량을 대폭 확장시켜 주는 코어 라우팅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도 시스코의 주력 R&D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IoE(만물인터넷, Internet of Everything)시대에도 대비합니다. 이는 사물을 넘어 사람과 업무 등의 모든 프로세스 및 데이터까지 인터넷에 연결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이를 구현하는 인터클라우드 시장을 바라보고 그 핵심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시스코의 야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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