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몰렌코프 퀼컴 CEO. 사진=퀼컴 홈페이지 캡처
스티브 몰렌코프 현 퀼컴 CEO. 사진=퀼컴 홈페이지 캡처

[비즈월드] 퀄컴은 UC샌디에이고 교수 어윈 제이콥스가 통신전문가들과 함께 1985년에 설립한 종합 반도체 회사입니다. 인텔이 1968년에 세워졌음을 감안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룡 중에서 가장 늦은 후발주자입니다. 그렇지만 퀄컴은 인텔을 넘볼 정도로 막강한 시장장악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퀄컴과 한국과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과 산업은 1990년대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제2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신산업을 육성합니다. 1996년도에는 PCS TRS 시티폰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펼치기 위해 무려 50개가 넘는 사업자가 탄생하지요.

정부는 PCS 상용화에 앞서 통신 표준을 TDMA(시분할 다중접속)로 할 것인가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CDMA 방식을 선택합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퀄컴과 계약을 맺고 CDMA를 개발해 온데다 통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GSM(TDMA 방식)보다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격론이 벌어질 때 어윈 제이콥스 회장은 수차례 한국을 방문해 CDMA를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한 로비를 펼쳤습니다. 당시 퀄컴은 CDMA 원천 기술을 개발해 확보하기는 했지만 회사 규모 측면에서는 벤처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CDMA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퀄컴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는 메이커 매출의 5% 이상을 로열티로 챙겼습니다. 국회 등 정치권과 언론이 나서 고액 로열티를 수차례 문제 삼았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한 퀄컴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퀄컴은 이렇게 한국의 이동통신 산업 성장을 발판 삼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게 됐고,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반도체 업체로 우뚝 서게 됩니다.

퀄컴의 특허 워드 클라우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퀄컴의 특허 워드 클라우드. 표=위즈도메인 제공

시작이 기술 개발 중심의 벤처기업이었기 때문에 통신 분야에서의 퀄컴의 개발 역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설립한 지 33년이지만 전통의 강자들을 발 아래 두고 올라섰습니다. 전세계에서 CDMA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거나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퀄컴의 특허를 피할 수 없습니다. CDMA 핵심 특허를 모두 퀄컴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애플이 퀄컴과 특허 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퀄컴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반증해 줍니다. 애플이 퀄컴 반도체 칩을 사용하지 않고 인텔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퀄컴과의 특허 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특허 분석 기관인 위즈도메인과 특허청 등에 따르면 퀄컴이 현재 보유한 특허는 3만3600개를 넘습니다. 회사 연한이 짧은 만큼 보유한 특허도 젊습니다. 쓸모 있는 특허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10년간 퀼컴이 출원한 특허(위)와 틍록한 특허 동향(아래) 및 동종 분야 30대 기업의 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지난 10년간 퀼컴이 출원한 특허(위)와 틍록한 특허 동향(아래) 및 동종 분야 30대 기업의 평균 비교. 표=위즈도메인 제공

특허 출원과 등록 추이도 다른 경쟁사를 압도합니다.

특허 출원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2만개 이상을 출원했습니다. 2008년 1544개를 출원한 후 이듬해부터 2011년까지 1770~1880개의 특허를 매년 출원합니다. 그리고 2012년 2247건으로 2000건을 넘어섰고 ▲2013년 3310개 ▲2014년 3246개 ▲2015년 3095개를 출원했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2653개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어 올해도 3000개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간 동안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상위 30개사는 연평균 700~1150건 정도의 특허 출원 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퀄컴이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적 우위를 보입니다.

특허 등록도 유사한 추이를 보입니다. 2010년에 657개를 등록했을 때까지만 해도 다른 경쟁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양상이 달라집니다. 2012년 경쟁 30개사 평균이 749개였을 때 퀄컴은 1298개를 등록해 수적으로 크게 앞서기 시작했고 ▲2013년 2124개 ▲2014년 2619개 ▲2015년 2933개 ▲2016년 2945개 ▲2017년 2697개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사들은 1000건 남짓이었습니다.

퀄컴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특허를 독점한 까닭이 큽니다. 그러기 위해 퀄컴이 노력한 것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퀼컴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퀼컴의 국가별 특허 출원 현황. 표=위즈도메인 제공

퀄컴은 통신 시장이 방대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특허 출원에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만큼 미국에 2만6500건을 출원해 이 곳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 것은 다른 회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퀄컴은 최대의 경쟁상대인 중국에 1만3600건, 일본에 1만35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유럽에도 1만3100건을 출원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통신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적인 강국에 속합니다. 그래서인지 퀄컴은 한국 시장에도 1만15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한국이 통신 선진국임은 이 같은 특허 출원 동향으로도 여실히 증명됩니다.

퀼컴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표=위즈도메인 제공
퀼컴의 주요 기술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업. 표=위즈도메인 제공

주요 기술 영역에서 퀄컴은 무선통신네트워크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강입니다. 위즈도메인이 평가한 특허 기술력 평점에서 퀄컴이 1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도 강세입니다. 엘지전자가 2위, 삼성전자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를 에릭슨 화웨이 인텔이 따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전송 분야에서는 시스코와 IBM에 이어 퀄컴이 3위였습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각각 5위와 8위로 나타났습니다. 화상통신 분야에서는 일본이 강세였습니다. 캐논과 소니가 최상위권이었고 그 뒤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이었습니다. 그 뒤를 파나소닉과 도시바가 이었고 퀄컴은 7위였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6개였습니다.

퀼컴과 특허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상위 20개 기업리스트. 표=위즈도메인 제공
퀼컴과 특허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상위 20개 기업리스트. 표=위즈도메인 제공

이 영역은 역시 한국의 기술력 강세가 두드러진 분야였습니다.

전체적인 기술력 순위로 볼 때 삼성전자가 종합 1위를 나타냈습니다. 반도체와 이동통신 부문, 컴퓨터와 가전이 통합되어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뒤를 인텔과 소니가 이었고 퀄컴은 종합 4위였습니다. 엘지전자는 5위, 애플은 6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술력 평가에서 한가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기술을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는 한 분야만 독보적으로 확보하고 있어도 충분히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퀄컴이 공룡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CDMA 핵심 특허를 모두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술 확보가 왜 중요한 지를 퀄컴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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